【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은 내연기관 자동차에 관한 한 세계 시장에 명함을 절대로 내놓지 못한다. 기술력은 말할 것도 없고 디자인에서도 경쟁력이 한참 처지는 것이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단언해도 괜찮다.

하지만 전기자동차 분야에 이르면 상황은 많이 달라진다. 명실 공히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리딩 국가라고 할 수 있다. 굳이 다른 사례를 들 필요도 없다.

국산이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올해 전기차 시장 규모가 250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만 들어봐도 좋다. 총 600만 대로 예상되는 전 세계 총 판매량의 40%를 차지할 시장을 토종 업체들이 확실하게 장악할 것이라는 얘기가 충분히 될 수 있다.

국뽕(과도한 애국심) 놀이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아무 근거 없이 2030년 이전에 ‘메이드 인 차이나’ 전기차들이 전 세계를 제패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피력하는 것은 분명 괜한 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광둥성 광저우 소재의 샤오펑 본사 전경. 중국에서는 테슬라보다 낫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어쩌면 2030년 이전에라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농후한 이 중국의 전기차 산업과 시장을 가장 확실하게 주도하는 기업은 누가 뭐래도 올해부터는 단연 샤오펑(小鵬. Xpeng)이 된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올해라는 약간 의미심장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블룸버그나 파이낸셜 타임스를 비롯한 외신의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해 2분기까지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이른바 ‘전기차 3대장’인 샤오펑, 웨이라이(蔚來. 니오Nio), 리샹(理想. 리오토Li Auto)이 삼두마차처럼 사이좋게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지속적으로 선두를 고수한 웨이라이를 샤오펑과 리샹이 추격하는 구도였다고 해야 한다. 2분기에 웨이라이가 사상 최초로 2만대 판매를 기록한 반면 샤오펑과 리샹이 겨우 1만5000대 남짓한 실적을 올린 만큼 이렇게 봐도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3분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샤오펑이 무서운 기세로 질주를 하는가 싶더니 인도량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00% 늘어난 2만5666대를 파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이에 반해 웨이라이는 2만4439대 판매에 그쳤다. 이는 리샹의 2만5116대보다 부진한 실적이었다.

4분기에도 샤오펑의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샤오펑은 지난해 총 9만8155대를 판매하는 금자탑을 세우면서 각각 9만1428대와 9만491대를 기록한 웨이라이와 리샹을 따돌리고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앞서 어느 정도 예견했듯 올해부터는 이 격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하다.

2014년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출범한 업력 8년의 샤오펑이 이처럼 군웅할거의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지존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에는 다 나름의 까닭이 있다. 독보적인 소프트웨어 역량을 우선 꼽아야 한다.

한마디로 하드웨어 외에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사업 초창기부터 인식, 역량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실제로 샤오펑은 설립 초기에 전기차의 생산 및 개발도 소홀히 하지 않았으나 자율주행, 운영체제(OS) 등에도 상당한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공동 창업자 허샤오펑(何小鵬. 45) 최고경영자(CEO)의 영향이 컸다고 봐야 한다.

당연히 발상의 전환에 기반한 노력은 각종 결과로도 나타났다. 지난해 초에 업계 최초로 자율주행차의 눈에 해당하는 내장형 라이다 센서를 장착한 모델인 ‘P5’를 출시할 수 있었던 것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역시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자체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인 엑스퍼일럿(XPILOT)을 개발한 사실도 높이 평가해야 한다. 현재 고속도로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엑스파일럿 3.0과 고속도로에서만 적용되던 차선 변경, 추월 등을 도심에 원용할 수 있는 엑스파일럿 3.5 두 종류가 개발돼 있다.

조만간 ‘P5’에 장착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가 지난해 8월 ‘2021 중국 기술경험지수’ 전기차 부문에서 샤오펑이 테슬라를 꺾고 1위 자리에 올랐다는 평가를 내린 사실은 이로 보면 너무 당연하다고 해야 한다. 샤오펑이 궁극적으로 플라잉카와 자율주행 택시 제조 사업에도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샤오펑 기술의 집합체인 ‘P5’. 자율주행 기능도 갖추고 있다./제공=징지르바오.

샤오펑의 압도적인 경쟁력의 근저(根底)에 전자상거래 업계의 거목 알리바바와 스마트폰 제조 공룡 샤오미(小米)의 DNA가 존재한다는 사실 역시 거론해야 한다. 양사가 모두 샤오펑의 주요 주주라는 얘기가 된다. 업계에서 샤오펑을 일컬어 ‘알리바바가 후원해주고 샤오미가 견인하는 기업’이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정보통신기술 평론가 저우펑(鄒峰) 씨의 설명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알리바바와 샤오미는 단순하게 샤오펑이 투자만 한 것이 아니다. 기술 분야에서도 협업을 하고 있다. 예컨대 알리바바는 차량 결제 및 자율주행 기술, 샤오미는 디지털 차량 키 기술 같은 것들을 이전해주고 있다. 앞으로는 더욱 많은 분야에서 기술 협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샤오펑의 경쟁력을 막강하게 만들어주는 이유들은 많다. 예컨대 평균 25만 위안(元. 4700만 원)이 넘지 않는 저렴한 가격, 매년 1000 명 가까운 인력을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채용한다는 사실 등을 더 꼽을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샤오펑의 앞날에도 장애물이 등장할 수는 있다. 이를테면 치열한 정도를 넘어 사활을 걸 수준의 극단적인 경쟁,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에 대한 당국의 지속적 규제, 언제 탈출할 수 있을지 모르는 지속적인 영업 적자의 늪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또 내연기관 자동차들의 퇴출이 부지하세월인 현실 역시 샤오펑으로서는 부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전기차가 미래의 대안이듯 향후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현재의 스탠스에서 벗어나 엄청난 일탈을 저지르지 않을 경우는 분명 그렇다고 단언해도 괜찮지 않나 싶다. 이 경우 샤오펑은 ‘전기차 3대장’ 중에서 가장 먼저 시가총액 1000억 달러의 공룡이 될 가능성이 높다. 천슬라가 아니라 천샤오펑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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