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등 새 주주 참여…서울시, 1천억원 규모 시민펀드 조성해 지분 참여

[트루스토리] 이강욱 기자 = 민자로 건설돼 사업시행자와 요금 갈등을 빚은 서울지하철 9호선에서 기존 대주주였던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이하 맥쿼리) 등이 최종 철수하고 운임 결정권을 서울시가 갖게 됐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요금인상 문제로 많은 갈등을 겪어왔던 지하철9호선을 안정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23일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와 변경실시협약을 체결해 지난해부터 1년 여 간 추진해 온 ‘지하철9호선 사업 재구조화’를 마무리하고, 혁신적인 운영모델을 정립했다고 밝혔다.

이번 서울형 민자사업 혁신모델인 ‘지하철9호선 사업 재구조화’의 주요 골자는 ▲민간사업자 주주 전면 교체 ▲운임결정권 서울시로 이전 ▲민간사업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MRG 지급 폐지 ▲사업수익률을 시중금리에 알맞게 하향 조정 ▲관리운영비 절감 ▲국내 최초로 1천억원 규모의 ‘시민펀드’ 도입 등 지하철9호선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시 재정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지난해 7월부터 사업 재구조화에 대한 검토에 들어가 올해 1월 지하철9호선 전담팀을 구성하고, 3월부터는 변호사·회계사·교통전문가 등이 포함된 협상단을 꾸려 신규투자 예정자들과 실시협약 변경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으며, 8월부터는 실시협약(안)에 대한 서울공공투자관리센터 검증, 계약심사단 심사, 기획재정부 협의(PIMAC 협의 포함) 등 전문기관의 검증과 심사과정을 거쳤다.
 
맥쿼리 손 떼고 교보생명·한화생명·신한은행 등 새로운 투자자 참여

시에 따르면 먼저 사업 재구조화에서 가장 크게 바뀌는 부분은 기존 건설·재무투자자가 빠져나가고 2개의 자산운용사와 교보생명·한화생명·흥국생명 등 재무투자자 11개사가 참여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화자산운용(주)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주)가 신규 투자자들의 자산을 관리하게 된다. 9호선 1단계구간 건설을 모두 마친 현대로템 등 7개 건설출자자들은 주식을 모두 매각해 9호선 운영에서 물러나고, 재무투자자중 맥쿼리와 중소기업은행도 주식을 매각해 9호선 운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

또한 작년처럼 사업자가 아무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운임 인상을 고지해 시민에게 혼란을 주는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하철9호선 운임 결정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서울시’로 귀속했으며 기형적인 운임인상구조도 바로 잡았다.
 
당초 지하철9호선 운임은 민간사업자가 실시협약에서 정한 운임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한 다음 서울시에 신고하고 부과·징수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지만 앞으로는 운임액과 운임의 부과·징수 변경에 대한 사항은 서울시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자사업의 취지에 따라 설정된 요금 결정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유사한 요금 관련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지하철을 교통복지 차원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한 약정 수익률을 보장하기 위해 운임이 해마다 급격하게 인상되는 구조로 되어 있던 기존 실시협약을 변경해 지속적인 요금 인상의 불씨를 없앴다.
 
당초 실시협약에는 개통(2009년)~2018년 처음 10년 간은 매년 물가상승률과 운임상승률 3.41%를 반영해 인상하고, 2019년~2023년까지는 물가상승률과 운임상승률 1.49%를 반영, 2024년부터는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운임이 계속해서 올라가는 구조였다.
 
아울러 그간 지하철9호선 운영에 큰 걸림돌이 되어 왔던 최소운영수입보장 ‘MRG(Minimum Revenue Guarantee)’ 지급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사업 운영비용을 실제 사업수입으로 충당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만 지원하는 ‘비용보전방식’으로 전환된다.
 
당초 지하철9호선은 실제 운영수입과는 관계없이 실시협약에서 정한 예상운임수입의 부족이 발생하면 운영 개시일로부터 5년까지는 90%, 6년~10년까지는 80%, 11년~15년까지는 70%까지 최소운영수입을 보장(MRG)하도록 되어 있었다.
 
MRG는 지난 98년 외환위기 상황에서 철도·도로·터널 등 SOC사업에 대한 민자유치를 위해 도입됐으나, 장기간 수입보전에 따른 재정 부담이 늘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자 정부는 2006년 민간제안사업 MRG를, 2009년 정부고시사업 MRG를 각각 폐지했다.
 
지하철9호선은 ‘정부고시사업’으로 2005년 5월 체결한 실시협약에 따라 예상운임수입에 미달할 경우 MRG를 지원하도록 되어 있으며, 2009년~2011년까지 총 838억원을 지원했다.
 
MRG는 실시협약에서 정한 세후 실질수익률 8.9%를 반영한 예상운임수입에 기초해 산출되기 때문에 지금 바로 잡지 않으면 매년 수 백억원(’12년 분 429억원)에 달하는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새롭게 바뀌는 ‘비용보전방식’은 매 분기별 관리운영권 가치에 대한 상각액·이자액(이율 4.86%)·운영비용을 합한 금액에서 9호선 운영에 따른 운임수입·부속사업 수입 등을 합한 금액을 뺀 나머지를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관리운영권 가치는 매 분기별로 균등 상각해 2039년에는 0원이 되고, 이자 또한 매년 줄어들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 재정 부담이 급격히 줄어든다.
 
사업시행자가 관리운영, 유지보수 등에 지출한 비용이 협약에서 정한 관리운영비를 초과하더라도 사업시행자는 시에 초과된 금액에 대한 보전을 요구할 수 없다.
 
또한 서울시와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의 재정지원금 산정 기준이 각기 달라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었던 MRG 및 무임승차 지원금도 ‘서울시 기준’으로 산정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재정지원금 차액에 따른 갈등요인도 해소했다.
 
실제로 그동안 서울시가 지급해 왔던 MRG 및 무임승차 지원금은 사업시행자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이 신청한 금액과 매년 50~60억 원의 차이가 있었다.
 
서울시는 “지하철9호선 운영에 대한 모든 권리가 신규 투자자에게 넘어 가면서 요금 미인상에 따른 추가 보조금 지원신청도 발생하지 않게 돼 갈등요인이 말끔히 해소됐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이번 9호선 서울형 민자사업 혁신모델을 통해 민간사업자 수익률을 대폭 인하함에 따라 향후 26년 간 지급해야 했던 재정보조금을 5조원대에서 2조원대로 낮춰, 3조원 이상의 재정절감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 <트루스토리 DB>
한편 서울시는 사업 재구조화 과정에서 국내 최초로 1000억원 규모의 채권형 ‘시민펀드’를 도입해 지하철9호선 문제를 시민과 함께 풀어나가기로 했다.

‘시민펀드’는 지난해 9호선 요금인상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박원순 시장이 제시한 대안으로, 시민이 지하철9호선 채권에 투자하고 투자한 시민에게는 시중은행 이자율보다 높은 수익을 안겨줌으로써 시와 시민이 상생하는 획기적인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시민펀드는 4·5·6·7년 짜리 장기 확정채권을 각 250억원 씩 발행하며, 1인당 2000만원까지 투자가 가능하고 기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평균 4.3%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게끔 구성되어 있다.
 
펀드 투자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감시를 받도록 관리하고, 중간에 매매를 원하는 시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환매도 가능하게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1000억원 전액을 공모펀드로 조성하려면 최소 4개월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의 대출 채권을 공모펀드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시민펀드는 행정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서울시 주인인 시민의 힘으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시와 시민이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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