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글로벌 투자업계의 지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일본 이름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은 벤처 투자에 관한 한 동물적 감각을 자랑한다.

비록 올해 상반기에는 무려 60조 원 가까운 손실을 기록했으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완전 ‘마이더스의 손’이었다고 해도 좋았다. 손을 대는 사업들이 그야말로 하나 같이 초대박을 쳤다.

당장 불과 20여 년 만에 세계적 전자상거래 공룡으로 성장한 알리바바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지난 세기 말 대대적 투자를 결행한 사실 하나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동물적 감각 운운이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고 해야 한다.

광둥성 선전에 소재한 팻팻의 본사 직원들. 시인 타도를 목표로 하고있다.[사진=팻팻 홈페이지]

중국에는 이외에 손정의가 성공을 확신하고 투자를 결행한 스타트업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아동복 패션 플랫폼도 있다. 조만간 홍콩이나 미국 증시에 상장될 것으로 전망되는 팻팻(PatPat)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엔젤투자자들이 총 8억 달러를 투자해 팍팍 밀어준 덕분에 미국 아동복 업계의 공룡 커터스(Carter’s)를 넘어 아마존까지 무색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설립 8년여를 맞는 지금은 전 세계 11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서 약 2500만 명의 충성도 높은 사용자를 보유한 아동복 전자상거래 업체로 우뚝 섰다.

취급하는 품목도 신발, 액세서리, 가정용품 등으로 늘어났다. 2022년 상반기 기준의 기업 가치가 최소한 3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투자액이 1억6000만 달러에 불과하다면 손 회장은 진짜 탁월한 선택을 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팻팻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얼핏 보면 중국이 아닌 외국, 특히 미국 업체로 오해하기 쉽다. 심지어 상당수 중국인들도 자국 업체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공동 창업자인 후멍(胡萌), 왕찬(王燦), 가오찬(高燦) 등 3명이 모두 중국인인 사실을 상기하면 분명한 중국 회사라고 해야 한다.

본사도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에 두고 있다. 다만 카네기멜론대학에서 공부한 창업자들이 캘리포니아주 마운티뷰에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회사의 뿌리가 미국에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리다고 할 수는 없다.

원래 의류 산업은 하이테크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아예 로테크라고 단언해도 좋다. 한국의 패션 기업들 대다수가 생산을 서남아시아의 스리랑카 같은 국가들에서 하더라도 브랜드의 권위를 별로 어렵지 않게 유지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시장의 진입 장벽이 상당히 낮다. 기본적으로 시장이 레드오션이라고 단언해도 좋다. 그럼에도 팻팻은 이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는 정도가 아니라 쾌속진군하고 있다. 지금은 미국의 10대들에게 아마존보다 더 유명한 해외 직구 패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패스트패션(빠른 유행에 맞춰 옷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시스템)의 제왕’ 시인(希音. 영문명 쉬인Shein)과 거의 쌍벽을 이루고 있다.

팻팻의 제품들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도 인기가 폭발하고 있다. 미국용 광고를 살펴보면 현실을 잘 알 수 있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이처럼 레드오션 시장에서 팻팻이 뜨고 있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중국 브랜드라는 사실을 굳이 고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은 짝퉁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는 기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이 사실을 3명이 창업자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시인처럼 아예 중국적 특색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선택을 했다. 플랫폼과 상품의 질로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로 처음부터 방향을 정한 것이다. 미국의 소비자들이 간혹 “아니 이 브랜드들이 중국 것이었다는 말인가? 우리 미국 것이 아니고!”라면서 놀라는 것은 다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

이뿐만이 아니다. 처음부터 크로스보더(국영을 넘나드는 해외 직접 구매와 해외 직접 판매) 전자상거래 회사를 표방한 것 역시 주효했다. 해외 직구가 유행할 것이라는 사실을 수년 전에 이미 간파했다는 말이 된다.

주요 공략 대상으로 해외의 중, 저소득층 및 MZ 세대와 가족들을 공략한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진짜 그런지는 가격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비슷한 의류일 경우 아마존의 거의 3분의 1 가격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서는 독일 유학 시절 팻팻이 미국 회사인 줄 알고 충성 고객이 됐다는 베이징의 30대 워킹맘 쑹치(宋琦) 씨의 설명을 들어봐야 이해가 더 잘 될 것 같다.

“남편과 나는 유학생인 탓에 경제적 여유가 정말 없었다. 가능하면 싼 가격의 옷을 아이에게 입혀야 했다. 그런데 주위의 동료 유학생들을 보니 팻팻에서 많이 구입하는 것이었다. 트렌디하고 세련된 옷들이 아마존의 3분의 1 가격인데 어떻게 구입하지 않겠는가? 귀국한 이후 지금까지 충성 고객으로 있다. 아이 하나를 더 낳고 싶은 생각이 있을 정도이다.”

시인처럼 패스트패션 개념을 도입한 것도 거론해야 할 것 같다. 이를 위해 팻팻의 임직원들은 빅데이터를 활용, 사전에 현재의 패션 트렌드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을 늘 잊지 않고 있다. 덕분에 지금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아동복 시장에 대한 니즈를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이점을 120% 활용한 경영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아닐까 싶다. 글로벌 키즈 시장에서는 이른바 바링허우(八零後. 80년대 출생)와 주링허우(九零後)가 부모 세대가 되면서 개성을 비롯해 IP, 비주얼 등의 키워드가 중요한 판매 포인트가 될 수밖에 없었다.

팻팻은 이에 주목, MZ 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해외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이는 팻팻이 2022년 7월 말을 기준으로 페이스북 페이지에 약 65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사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엄마 커뮤니티를 통해 충성도 높은 사용자를 대량 확보하는 전략도 주목할 만하다. 팻팻은 설립 당시 구축해놓은 자체 웹사이트 및 플랫폼을 지금까지 잘 운영하고 있다. 독립 스테이션 방식의 판매 채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주요 트래픽은 모바일 기기에서 발생하고 있다. 또 앱의 설계 로직은 시인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이 정도면 괜찮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팻팻은 혹시 모를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 유저를 잃지 않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분명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활발하게 운용하고 있는 팻 라이프 커뮤니티의 존재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커뮤니티를 통해 사용자인 부모들은 자녀들의 이른바 OOTD(Outfit Of The Day. 오늘의 복장)를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자녀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자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이들의 자녀들이 어떤 스타일링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경쟁심에 불을 댕겨 판매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본사 인근 광저우(廣州)시를 비롯한 대륙 곳곳에 잇달아 지점을 세우면서 공급망을 확대한 것 역시 ‘신의 한 수’라고 해야 한다. 이 체인을 일찌감치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디지털화한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지난 8년여의 성장 과정, 손정의 회장까지 확실하게 꽂힌 현실 등만 감안해도 팻팻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진짜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시장 경쟁, 아무래도 낮을 수밖에 없는 영업 이익률 등의 문제를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조기에 해결이 가능할 경우 올해 내에 상장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팻팻이 최근 시장 가치의 규모가 10배나 큰 시인을 반드시 추월해야 할 최종 목표로 정한 것은 다 이유가 있지 않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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