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보도 편향성 심각....노골적 정권 줄서기

베테랑 기자는 판세 분석, 신참은 코멘트만

[트루스토리] “언론사들이 사실상 박근혜 쪽에 줄을 선 게 분명합니다.” 

2012 대통령선거 보도를 현장에서 직접 취재하는, 또 이를 접하는 기자들의 심정은 참담하고도 복잡하다. 시민들이야 “정권과 자본에 장악됐다”고 한마디로 평가하면 그만이지만 현장을 뛰고 편집 과정을 지켜보는 기자들 입장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언론노조 산하 대선공정보도실천위원회(이하 대선공실위)의 각 지.본부 위원들이 최근 정치부 대선 후보별 인력 현황을 조사한 결과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언론자유와 민주시민사회를 열망하는 기자들이 분명 존재함에도 불공정 보도가 횡행하는 ‘불편한 진실’의 원인을 파헤쳐 본 것인데, 상부의 노골적 압박 없이도 대선 보도가 여권 편향성을 띄는 데는 ‘인력 배치 영향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

대선공실위에 따르면 이번 조사 결과, 문제점이 뚜렷한 곳은 연합뉴스 지부였다. 총 19명의 대선 취재 인력 중 박근혜 후보는 8명, 문재인 후보 5명, 안철수 후보 5명(1명은 야당반장)이 담당해 얼핏 균형이 맞는 듯하지만 경력에서 나타난다.

 
박 후보 쪽 8명 중 7명은 입사 11~20년차이며 이중 5명은 정치부 경력만 5년 이상인 ‘베테랑’이다.

반면, 문 후보 담당은 5명 중 3명이 입사 1년차 또는 타 부서 파견자였고 안 후보 담당 5명 중 3명은 정치부 경력 1~2년차였다.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 지부(이하 연합뉴스지부)는 “이런 배치 때문에 박 후보 기사는 작은 동정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향후 전략까지 고민해 주는 ‘알찬’ 기사가 많은 반면 타 후보 기사는 일정 소화에 급급한 경우가 많다”고 평가했다.

지지율은 비슷, 담당 기자 숫자는 불균형

YTN, SBS, 서울신문 등도 여당 담당기자 경력이 야권 담당보다 대체로 길었다. 박 후보담당 기자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많은 현상은 KBS, 한겨레, 경향신문, 국민일보 등까지 공통적이었다. 대선공실위 4차 회의에서는 “정책 실행력이 큰 여당 출입기자가 야당보다 많은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세 후보 지지율이 엇비슷한 대선 국면에서 담당기자의 숫자, 경력의 뚜렷한 차이는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MBC 기자협회는 18일 펴낸 비상대책위원회 특보 16호에서 ‘뉴스데스크’의 최근 대선 보도 13건의 불공정성을 낱낱이 지적하면서 김장겸 정치부장 등 데스크뿐 아니라 담당 기자들의 실명까지 적시했다.

MBC 본부는 “MBC 뉴스가 참담한 수준에 이른 원인에는 사익을 추구하고, 방송을 사유화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이들이 부끄러움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후보에 잘 보이려면 지면농단쯤이야

서울신문 지부가 15일 펴낸 공보위소식 134호는 지난 9월18일, 새누리당 홍사덕 전 의원의 금품수수 의혹 기사가 4면 아래 2단으로 처리된 일을 거론하며 “(이 날은) 박근혜 후보가 회사를 방문해 일부 간부들이 사뭇 들떴던 날”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일보 9월20일자 9면 톱 기사였던 ‘새누리당 송영성 의원 금품수수 파문’이 최종판에서 하단 박스로 축소된 것도 전날 박근혜 후보 방문의 영향이었다. 이에 대한 공보위의 지적에 편집국장은 “그 정도는 예의다. 다른 후보가 와도 그 정도는 해 줄 것”이라고 태연히 답했다고 한다.

정권과 유력 정치인에게 잘 보여 개인 또는 회사의 영달을 추구하겠다는 욕심이 불공정 보도의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파업 언론인에 대한 탄압도 원인이었다. YTN와 MBC의 경우 파업 참가자들이 정치부에서 배제되고 경력(시용) 기자로 대체되는 바람에 취재 및 가치 판단 능력도 떨어지고 여권 편향성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한 위원은 “사안의 배경과 의미를 조망하고 풀어내는 ‘실력’이 부족하니 코멘트만 받아 치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사진출처=박근혜 대선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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