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비봉산 주변에 봉황이 날아가지 못하도록 여러 가지 땅이름을 지었는데 일종의 비보(裨補)인 셈이다.고아읍 근처 마을에 그물을 쳐 막았다는 망장리(網障里), 목마르니 단물이 흐르는 감천(甘川)이요, 수컷과 놀도록 암컷을 의미하는 황산(凰山), 대나무 열매를 많이 먹으라고 곳곳마다 죽장리(竹杖里), 만발한 꽃에서 온갖 새들과 즐기라며 만화백조(萬花白鳥)의 화조리(花鳥里), 봉황을 맞는 영봉리(迎鳳里), 새들과 같이 춤추라고 무래리(舞來)·무을(舞乙),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주변에 봉란(鳳卵)을 의미하는 야트막한 산을 여러 개 만들기도 했다.모든 땅이름이 봉황에 맞춰져 있으니 대단한 조상들이라 느낀다.모든 땅이름이 봉황에 맞춰져한때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선산출신 기자와 봉황이며 오동나무에 얽힌 지명을 얘기했다.“땅이름 하나에도 애지중지 했지만 도읍이 되지 못한 건 무엇 때문일까요?”“…….”“봉황이 깃드는 오동나무가 없어서 그래요.”“아
【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단계 하위지 선생 유허비를 보면서 골목길 지난다.비가 내려선지 안개 가득하고 2월 하순, 농사 준비하느라 거름냄새 나는데 싫지 않다.오늘은 9시 10분 구미시 선산보건소 도착해서 천주교회, 절집을 지나 9시 30분경 앙증스런 새순에 물방울 달고 있는 버들개지를 만난다.버들개지는 버들강아지와 복수 표준어인데 사실은 버드나무 꽃봉오리다.인(燐)성분이 많아 비 오는 날 밤 귀신같은 불이 보인대서 귀류(鬼柳), 뿌리에서 아스피린을 얻는다.두통, 옻, 황달에 꽃을 달여 먹기도 하는데 기운을 뺏길 수 있으니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그래선지 집안에 심는 것을 꺼렸다.암수 딴 그루로 낭창낭창 잘 휘어서 노류장화(路柳墻花), 담 위의 장미나 길가의 버들가지처럼 쉽게 꺾여 기녀를 가리키는 대명사로 불린다.봄날 사랑하는 임과 헤어질 때 버들가지를 꺾어주었는데 정절을 지킨다는 것과 여자의 젊음은 오래가지 않으니 빨리 돌아오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백
【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내소사 들어가는 숲길에 나도밤나무가 아름답다.율곡(栗谷) 선생이 어렸을 때 나이 스물이 되면 호랑이한테 잡혀 먹힐 수 있으니 꼭 밤나무 일천 그루를 심으라고 도사가 일러줬다.세월이 흘러 다시 찾아와 나무를 세어보니 한 그루가 부족했다.속였다고 버럭 화를 내며 율곡을 데려가려 하자 옆에서 “나도 밤나무요” 하고 외치는 순간 도사는 호랑이로 변해 죽고 마지막 한 나무는 나도밤나무가 되었다.밤나무, 너도밤나무는 참나무와 한 집안이지만 나도밤나무는 밤나무와 다른데 열매도 산벚이나 팥배나무를 닮은 나도밤나무과이다. 잎도 비파나무와 밤나무를 합쳐 놓은 듯하다.변산팔경에 취하고 내소사에 젖어들고내소사는 백제 무왕 때 소래사(蘇來寺)로 세웠으나, 백제를 치러 당나라 장수 소정방(蘇定方)이 왔다고 해서 내소사(來蘇寺)라는 것이다.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전나무 숲길이 좋다. 관음봉(觀音峰)을 능가산이라고 하는데 능가는 능가경, 대승(大乘)경전으로 석가
【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9월 하늘은 맑고 높다.대전에서 7시 30분 출발. 자동차에 월명암을 입력하고 왔는데 종착지는 터널로 안내한다. 터널을 나갔다 차를 돌려 내변산 공원안내소에 도착하니 9시다.광장 식수대에서 물을 채우고 세봉, 관음봉 쪽으로 오르려다 월명암에 먼저 들르기로 했다.조금 걸어 까마귀베개나무를 지나고 멸종위기식물원에 실거리·미선·모감주·이나무를 심어 놓았다.바로 길 너머 실상사 목탁소리가 맑다.묘각에서 유래된 모감주나무가 절 집과 잘 맞는다. 여름철 빗물에 떨어지는 꽃이 마치 황금색 비와 같다고 해서 골든 레인 트리(golden rain tree), 근심을 없애는 무환자(無患子)나무 식구다.열매로 염주를 만든다고 염주나무, 가장 높은 경지에 도달한 보살(bodhisattva 菩提薩陀, 구도·수행자)을 묘각(妙覺), 염주를 이르는 주(珠)를 붙여 묘각주에서 모감주, 무환자가 모감주로 굳어졌을 것이다.병풍처럼 둘러싼 봉우리들누리장나무 열매는
【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구름은 해를 가렸다 열었다 한다.흙산(肉山)인 산세는 순하고 둥그스름하다.건너편 용마능선이 갈기를 휘날리며 달려오듯 안개구름이 한바탕 흘러가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광주호를 바라보니 담양 추월산이 흐릿하다.정상의 3개 바위봉은 군사시설이 턱 버티고 있어 안타깝게 못 간다. 2012년 12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모두 이쪽으로 오세요. 중머리재 쪽이 광주 시가지, 오른쪽은 광주호인데 소쇄 양산보, 면앙정 송순, 고봉 기대승, 제봉 고경명, 송강 정철 등의 풍류가 깃든 곳입니다.”몇 사람은 벌써 저만치 입석대 쪽으로 내려간다. 인걸은 지령이라 했거늘 무등의 바위는 김 장군의 얼굴처럼 햇살에 찡그린 듯하다.민중의 한이 서린 남도 제일산무등산 자락 외딴 초가집에 가난한 부부가 있었다.중국 사람이 찾아와 돈 많이 줄 테니 재워달라고 했다. 몰래 미행을 하는데 땅속에 알을 넣자 닭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몇 달 뒤 다시 온다며 자기 나
【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지리산 휴게소에서 쉬어간다.새벽 5시에 나섰는데 6시 30분.“저 앞의 소나무 사이 조형물은 고속도로 준공기념탑입니다. 이성계가 황산전투에서 달을 끌어놓고 싸웠다 해서 인월(引月)이라 부르는 동네가 건너에 있습니다. 죽은 왜적들의 피가 흐른 강에 피바위가 있어요.”아침 일찍 출발해서 도로는 한적하다.광주로 들어가지 않고 고서 갈림길에서 창평 나들목으로 광주호를 지나자 식영정, 취가정, 소쇄원이 반갑다.새천년 무렵 문인대회 참석을 위해 식영정에 오면서 천석고황(泉石膏肓)이 됐다.인공호가 생기기 전엔 정자 아래 배롱나무 여울인 자미탄(紫薇灘)이 흘렀다고 하는데, 그 많던 풍류와 애환은 수몰되고 이름만 남았다.조선 중기 정자의 주인 임억령과 김성원, 고경명, 정철을 식영정사선(息影亭四仙)이라 한다.김덕령 장군이 백마 타고 달린 곳식영정은 성산별곡의 고향이고 성산(星山)은 이곳 창평면 지곡리 산이다.달리는 차창의 오른쪽 논밭 너머 어렴풋이
【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옛날 욕심 많은 왕이 손에 닿는 것마다 황금이 되게 해 달라고 빌었다.신은 소원대로 해 주었다.왕은 닥치는 대로 황금을 만들어 탐욕을 채웠다. 그런데 딸이 달려와 안기자 그마저도 금붙이가 된다.대성통곡하며 딸을 다시 인간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지만 마타리 꽃으로 환생했다. 욕심쟁이 왕 이름은 미다스(Midas).마타리는 희생적인 사랑의 상징이다. 꽃은 초가을까지 노랗게 피고 잎에 잔잔한 톱니가 있다. 어린잎은 나물로 먹고 뿌리에서 썩은(敗) 된장·젓갈(醬) 냄새 난다고 패장(敗醬)이라 했다.그러나 민간에선 열을 내리고 고름을 없애 이뇨(利尿)·맹장·자궁염·충혈·종기에, 잎을 말려 막걸리에 가루로 타 먹으면 치질에도 효과 있다고 알려졌다.뚝갈과 구분하기 어렵지만 꽃이 피면 뚝갈은 흰색이다.“마타하리, 마타리, 말다리, 막타리.”“되게 헷갈려.”“마타하리는 여명의 눈동자 미모의 스파이, 꽃대가 길어서 말다리, 막타리는 아무데나 막 자라는
【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오후 4시 산정호수에 도착하니 소나기 제법 굵어졌다. 7월 28일 토요일, 습도 높아 날은 더 푹푹 찐다.인상 좋은 여관 주인은 정갈스럽게 방을 정리해 놨다. 샤워하고 밖에 옷 말리라며 빨래 건조대까지 내어 준다.묵밥과 이동막걸리 한 잔, 산정호수 물빛은 저녁 안개에 절경이다. 둘레길 3킬로미터 정도, 물안개 따라 걸으니 오늘 호수 길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덤이다.맞은편 산 구름이 걸렸고 소나무와 어우러진 검붉은 노을은 호수 둥둥 떠다니다 물에 빠졌다.이름까지 아름다운 호수는 일제강점기 만든 산중 우물 같은 산안저수지, 산정(山井)호수로 이름났다. 한국전쟁 전에 38선 이북, 북한 땅이어서 김일성 별장 터가 있다.억새밭 위에서 일망무제를 품에 안다새벽 5시 일어나 바쁘게 짐을 싸는데 어젯밤 밖에 널은 옷은 덜 말랐다.잠깐 걸어 주차장 길 건너 마을 안쪽으로 올라간다.이른 시간이라 상점 문 연 곳 없어 물 준비 못했지만 계곡물 믿고 그
【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9시 45분 덕유산 소금강 월성계곡 주차장. “황점통제소 등산로”를 입력해야 목적지로 안내 한다.벌써 관광버스 몇 대가 먼저 와서 요란스럽다. 산에 올라갈 준비운동을 하는 이들, 다리 밑에 상을 차린 사람들까지 왁자지껄, 엉망진창이다.힘차게 내려오는 계곡물소리 들으며 걷는 길에 비목·누리장나무 열매가 빨갛게 단장하고 유혹한다. 10시 정각, 삿갓재 탐방로 입구에는 쪽동백·산뽕·굴참·졸참·물푸레·병꽃·가막살·다릅·고추·생강·신나무들이 물을 흠뻑 머금어 기세를 뽐낸다.30분 더 올라서니 여뀌, 물봉선 꽃이 물안개를 맞으면서 더욱 붉고 박달나무에 걸음을 멈춘다.물빛을 받은 적갈색 몸매는 독특한 색깔을 더하는데 신성한 단군수(檀君樹).무겁고 단단해서 홍두깨·방망이·수레바퀴로 썼으니, 이보다 굳센 나무가 있었던가? 나무다리 밑으로 계곡물이 콸콸 흘러가고, 바위는 돌이끼에 덮여 세월에 견딘 흔적이 뚜렷하다.물을 채우는데 함박꽃나무, 산수국 꽃
【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2차선 고속도로의 추월할 수 없는 불만에 산과 나무들이 위안을 준다.차창을 열면 아직 맑고 깨끗한 편이다. 가조 휴게소를 지나 달리면서 박유산(朴儒山)이 구름에 떠 있는데 그야말로 장관이다.라디오 볼륨을 더 높였다.“술 마시고 소리 지르는 것을 무엇이라고 합니까? ‘가’자로 끝나는데.”“미친 건가, 누구인가.”아닙니다. 정답은 “아빠인가.”“…….”요즘 아버지들의 수난시대다.이런 걸 라디오 프로그램에 내보내고 있으니 고함이라도 질러야 할 판이다.거창읍내 지나면서 산비탈 쪽에 강을 바라보는 호텔이 있는데 비 오는 날 하룻밤 지내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여 분 더 올라 수승대를 지나간다.수승대는 위천면 황산리 거북 바위일대다.나제 국경이었던 이곳은 신라로 가는 백제 사신을 근심으로 보냈다고 해서 수송대(愁送臺)였으나, 퇴계가 안의(安義)처가에 왔다가 풍경을 예찬하며 수승대(搜勝臺)로 바뀌었다 한다.거창은 어디든지 계곡이며
【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우리가 가야 할 청옥산까지 3.7킬로미터(관리사무소6.1). 백두대간등산로 댓재까지 거리 표시가 없는데 옆에서 6.3킬로미터라 일러준다.햇볕에 땀에 젖었던 옷이 좀 말랐다.10시 반경 다람쥐들과 헤어져 청옥산을 향해간다.하늘은 파랗고 뭉게구름도 흘러가지만 건너편 청옥산 정상으로 구름이 걸려 환상적이다. 지금부터 평지 같은 내리막길 걷는데 피나무 열매 풋풋하게 달렸다.방울 닮은 모시대·잔대 꽃이 여기저기 핀 능선 길은 즐겁다. 깊은 산길은 으레 그렇듯 신갈·철쭉·쇠물푸레·미역줄·싸리나무, 시닥·당단풍·물푸레·조릿대·병꽃·피나무들이 많다.오른쪽 능선 아래 동해는 뿌옇게 흐렸고 마가목·딱총·박달나무 고목들이 바다를 가렸다. 11시 넘어 박달재(관리사무소5.6·청옥산1.4·두타산2.3킬로미터)에서 물 한 모금.박달(朴達)은 백달(白達), 배달(倍達), 밝달과 통하고 밝고 크다는 새벌, 셔벌로 이어졌을 것이다.하늘에서 환웅이 처음 내려온 곳
【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대전에서 신탄진을 거쳐 경부선, 중부내륙, 영동고속도로를 달린다.동해까지 저녁 9시를 예상하고 둔내, 장평을 지나간다.벌써 30년 흘렀다.서울로 가기 위해 강원여객 버스를 타고 하루 종일 파김치가 돼야 마장동에 도착할 수 있었던 시절, 감회가 새롭다.그땐 완행버스라 안 들르는 데가 없었다. 횡계·진부·평창·장평·둔내·횡성·새말·원주·문막·양평·팔당……. 고생은 됐어도 당시의 정류소 풍경들 눈에 선하다.대관령은 이제 터널로 연결되어 속도감을 실감한다.버스마다 기어오르던 길옆에는 시멘트로 발려져 언제나 회색빛 아흔 아홉 구비 구절양장 길, 그 고생스럽던 대관령 찻길도 이젠 빛바랜 사진처럼 남아있을 뿐, 강릉을 지나 밤 9시 30분경 동해에 도착했다.두타산은 북평에서 가깝지만 8월 휴가철이라 방이 없을 것 같아 묵호 항구로 차를 몰았다. 내일 새벽 산행을 생각하며 가게 들러 자두, 복숭아 몇 개 샀다.“잘 만한 데 없어요? 이 근처에……
【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앞에서 계속)대자암 반대쪽 계곡으로 올라가는 길, 배고프지만 모기들이 떼거리 달려들어 앉을 곳이 없다. 에라, 모르겠다. 오후 1시쯤 잠시 휴식이다.땀에 젖은 장갑에 하얗게 손이 불었다.모기들의 습격으로 점심도 놓치고 가파른 길을 오른다. 자주색 꽃 산수국 한참 지나 건너편 다래나무는 은빛, 백화(白化)증상이다. 식물의 생리를 생각하면서 땀을 닦는데 결국 모기에게 당하고 말았다.“점심 먹고 가자.”“안 돼. 힘들어 못 올라간다.”“…….”이 정도로 어찌 달마의 두타행(頭陀行)(주7)에 비하랴.“웬 모기가 이렇게 많지?”연천봉고개 못 미쳐 계단 만드느라 일하는 사람들까지 모기타령이다.“일하는데 미안합니다.”“…….”일행은 지팡이를 쓰라 해도 불편한지 묵묵부답이다. 지팡이를 사용하면 피로를 줄일 수 있는데, 한 걸음 앞을 짚어 가면서 오른손, 왼손 바꿔 주면 좋다.팔꿈치를 구부렸을 때의 높이로 조절해 짚어야 하중을 분산시킬 수 있다.
【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계룡산(鷄龍山)은 닭의 벼슬을 한 형상이다.이성계가 도읍지를 정하려 이곳에 왔는데 무학대사가 산세를 보고 금계포란(金鷄抱卵)(주1), 비룡승천형(飛龍昇天形)이라고 하자, 두 글자를 따서 계룡산이라 하였다.음기가 강해서 도사, 무당이 많은 곳이다. 금남정맥(주3)의 끝, 845미터 천황봉을 주봉으로 관음봉(觀音峰), 연천봉(連天峰), 삼불봉(三佛峰) 등의 봉우리와 동학사·갑사계곡 일대 경관이 빼어나 중국에도 알려졌으며, 신라 때에는 오악(五岳) 가운데 서악으로 불렸다.대전·계룡·공주·논산 등을 포함하여 196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계룡산을 중심으로 산과 물이 태극형세(山太極 水太極)라 신령스런 산으로 여겨왔다.남매탑 전설 뒤로 하고 갑사로아침 9시, 유성 나들목을 빠져나와 공주 방향으로 20분쯤 달리면 동학사 주차장인데 사람들은 모두 오른쪽의 천정골로 간다.8월이라 말채·굴참·쪽동백·당단풍·때죽·소나무들이 가지마다 무거운 잎들을
【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앞에서 계속)어젯밤 비가 내려선지 산마다 안개가 오락가락 한다. 관룡산에서 병풍바위쪽으로 가는데 병꽃·떡갈·신갈·사방오리·싸리·쇠물푸레·철쭉·진달래, 난티·쉬땅나무, 마타리·나리…….절벽에 매달린 산신각, 비들길10시 40분 갈림길(관룡사1·화왕산3.4킬로미터)인데 바위 앞에 서니 목탁소리 낭랑하다.병풍바위는 깎아선 절벽이어서 위험하다.뒷길로 돌아가는데 바위에 붙어사는 실사리, 생강·당단풍나무. 10시 45분 개잎갈나무로 부르는 낙엽송지대다.동굴에는 기도한 흔적이 역력한데 사람은 없다.물푸레·쇠물푸레·미역줄·산수국·병꽃나무를 지나 11시 구룡산(741미터, 부곡15·화왕산3.4킬로미터). 부곡온천 방향으로 가면 화왕지맥, 노단고개·심명고개·영취산으로 이어진다.철쭉·쇠물푸레나무 우거진 터널 길. 바위 능선에서 잠시 쉬었다 되돌아선다.저 멀리 비슬산 하얀색 관측소 따라 철탑이 산마다 마구 꽂혀있다. 정오 무렵 갈림길에서 청룡암으로 내
【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늦여름 아침 안개는 산 아래 있고 주차장에서 5분 걸어 옥천사 터를 둘러본다.8시 반, 아무리 폐사지라지만 이토록 흔적 없이 사라졌을까?악착스레 깨뜨린 것 같다.빈터에 잡초가 주인이다.신돈(辛旽, 遍照 ?∼1371)은 고려 말 승려. 본관은 영산(靈山), 아비도 모르는 옥천사 여종(寺婢)의 아들이라 해서 불우한 시절을 보낸다.전국을 방랑하다 홍건적을 물리친 김원명의 추천으로 공민왕 신임을 얻었으나, 귀족들의 방해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던 개혁적 정치가다.억새 따라 걷는 관룡산 길공민왕이 칼에 찔릴 지경인데, 어떤 중이 나타나 죽음을 면하게 된다. 이튿날 김원명이 신돈을 왕에게 보여주니 간밤의 꿈에서 본 중이었다.왕은 신돈으로 하여금 대궐에 불법을 강론케 하고, 청한거사(淸閑居士)라 일컬어 국정을 맡겼다. 절대적인 왕의 신임에 따라 신돈은 기득권으로부터 백성들을 구제해 주었다.전민변정도감(田民辨正都監)을 설치하여 불법으로 탈취했던
【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앞에서 계속)붉나무·미역줄·쪽동백·신갈·찰피·노린재·참회·쇠물푸레·사람주나무 지나 오후 1시가 되자 해미 쪽으로 안개가 벗겨졌다.5~6년 전 천진난만했던 서산마애불을 보며 감탄했었고 해미읍성에서 개심사까지 여름날 순례길 걷던 기억이 새롭다.5분 더 걸어 갈림길(주차장3.1·석문봉1.2·가야봉0.4킬로미터)에 닿는다.노린재·철쭉·물푸레·풀싸리·조록싸리·사람주·쪽동백·진달래·생강나무를 바라보며 철탑지대 가야산 정상(678미터)에 닿지만 표지석 하나 없다. 중계탑인지 뭔지 때문에 더 이상 못 가고 내려가기로 했다.가야산 정상에 표지석이 없다?지금 1시 15분, 내려가는 경사가 급한 곳으로 하트모양 잎이 달린 찰피나무, 잎맥이 뚜렷한 까치박달, 좀깨잎나무들이 그나마 위안을 준다.“…….”“선생님 정상 표지석이 어디 있습니까?”대뜸 “없어요.” 한다.산악회 산대장인 듯 자기네들도 아쉽고 맥이 빠졌다는 표정이다.갈림길(헬기장 0.9·상가리
【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7월 18일 토요일 새벽에 비가 내렸다.정부청사 숲에는 안개가 흐려 외계(外界)를 연상케 한다.대전에서 7시 50분 출발, 대전·당진 고속도로를 달린다. 햇빛이 없으니 에어컨을 끌 수 있어 좋다.예산 휴게소에 잠깐 들렀다가 아침 9시 덕산 시장에서 물과 먹거리를 샀다. 9시 40분 덕산도립공원 주차장엔 햇볕이 쨍쨍 내리쬔다.후끈 달은 포장길을 10여 분 지나자 길가에 호두·말채·살구나무, 일본목련이 푸른 잎을 자랑하고 있다. 껍데기를 벗겨 한약재로 썼다는 데서 일본목련을 후박(厚朴)이라 부르기도 한다.남연군묘 앞에 세운 석양(石羊)남연군묘(南延君墓) 팻말을 따라 간다. 고개 들어 주변을 훑어보니 산세가 예사롭지 않은데 오른쪽이 옥양봉, 가운데 석문봉, 왼쪽으로 가야봉이다.남연군묘까지 되돌아오는 데 10킬로미터 정도 5~6시간 예상하고 있다. 10시쯤 제각비, 가야사지, 남연군묘가 한 곳에서 자리다툼 하는 듯 안내판이 제각각이다.망주
【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앞에서 계속)20분 후 일월산 표지석 앞으로 돌아왔는데 여태껏 치우지 않았다.새해부터 피해를 주는 이런 산악회 때문에 건전한 등산객까지 욕을 얻어먹게 되는 것이다. 다른 곳으로 표석을 옮겨야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정오 지나 눈이 녹지 않은 동쪽 사면을 걸어가는데 당단풍·신갈나무 흰 눈 속에 섰고 다래덩굴에 연신 머리를 부딪친다. 따라오던 일행이 한마디 거든다.“키 크니 손해 보는 때도 있네요.”일자봉에서 바라본 검마산·백암산거의 50분 걸었다. 오후 1시경 일자봉인 일월산(日月山 1,219미터), 쿵쿵목이0.5·KBS중계소1.5·월자봉1.8·윗대티2.8·용화선녀탕2.7킬로미터다.눈이 쌓였지만 햇살이 따뜻한 양지바른 곳인데 멀리 일망무제, 뾰족 올라온 것이 검마산·백암산일 것이다.해맞이 행사를 위해 난간을 광장처럼 넓게 만들어 놓았다. 표석 뒤에는 지역출신 소설가의 일월송사(日月頌辭)가 새겨져 있다.15년쯤 됐을까?
【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가파른 마지막 고개를 디뎌 다 올랐다고 여겼는데 산꼭대기 관광버스가 있는 줄 몰랐다.철책을 둘러친 통신탑 옆으로 산신제를 지내는지 사람들이 시립(侍立)하고 있다. 눈길을 밟아 땀 흘리며 두 시간 가량 올라왔는데 정상에 차들이 다녀 황당하기 그지없다.오른쪽으로 월자봉(0.4킬로미터), 왼쪽은 일자봉(1.4킬로미터)이다.야트막한 산길, 우리가 걸어온 동쪽은 하얗게 눈이 덮였고 햇살 좋은 서쪽은 바람이 불지 않아 따뜻하고 눈도 없다. 나무 타는 냄새, 길 아래 장작 태우는 연기다.“이 산에 집도 있네.”“아무리 우리가 멀리 왔대도 여기 사는 사람들한테는 뒷산일 뿐이다.”내림굿으로 대표되는 무속 성산바위에 한자로 월자봉(月字峰)을 굵게도 새겼다(1205미터, KBS중계소0.2·일월재1.4킬로미터). 동북쪽으로 울진의 통고산·천축산일 것인데 산 너머 동해는 구름을 가려 보여주지 않는다.사방으로 늘어선 산들마다 빛바랜 사진처럼 누렇다.가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