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서리 올라가는 화산 연기를 먼발치에서 발보며 그저 경이로운 자연을 눈으로 만질 뿐이다

[트루스토리] 코스타리카는 에코투어의 이상향으로 통한다. 생태계의 다양성이 워낙 빼어나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약 5%에 해당하는 동물군이 서식하고, 식물의 종류가 아프리카 대륙 전체보다 많다. 국토의 3분의 1 가량은 아예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코스타리카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대상 중 하나가 바로 나비다. 무려 2000종 이상의 나비가 살고 있다. 북미 대륙 전체의 나비 종류를 일일이 호명해도 이 숫자에는 미치지 못한다. 국가 차원에서 나비를 육성하고 보호하기 때문에 나비를 함부로 잡지 못한다. 그야말로 나비의 유토피아인 셈이다. 한발 더 나아가 코스타리카는 나비를 수출한다. 해마다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유망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과 유렵의 유수한 동물원과 박물관들은 코스타리카에서 나비 고치를 구입해 성충으로 키운다.

날것 그대로, 자연의 표정

크고 작은 나비 공장과 정원은 코스타리카의 주요 관광지 역할을 톡톡히 한다. 실제로 수도인 산호세에서 약 70km 떨어진 라파스 폭포 공원에 들러 색깔이 선명한 나비들이 날갯짓과 고치를 거쳐 어른벌레로 변하는 나비의 일대기를 관찰했다.

모포나비는 햇빛에 푸른빛의 날개를 반사시키며 유영을 거듭했고, 내 시선도 그 날개 위에 얹혀 함께 허공을 떠돌았다. 애벌레는 고치 안에서 웅크린 채 환골탈태의 순간을 하마하마 기다리고 있었다. 폭포 공원은 이름에 걸맞게 대형 폭포를 거느리고 있었다. 거대한 물줄기가 수직으로 낙하하며 내뿜는 굉음과 포말이 눈과 귀를 꼼짝없이 붙들어 맸다. 폭포를 둘러싼 무성한 숲은 영화 <반지의 제왕>의 ‘중간계’를 연상시킬 만큼 웅혼하고 신비스러웠다.

코스타리카의 또 다른 키워드는 화산이다. 모두 합쳐 120여 개의 화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중 4개가 활화산이다. 코스타리카의 아레날 화산은 400여 년 동안 ‘침묵’을 지키다 1968년 돌연 대폭발을 일으켰다. 인근의 3개 마을이 용암으로 뒤덮여 가뭇없이 사라졌고, 87명이 주민이 유명을 달리했다. 아비규환의 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몇해 전에는 관광객을 태운 헬리콥터가 아레날 화산 위에서 추락하는 끔찍한 사고도 발생했다. 2003년 이후 화산은 휴지기에 들어갔지만 사람들은 이제 화산에 접근할 수 없고, 상공에 헬기를 띄울 수도 없다. 서리서리 올라가는 화산 연기를 먼발치에서 발보며 그저 경이로운 자연을 눈으로 만질 뿐이다.

아레날의 한 선착장에서 배를 띄워 화산을 향해 나아갔다. 물낯은 평온했고, 오직 배가 지나간 자리에만 파문이 일었다. 이름 모를 물새가 수면에 두 다리를 딛고 서서 허공을 응시했다. 광활한 호수에서 새가 선 자리는 한낱 점에 불과했고, 그 위에 새의 모든 하중이 실려 있었다.

저 멀리에서 아레날 화산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 데다 해를 정면에 두고 바라보아야 했기 때문에 화산의 디테일을 살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산등성이에 구름을 두른 화산은 대단한 위엄을 풍겼고, 잔잔한 호면은 화산의 위엄을 고스란히 튕겨냈다. 물 밖의 화산과 물 속의 화산. 그 어느 쪽도 움켜쥘 수 없었다.

다음에 계속.

글․사진 = 노중훈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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