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허태임(국립백두대간수목원 연구원)】 오월의 끝자락에 울릉도에 왔다.근 십 년 만이다.그전에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왔었다.내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았던 식물분류학연구실은 울릉도와 독도의 식물을 대상으로 섬 식물의 진화를 탐구하던 곳이었다.연구실 입구에는 호실을 알리는 숫자와 ‘울릉도·독도연구소’라는 이름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학위 과정 동안에 울릉도와 독도를 수차례 오가며 그곳의 식물상을 밝히고 독도에 사는 우리 고유식물 3종을 찾기도 했다.이름도 예쁜 섬초롱꽃과 섬기린초와 섬괴불나무를.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강원도로 일자리를 옮기면서 나의 연구 주제는 자연스레 내륙의 식물들에 초점이 맞춰졌다.그러는 동안에 나는 울릉도를 잊고 지냈는지도 모른다.상기된 마음을 좀처럼 가눌 수 없었던 울릉도 첫 입도의 순간을 기억한다.툭하면 뱃길이 끊겨 출항의 기약 없던 그 섬에서 식물 탐사에 매달렸던 시간, 낯선 섬 식물의 종류와 실체를 정확히 알기 위해 고투했던 낮과 밤의 시간……
【뉴스퀘스트=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지리산(智異山)!이름조차 벅차고 가슴 설레는 그 무엇이 있다. 동쪽으로 산청, 북으로 남원·함양. 서쪽이 구례, 남쪽이 하동.백두산에서 흘러왔다고 두류산(頭流山), 신라 오악의 남악으로 어리석어도 오래 머물면 이치를 깨닫게 된다 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숨어들었다.삼신산 가운데 방장산(方丈山)이라 한다. 1967년 지정된 국립공원1호다. 천왕봉·반야봉·노고단의 3대 주봉을 비롯해 1,500미터 넘는 봉우리도 열 개 이상 된다.피아골·뱀사골·화엄사 등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는 계곡과 동쪽은 남강, 서쪽은 섬진강이 흘러간다.화엄사, 반야봉, 쌍계사오전 5시 50분, 남원 인월 버스정류소 근처에 예약해 둔 개인택시가 먼저 와 있다.백무동까지 2만 원, 화엄사까지 5만 원이라는데 우리가 타고 간 차는 두고 고불고불 산길을 30분가량 달려서 6시 30분 마한시대 성(姓)이 다른 장수 세 명이 지켰다던 성삼재에 도착한다.택시요금 3만 5000원.
【뉴스퀘스트=허태임(국립백두대간수목원 연구원)】 나는 애써 정원을 가꾸지 않는다.내게 마당은 그곳에 잠입하여 스스로 자라는 식물을 관찰하는 공간일 뿐이다. 나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그 친구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찾아왔는지를 곰곰 생각하면서 말이다.원예학을 전공한 후배 J는 나와 달리 마당과 정원을 살뜰히 가꾼다. 그에게 마당은 다양한 재배식물을 기르는 실험실이다.아끼는 구근(球根)이라며 후배는 지난봄에 내 마당에 ‘글로리오사’라는 식물의 뿌리를 잔뜩 심어두고 갔다.글로리오사는 백합과와 유사한 콜키쿰과에 속하는 글로리오사속 원예재배식물을 통칭해서 부르는 이름이다.이들을 과거에는 백합과로 구분하였으나 최근 식물 DNA 해독법은 콜키쿰과로 구분한다. 글로리오사라는 이름은 두 단어로 이루어진 학명의 첫 번째 단어를 딴 것이다. '우리 인간을 말하는 학명은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이다. 그중 첫 번째 단어 ‘Homo’는 유인원류를 통칭하는 명사다.이 호모 가운데 다른 종
【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9시 45분 덕유산 소금강 월성계곡 주차장. “황점통제소 등산로”를 입력해야 목적지로 안내 한다.벌써 관광버스 몇 대가 먼저 와서 요란스럽다. 산에 올라갈 준비운동을 하는 이들, 다리 밑에 상을 차린 사람들까지 왁자지껄, 엉망진창이다.힘차게 내려오는 계곡물소리 들으며 걷는 길에 비목·누리장나무 열매가 빨갛게 단장하고 유혹한다. 10시 정각, 삿갓재 탐방로 입구에는 쪽동백·산뽕·굴참·졸참·물푸레·병꽃·가막살·다릅·고추·생강·신나무들이 물을 흠뻑 머금어 기세를 뽐낸다.30분 더 올라서니 여뀌, 물봉선 꽃이 물안개를 맞으면서 더욱 붉고 박달나무에 걸음을 멈춘다.물빛을 받은 적갈색 몸매는 독특한 색깔을 더하는데 신성한 단군수(檀君樹).무겁고 단단해서 홍두깨·방망이·수레바퀴로 썼으니, 이보다 굳센 나무가 있었던가? 나무다리 밑으로 계곡물이 콸콸 흘러가고, 바위는 돌이끼에 덮여 세월에 견딘 흔적이 뚜렷하다.물을 채우는데 함박꽃나무, 산수국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