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안정현 기자 =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이 시작된 이후, 수많은 글로벌기업(이하 외자기업)들이 중국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이들의 중국사업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세계 최대의 홍보 컨설팅사인 Weber Shandwick의 조사에 의하면 중국에 진출한 외자기업 중 48%가 진출 2년 안에 실패를 경험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외자기업들이 중국에서 성공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외자기업들이 중국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들을 살펴보면, 중국이라는 환경에 대한 이해 부족, 높아지는 경영 비용(특히 임금), 중국정부 정책의 변화, 현지기업들의 경쟁력 강화 등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한발 더 들어가 생각해보면 중국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사업모델을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중국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고 구매하고 싶은 수준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공적으로 중국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GE의 Jeffrey Immelt 회장조차도 “중국은 너무 어렵다. 다른 곳에도 중국만큼 큰 시장이 있지만, 중국만큼 어렵지는 않다”라고 말할 정도로 중국은 분명 다른 시장에 비해 쉽지 않은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기업(외자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국 소비자들의 원하는 고객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상엽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8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에 진출해 성공한 지멘스, 유니클로, KFC, 이케아는 중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고객가치를 적절한 가격에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지멘스는 철저한 개혁을 통해 냉장고 중국사업이 정상궤도에 올라서자 중국 가전산업의 리더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고부가가치, 고품질로 제품의 고급 이미지 및 가격 우위를 유지한다.’, ‘품질제일주의를 추구하며, 절대 판매량과 시장 점유율을 위해 품질을 희생하지 않는다.’ 등의 전략적 원칙을 견지하면서 지멘스는 중국 소비자의 니즈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그 결과 ‘지멘스 =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굳혔다. 급변하는 중국가전 시장에서 지멘스는 계속해서 연평균 25%의 성장세를 유지했을 뿐 아니라 순익 역시 해마다 증가했다.

유니클로는 중국시장에 막 진입했을 때 일본시장에서의 성공방식을 그대로 중국시장에 적용했다. 일본에서처럼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제공한다’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그러나 소위 ‘가장 저렴한 가격’은 일본의 소득 수준에서는 맞는 말이었지만 당시 중국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절대 저렴하지 않았다. 소득 수준의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한편 유니클로는 편안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제품 디자인이 대부분 심플했다. 특별한 디자인도 아니면서 가격은 비싸니 중국 소비자들은 유니클로를 좋은 제품으로 인식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당시 중국 의류시장에는 ‘지오다노’와 ‘메이터스 방웨이(美特斯邦威, Meters Bonwe)’라는 강력한 경쟁자들이 있었다. 두 브랜드는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디자인, 비교적 높은 품질로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KFC의 성장은 그야말로 무서울 정도다. 중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현지화된 메뉴, 체계적인 인프라를 갖춘 이후에 KFC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을 하게 된다.

중국 진출 초기에는 성장이 우선 목표가 아니었다. 87년에 첫 번째 매장을 연 이후 10년이 지나서야 100번째 매장을 열었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답답할 정도로 느린 성장 속도였다.

그러나 이 시기는 KFC가 중국소비자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필요한 고객가치가 무엇인지를 연구하고, 이를 창출할 수 있는 기본 역량을 쌓아가던 기간이었다. 탄탄한 발판이 구축된 이후에 KFC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다.

9년 만에 매장 수는 100개에서 1,000개로 10배 늘어났고, 다시 8년 만에 3000개가 늘어나 2012년 말에는 4000개를 돌파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케아는 중국시장과 소비자를 이해하는데 수백개의 집을 방문하며 중국 소비자의 소득 수준에 맞는 가격대에 우수한 품질의 제품 공급을 하려 노력했다. 원가 구조를 개선하는 데 주력했고 중국 현지 구매 비중을 높였다. 또 중국 고객들을 위해 배달, 조립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차별화시켰다.

한 연구원은 “중국 시장은 변화가 빠르고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에 실패의 확률이 크지만, 성공한다면 그 대가가 어느 시장보다도 큰 시장”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 내수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그 동안 중국을 주로 생산기지로 생각해온 탓이 클 것이다. 한국 기업의 중국 소비시장 진출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도 할 수 있다”며 “거대한 중국시장이 아직까지 대부분의 한국기업들에게는 척박한 땅으로 보인다. 이 땅을 옥토로 바꾸는 출발점은 ‘과연 중국 소비자들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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