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한국 화장품에 비해 가성비 높은 제품으로 승부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중국은 화장품과 관련해서는 당당하게 명함을 내놓을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 한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의 브랜드가 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했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완전히 변했다. 국제적으로는 몰라도 최소한 중국에서는 ‘메이드 인 차이나’ 브랜드가 상당히 잘 먹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는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 화장품도 ‘메이드 인 차이나’가 대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상메이그룹의 본사 건물 전경. 토종 화장품 회사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사진=징지르바오(經濟日報)]

이 분위기를 대표적으로 주도하는 기업이 바로 2002년 상하이(上海)에서 고고의 성을 울린 상하이상메이(上海上美)화장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약칭 상메이그룹(영어명 CHICMAX)으로 불리는 업계 5위의 기업으로 그 어느 회사보다 자사의 브랜드들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한수(韓束)와 이예쯔(一葉子), 훙써샤오샹(紅色小象)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채 전 연령대 고객들을 위한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2021년 매출액은 90억 위안(元. 1조7910억 원) 전후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브랜드를 보면 역시 맞언니라고 해야 할 한수가 가장 잘 나간다. 2003년 출범한 초창기 브랜드로 안티에이징 스킨케어 제품을 주력 상품으로 하고 있다.

25세에서 40세까지의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초창기에 한류 스타 최지우를 모델로 내세운 광고가 크게 히트하기도 했다. 지금의 인기도 광고 탓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2014년 출범한 이예쯔는 한수 고객들보다는 조금 젊은 층인 10대 후반과 30대 중반의 여성들이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친환경 자연주의 브랜드라는 특징을 보유하고 있다. 마스크 팩 제품이 극강의 경쟁력을 자랑한다는 평판이 자자하다.

홍써샤오샹은 베이비 케이 브랜드로 가장 늦은 2015년에 탄생했다. 그래서 매출 역시 2021년 기준으로 20억 위안 전후에 불과하다.

한수와 이예쯔가 각각 35억 위안과 30억 위안 전후인 것에 비하면 다소 뒤쳐진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빠르게 격차를 줄이고 있는 만큼 조만간 선배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시장에서 앞으로는 더욱 잘 나갈 것이 확실한 상메이그룹의 경쟁력 원천은 역시 하나둘이 아니다. 우선 세 개의 브랜드에서 나오는 다양한 제품 라인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베이징에서 화장품 판매 사업을 하는 자오옌시(趙燕喜) 씨의 설명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상메이그룹의 제품 라인업은 한국 기업들에 못지않다. 스킨케어를 비롯해 색조 화장품, 클렌징, 베이비 케어 분야의 제품 등이 정말 다양하다.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그게 상당한 도움이 된다. 앞으로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의 노력으로 볼 때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

한국 제품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역시 톡톡히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한수를 비롯한 상메이그룹 브랜드들이 론칭한 제품들은 크게 비싸지 않았다.

반면 질은 한국 제품들이라는 착각을 들게 할 정도로 시간이 갈수록 괜찮아졌다. 일부 고객들이 한수 브랜드의 제품을 한국 것으로 착각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앞으로도 큰 폭으로 값이 오를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낮은 가격의 제품군으로 3, 4선 도시들부터 집중 공략한 것도 먹혀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상메이의 영업 방법은 농촌을 집중 공략한 후 도시를 포위한다는 과거 공산 홍군(紅軍)의 전략과 비슷했다고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지금은 3, 4선 도시 공략에 성공한 후 진짜 여세를 몰아 1, 2선 메가시티들을 대상으로 시장 점유율 올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유명 배우 디리러바(迪麗熱巴)를 내세운 상메이그룹 산하 이예쯔의광고. 홍보에 진심인 상메이그룹다운 광고라고 할 수 있다.[사진=징지르바오]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微信. 위챗)을 활용한 마케팅은 거의 ‘신의 한 수’였다고 봐도 좋다. 한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2010년 이후부터 활성화되자 무릎을 쳤다.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마케팅 전략을 곧바로 생각해낸 것이다.

2014년에는 웨이신커머스 사업부까지 설립,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 이 전략으로 한수는 당시 채 50일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2억 위안 가까운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이해에 최고의 웨이신커머스 업체로 선정된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꼼수보다는 실력으로 승부하는 전략 역시 통했다. 이는 상메이그룹의 연구 인력이 일반 다른 회사들보다 상당히 많은 300여명 가깝다는 사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이들 중 7명은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는 초S급 인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메이그룹 브랜드의 제품들이 질에 관한 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한다.

이외에 제품들을 방송에 적극 노출시키는 전략, 총 매출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난 온라인에서의 판매 집중 노력, 적극적인 광고 행보 등 역시 거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말할 것도 없이 상메이그룹이 가야 할 길은 멀다. 무엇보다 100억 위안도 채 되지 않는 매출액이 너무 적다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 대거 늘릴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역시 1, 2선 도시를 더욱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전략 변화도 필요하다. 이는 다시 말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줄어든 오프라인 매장을 이제는 늘릴 필요가 있다는 말도 된다.

한국 짝퉁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중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다면 분명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보인다.

이에 대해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뷰티숍을 운영하는 자메이룽(賈美蓉) 씨는 “초창기에 한국 제품을 모방하듯 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럴 경우 성장에 한계를 분명히 느끼게 될 것”이라면서 상메이그룹이 향후 짝퉁 이미지의 개선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꾸만 미뤄지는 홍콩 증시 상장 노력도 필요하다. 올해에만 벌써 두 번이나 상장이 연기됐다는 것은 기업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주는 만큼 완벽하게 준비해 상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이 경우 상메이그룹의 시가총액은 최소 200억 위안 이상은 될 것이 확실하다.

중국의 화장품 시장은 조만간 1조 위안 시대에 돌입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뷰티업체들의 활동 공간이 향후에도 엄청날 것이라는 결론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엉뚱하게 헛발질만 하지 않는다면 상메이그룹 역시 이곳에서 떨어지는 파이의 상당 부분을 챙기는 것이 가능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들이 상메이그룹의 매출이 수년 내에 500억 위안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하는 것은 이로 볼 때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글로벌 뷰티 기업 상메이그룹의 탄생이 눈앞에 오고 있다고 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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