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때 가볼만한 곳] 그 곳 가면 가슴이 따뜻해지네!

[강진=트루스토리] 이민호 기자 = 온통 푸르다. 동이 터오기 전 먼 바다로부터 안개처럼 서서히 밀려드는 푸른 기운은 하늘과 바다의 공기를 팔딱이는 생선처럼 푸른빛으로 물들이면서 “아, 여기가 항구다”하는 것을 느끼게 한다.

전남 강진군 마량항. 강진군 최남단에 위치한 항구 마량은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항구가 있는가라고 감탄할 정도로 정갈하고 말쑥하다.

 
바다를 한 눈에 내려다보기 위해 비스듬히 언덕짐 마을로 올라가본다. 마치 그리스의 해안마을처럼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언덕에는 통상적인 어촌과는 다르게 집집마다 꽃을 가꾼 예쁜 집들이 층을 지어 들어서 있고 마을 아래 선착장 역시 방금 비질을 한 것처럼 깔끔하다. 바다와 바다 한가운데 동그랗게 자리하고 있는 까막섬과 까막섬 뒤로 겹겹이 곡선을 그으며 춤추듯 펼쳐지는 다도해 특유의 스카이 라인이다.

새벽빛이 어둠을 밝히기도 전부터 부지런한 어선들은 바다로 나아가고 방파제에서는 돔, 농어, 우럭 등을 잡으려고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이 점점이 윤곽을 드러낸다. 그런가 하면 3일과 8일에는 새벽부터 5일장을 여는 장꾼들의 발길도 분주하다. 모두 희망으로 하루를 여는 사람들이다.

강진 마량항은 자연과 사람이 다 아름다운 곳이다. 5일장에 가보니 농사지은 곡식들을 들고 나와 전을 펴는 아주머니와 집에서 태어난 강아지 다섯 마리를 데리고 나와 새 주인을 찾아주려는 할머니의 모습도 보인다. 서로 익숙한 얼굴들이어서 삼삼오오 둘러앉아 배추쌈으로 요기를 하는 모습이 정다워 보인다

취재를 나왔다고 말하자 화를 내기는커녕, 밥 한 숟가락과 된장을 발라 한 쌈 먹어보라고 권한다. 마치 30년 전 시골에서 느낄 수 있던 소박한 인정이 아직도 남아 있음을 보며, 그것만으로도 마량에 온 즐거움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량항 포구에서 200미터 정도 떨어진 까막섬은 자칫 밋밋하기 쉬운 풍경을 다채롭게 해준다. 천연기념물 172호로 지정된 키가 10미터가 넘는 아름드리 후박나무가 숲을 이루어 온통 초록의 섬인데, 그 초록을 배경으로 하얀 새들이 떼를 지어 날아가는 모습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바다 위로는 쾌속정이 하얀 물살을 일으켜 물길을 만들고 공중으로는 새들이 하얀 선을 그으며 하늘길을 만든다.

바다로 돌출한 데크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토요음악회가 열린다. 해안을 정지해 공연장을 만들고 산책길과 횟집들이 들어서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흥겨운 공연이 끝나고 수평선부터 발갛게 물이 들기 시작하면 가족 단위로 모여 앉은 야외식탁에서는 싱싱한 전어회가 별미다.

집 나간 며느리도 전어를 굽는 냄새에 이끌려 돌아온다는 옛날이 나올 정도로 가을 전어는 식욕을 자극한다. 노을이 깊어가면서 항구에 대낮처럼 불이 켜지자 바다에 반영된 불빛이 육지보다 더 화려해 낮과는 또 다른 환상적인 색채를 연출한다.

마량항은 고금도와 연결되는 다리가 개통되면서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미항일 뿐 아니라 청정해역으로 싱싱한 생선회와 미역, 다시마, 전복 등 해조류가 지역의 특산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또한 해안선을 따라 들어 선 20여개의 횟집은 다른 곳과는 차별화 될 만큼 깨끗해 인상적이다.

이미 남도답사 일번지로 유명해진 강진이지만 마량항은 그 중에서도 하룻밤 머물며 그곳에서 새벽을 맞이하고 싶은 항구다. 풍경도 아름답고 인심도 따듯해 농촌의 행복을 가슴으로 만끽할 수 있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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