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발탁에 “부적절” 비판 쏟아져

 
[트루스토리] 이승진 기자 = 5일 청와대 신임 대변인으로 발탁된 민경욱 전 KBS 앵커에 대해 “공영방송 기자로서 부적절한 처사”라는 비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인선 직전까지 보도국 문화부장으로서 현직에 발을 딛고 있다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직행한 것이기 때문에 “언론인의 직업윤리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비난 여론이 비등한 상황이다.

실제 민 대변인은 이날 오전에도 보도국 편집회의에 참석하는 등 언론인으로서 업무를 수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 제정된 KBS 윤리강령에는 ‘KBS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정치관련 취재 및 제작담당자는 KBS 이미지의 사적 활용을 막기 위해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메인뉴스 앵커 자리를 그만둔 지 4개월도 되지 않은 공영방송 소속의 현직 보직부장이 곧바로 대통령 대변인이 되자, 곳곳에서 성토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탐사보도 전문 독립언론 <뉴스타파> 최경영 기자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민경욱, KBS 문화부장, 전 KBS 9시 뉴스 앵커. 트위터에 이렇게 자신을 소개하고 청와대 대변인이 되셨네요. 민경욱 씨. 니가 떠들던 공영방송의 중립성이 이런 건 줄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축하합니다”는 비아냥적인 글을 올렸다.

KBS 출신인 최 기자는 민 대변인보다 4기수 후배다. 최 기자는 2010년 KBS 새노조 파업 때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은 뒤 사표를 내고 뉴스타파에 합류했다.

소설가 공지영씨도 트위터에 “민경욱 신임 청와대 대변인 임명 소식에 대한 최고의 댓글 ‘쭉 대변해 오시지 않았어요?’ 빵!”이란 반응을 보였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KBS 뉴스가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해왔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민 대변인이 2011년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문서에 등장했던 것도 야권을 중심으로 다시금 거론되고 있다. 당시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에 따르면 민 내정자는 대선 직전인 2007년 9월 주한미대사관 관계자를 만나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그는 “내가 만난 이명박을 잘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명박이 ‘매우 깨끗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며 “이명박은 실용적인 사람이라고 느껴졌고 수많은 세월이 지나도 큰 탐닉에 빠지지 않은 사람”이라고 이 전 대통령을 칭찬했다.

게다가 위키리크스에 의하면 민 대변인은 지난 2007년 대선 직전 주한미대사관 직원에게 정보를 넘긴 당사자로 알려졌다. 심지어 ‘빈번한 연락선’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당시 민 내정자는 SNS를 통해 ‘사적인 만남’이라고 해명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와 관련된 기사를 링크한 뒤 민 대변인을 겨냥, “미국 간첩? 대변인 영전을 축하드립니다”라고 쓴소리를 남겼다.

야권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언론인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며 “박근혜 정권의 언론관이 엿보인다. 적어도 언론의 생명이라 할 ‘공정성’과 ‘중립성’은 이미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사상 유례 없는 지난 한 달여간의 청와대 대변인 공석 사태도 비정상적이었으나 다시 임명하는 과정 역시 상식적이지도, 정상적이지도 않다”며 “이래저래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우려, 불신은 더 커지기만 한다”고 비판했다.

김영근 민주당 수석부대변인도 이보다 앞서 논평을 내고 “하루 동안에 언론인과 대변인 내정자 두 역할을 했다. 이 사실만으로도 민 내정자는 공영방송의 중립성을 얘기할 자격을 상실했다”며 “자신이 몸담았던 KBS는 물론 다른 언론사 편집 보도방향에까지 간여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대변인직을 맡은 것은 어불성설이다. 출입기자들에게 했다는 ‘소통약속’은 공허할 뿐”이라며 “언론을 장악해서도 안 되지만, 장악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둔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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