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중국은 축구 같은 아주 희귀한 케이스를 제외할 경우 싫든 좋든 운명적으로 모든 면에서 대국이 될 수밖에 없다. 라면을 필두로 하는 간편식 시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 세기 말에 세계 최대 소비국으로 우뚝 선 다음 지금은 그 어느 국가도 넘보기 어려운 지존의 지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라면의 경우만 봐도 2021년 말을 기준으로 매년 500억여 개를 소비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글로벌 라면 시장의 40% 전후를 차지하고 있다는 계산은 가볍게 나온다.

당연히 시장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업계 1위인 캉스푸(康師傅)를 필두로 퉁이(統一), 진마이랑(今麥郞) 등이 생사를 건 각축을 벌이는 것이 현실이다. 후발 주자들이 업계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유니콘을 노리지 않는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대표적인 기업이 아마도 마라탕의 본고장을 자처하는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 본사를 두고 있는 바이자아콴스핀(白家阿寬食品. 아콴)이 아닐까 싶다.

아콴의 초베스트셀러 훙유몐피를 먹고 있는 소비자. 연 매출액이 4억위안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제공=신징바오(新京報).

금세기 초인 2001년에 출범한 아콴은 업력이 20년이 넘은 기업임에도 대외적으로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특히 캉스푸에 비하면 초라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최근 상승세는 대단하다고 단언해도 좋다. 거의 기염을 토하고 있다고 말해도 괜찮다. 오랫동안 특색 있는 상품을 개발하지 못한 채 헤매다 2015년 출시한 초베스트셀러 훙유몐피(洪油麵皮)가 위기 상황에서 터진 영양가 만점의 만루 홈런처럼 결정적인 효자 역할을 한 탓이다.

‘라면 같지 않은 라면’으로 불리는 이 브랜드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많다. 우선 면을 튀기지 않는다는 사실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쓰촨성 특유의 매운 맛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 역시 거론해야 한다. 독특한 식감과 맛의 넓고 질긴 면피도 인기 요인으로 부족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전통 라면과 차별화를 한 것이 성공의 요인이 아닌가 보인다.

판매 방식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선회하는 용단을 내린 것도 아콴의 쾌속 질주를 가능하도록 해준 요인으로 꼽아야 한다. 업계에서 최초로 라이브 커머스에 도전, ‘왕훙(인터넷 스타)’ 브랜드가 됐다면 더 이상 구구한 설명은 필요 없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식품업계 관계자 친지청(秦其成) 씨는 “아콴 같은 작은 후발주자가 거대 공룡 기업과 전통적인 방식으로 승부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라고 해야 한다. 아콴은 이 사실을 일찍부터 잘 알고 있었다. 실행에도 옮겼다. 앞으로는 더욱 온라인 판매를 강화, 이 부분에서만큼은 업계의 선두주자를 자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콴 경영진의 전략이 정말 탁월하다고 극찬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명 식품 기업들인 싼즈쑹수(三只松鼠), 스낵 브랜드로 유명한 바이차오웨이(百草味), 왕훙으로 유명한 리쯔치(李子柒)의 회사 항저우웨이녠(杭州微念)과 함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사업에 나선 것도 신의 한수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정도로 성공했는지는 역시 통계를 살펴봐야 잘 알 수 있다. 업계 자료에 의하면 2018년 아콴의 OEM 사업 매출은 고작 2000만 위안(元·37억2000만 원)에 불과했다. 전체의 5%로 거의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이후 왕훙 브랜드의 급부상으로 매출이 폭발, 2020년에는 1억5000만 위안으로 늘어났다. 2021년에는 2억 위안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른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공격적 경영은 새로운 소매 브랜드들의 증가에 크게 기여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이커머스 채널의 사업도 쾌속 항진을 거듭했다. 이에 따라 온라인 판매 수익 역시 급속도로 늘어났다. 2021년 기준으로 6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쓰촨성 청두에 소재한 아콴의 공장. 조만간 훙유몐피에 필적할 베스트셀러를 출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제공=신징바오.

아콴은 현재 연 매출액만 4억 위안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훙유몐피에 필적할 만한 후속 브랜드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동안의 경영 전략으로 볼 때 조만간 2∼3종 정도는 출시돼 시장의 호응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아콴의 질주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이런 현실에서 투자자들이 아콴에 눈을 돌리지 않을 까닭이 없다. 훙유몐피가 히트한 2015년부터는 1년 평균 1억 위안 전후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장도 기대되고 있다. 만약 1∼2년 내에 성공할 경우 바로 최대 10억 위안 전후의 몸값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아콴이 진정한 유니콘이 되려면 해결해야 할 일들도 많다고 해야 한다. 우선 온라인에 비해 태부족인 오프라인 판매망의 확충이 시급하다. 아무리 온라인 시대라고는 해도 ‘유통이 왕’이라는 금언을 상기한다면 진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캉스푸 등과 비교할 경우 너무나도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인지도의 제고 역시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홍보 방면에서도 온라인 판매와 OEM 사업에 기울이는 공격적 경영 스타일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캉스푸 등이 구축해 놓은 아성을 절대 넘지 못한다.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생각으로 지금이라도 인지도 제고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 요즘은 적은 지출로 엄청난 광고 효과를 볼 수 있는 온-오프라인 채널들이 많다.”는 4차 산업 평론가 팡둥훙(方東洪) 씨의 말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기업 규모를 더욱 키울 필요도 있다. 현재의 11억 위안대의 매출액으로는 아무래도 발전이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기세로 볼 때는 마음만 먹으면 수년 내에 덩치를 두 배 정도 키우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보인다.

현재 아콴의 제품은 전 세계 50여 개 국에 수출되고 있다. 기업 규모가 두 배 정도 커질 경우 수출 대상국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아콴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브랜드로 우뚝 서지 말라는 법이 없다. 중국 내에서 캉스푸 등과 진검승부를 벌이는 것 역시 가능하지 않을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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