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 만한 곳] 보잘 것 없는 초막은 병사들의 작품인가…

 
[트루스토리] 현 이명박 정권에선 남과 북이 그야말로 수시로 전쟁위기를 향해 내달렸다. 지난 10년의 ‘평화스런’ 정부와는 사뭇 달랐다.

전쟁 공포 속에서, 그 결과, 우리 국민은 ‘보수’로 똘똘 뭉쳤다. 정권의 임기가 끝날 무렵까지, 차기 보수 정권 탄생을 위해 남과 북은 연일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위험한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들의 휴일에 북적댄 곳이 생겼다. 바로 통일전망대, 임진각 등이다. 남과 북이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보이고 있지만, 평화를 갈구하는 남쪽 사람들은 이들 전망대를 찾는다.

전쟁 공포(?)에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2~3배 넘는 관람객이 임진각과 전망대 등을 찾는다고 한다.

특히 경기도 파주군에 위치한 오두산 통일전망대의 경우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자리 건너편의 북녘을 바라보려는 이들로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두고온 땅에 대한 그리움에서든 아무나 갈 수 없는 땅에 대한 호기심에서든 관람용 쌍안경 뒤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서 있다.

분단이 엄연한 현실로 존재하는 우리민족의 비극이 다음 정권에서 그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을까.

경기도 파주군 적성면과 양주군 남면에 위치한 감악산(676미터)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선 틀림없이 붐볐을 만한 곳이다.

감악산은 광주산맥의 서북쪽 끝에 일구어져 서쪽으로는 이보다 높은 산을 찾아보기 힘들고 북으로 휘감아 도는 임진강과 함께 개성 송악산을 마주보고 있으며, 감악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바위가 산세를 결정지어놓은 산이다.

자동차를 타고 의정부를 벗어나, 겨울바람을 만끽하다 보면, 문득 차는 고갯길을 만나 가쁜 숨을 몰아쉰다. 파주군 적성면 소재지 조금 못 미처 설머치고개에 닿은 것이다.

들판은 간데 없고 고만고만한 산들이 차창 밖으로 들어선다. 설머치고개의 비탈도 완만해지면서 굽이길을 넘어서면 길 좌측으로 상가 몇 채가 보이고 ‘비룡폭포’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가 감악산행이 시작되는 기점. 비룡폭포는 상가 사이를 지나 계곡을 타고 조금 오른 후에 만날 수 있다. 원래는 운계폭포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지만 근처에 주둔했던 부대 이름을 따서 지금은 비룡폭포로 통용된다. 크게 세 번 꺾어지는 바위를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 높이가 35미터를 헤아린다. 다만 수량이 부족한 게 흠. 폭포 맨 꼭대기에서 7미터쯤 떨어지는 부근에는 의자바위라는 꽤 큰 반위가 폭포와 어울리는 모습으로 앉아 있다.

비룡폭포를 보고 “경치가 좋다. 쉬어가자”는 마음을 먼저 먹어서는 곤란하다. 십중팔구 폭포 바로 옆에서부터 입구까지 들어서 있는 가게들에서 파는 막걸리네, 파전이네 하는 것들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술이란 하산주여야 제격이지, 음주 상태로 산에 오르는 것은 한낱 객기일 뿐이다. 때문에 차에서 내려설 때 비룡폭포는 일단 비켜나서 ‘법륜사’라고 쓰인 안내판이 있는 길로 곧장 들어서는 것이 좋다. 절까지는 신도들을 위해 넓혀놓은 도로 덕분에 산에 오르는 기분은 나지 않지만 손쉽게 오를 수 있다.

범륜사는 70년대 재건된 절이다. 원래 감악산에는 감악사, 운계사, 법륜사, 운림사 등 네 개의 사찰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 절 하나가 유일하다.

하지만 짧은 연륜 탓에 고색창연한 맛이 없는 게 아쉬움이다. 다만 절 뒤쪽으로 난 돌계단을 따라 올라간 곳에 있는 산신각에는 한번 들러볼만하다. 산신각 안에는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을 받을 수 있는 조그만 약수터가 있다. 산행중반 이후 계곡이 끊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이 곳에서 식수를 챙기는 것도 괜찮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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