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죽어서 천국에 가길 원하지만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코스타리카로 가길 원한다

[트루스토리] 코스타리카는 에코투어의 이상향으로 통한다. 생태계의 다양성이 워낙 빼어나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약 5%에 해당하는 동물군이 서식하고, 식물의 종류가 아프리카 대륙 전체보다 많다. 국토의 3분의 1 가량은 아예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어제에 이어] 산호세에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포아스(Poas) 화산은 아레날에 견주면 접근성이 훨씬 나은 편이다. 폭 1.5km, 깊이 300미터의 대형 분화구를 가까이에서 굽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포아스 화산 국립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분화구 방향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생김새가 기묘한 식물들이 길동무를 자처했다. 해발 2708m. 드디어 포아스 화산의 분화구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유황 냄새가 코를 찔렀고, 화산호에서는 연기가 간단없이 피어올랐다. 쾌청한 일기 덕분에 화산 아가리의 생김새가 또렷하게 다가왔다.

화산의 위세에 눌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순간, 화사했던 하늘이 급작스레 어두워지더니 삽시간에 운무의 바다가 펼쳐졌다. 불과 30초 만에 모든 풍경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간발의 차이로 화산의 진면목을 알현하지 못한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화산이 만든 명품 커피

 
코스타리카의 화산은 커피라는 기대 밖의 소득을 안겨주었다. 바리스타들의 격찬을 받은 피베리 커피는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코스타리카의 비옥한 토양이 아니라면 결코 탄생할 수 없었다.

포아스 화산 역시 특유의 토양과 고산지대라는 최적의 커피 재배 환경을 제공한다. 코스타리카는 커피 생산국 중에서도 면적당 커피 생산량이 가장 많을 뿐 아니라 품질 또한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나라에서 생산되는 커피콩은 크기는 좀 작지만 통통한 편이다. 조직이 치밀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산도가 높고 향이 풍성하며 보디감이 확실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보통 8월이나 9월에 시작해 이듬해 4월까지 수확한다. 커피 씨앗은 크게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로 가르마를 탄다. 아라비카의 원활한 생장을 위해서는 해발 1000~2000미터의 산비탈, 15~24°C의 기온, 1500~2000mm의 강우량, 따갑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햇볕이 필요하다.

이처럼 재배 조건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병충해에도 약하기 때문에 아라비카의 수확량은 로부스타의 절반 수준에 머문다. 대신 높은 지대에서 천천히 여물기 때문에 복합적인 맛과 향을 지녔다. 따라서 고급 커피에는 아라비카를, 인스턴터 커피 같은 대중적이고 저렴한 커피에는 로부스타나 교배종을 주로 사용한다.

코스타리카 정부는 아예 아라비카만 재배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코스타리카 커피는 또 습식법을 고수한다. 커피 열매를 물로 세척하는 과정에서 껍질도 함께 벗겨내는 습식법은 발라낸 원두를 다시 씻고 말리는 반복적인 과정을 거친다. 수차례 선별 하기에 우수한 원두를 얻을 수 있다.

호텔과 카페에서, 재래시장과 커피 농장에서 자주 커피를 마셨다. 커피 맛은 깊숙하고 아늑했다. “사람은 죽어서 천국에 가길 원하지만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코스타리카로 가길 원한다”는 말은 결코 헛되이 퍼진 것이 아니었다. 코스타리카에서 사 온 커피가 떨어질 때까지 다른 커피는 손댈 수가 없었다. 그 부드러운 신맛과 은근한 향이 체세포에 각인돼 있다.

글․사진 = 노중훈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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