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일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원래 규제개혁회의는 그동안 비공개 회의로 진행해 왔으나 대통령의 의지가 실려서 끝장토론 형식으로 바뀌었고, 회의는 장장 7시간 반 동안 진행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무엇보다 규제개혁에 방점을 두는 것은 그것이 곧 일자리 창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경제가 다시 부흥하고,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성장동력에 다시 불을 붙이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최대의 과제입니다”라고 규제개혁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저는 규제개혁이야말로 '경제혁신과 재도약'에 있어 돈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유일한 핵심 열쇠이자, 각계각층의 경제주체들이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용기를 북돋을 수 있는 기반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면서 그 의의를 설명했다. 따라서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천명한 것과 같은 규제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 대통령은 규제개혁 토론을 ‘끝장토론’이란 표현을 쓰면서 직접 주재를 하였다.

결론적으로 이번 회의의 핵심은 박근혜 정부가 규제완화를 통해서 시장자본주의적 완전한 회복으로의 전환을 천명한 것이다. 2007년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 질서는 바로 세우고)’로 완전히 회귀하는 것이며, 대통령 공약이었던 경제적 민주화를 실질적으로 포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 이번 회의를 통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 방식이다. 불통의 대통령이란 오명을 어떻게 풀고 있는가라는 점을 주목해 보아야 한다. 이번 끝장토론은 경제적 사안의 문제만이 아니라 박근혜 식 소통의 방식을 보여주었다. 이런 규제개혁 토론회를 통해서 박근혜 정부가 얻고자 하는 정치적 힘은 무엇인지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대국민 일방적 여론 작업

사실상 규제개혁, 규제 완화는 역대 정권마다 외쳤던 정책으로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20일 회의에서 제출된 정책안도 새로운 것은 없다는 평가다. 규제총량제도 이미 소개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참석자가 160여 명의 대규모에, 방송사, 유투브, 네이버, 다음 포털 등으로 생중계를 하도록 하는 초유의 행사로 이루어졌다.

여론몰이의 전형적인 방식이 취해졌다. 사용하는 언어는 과격했다. 생생한 민간의 규제 피해 사례들을 통해서 규제를 원수, 암덩어리로 규정했다. 그리고 규제를 막는 공무원은 도둑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직접 공무원들을 쩔쩔매게 하는 모습들을 보여 주어 공무원들을 도둑으로 만드는 데 충분한 효과를 만들어냈다. “규제개혁은 공무원 손에 달려있다”, “공무원이 뛰게 하겠다. 보신주의, 공무원, 부처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등 대통령의 발언으로 공무원은 규제개혁의 걸림돌이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규제 현실을 모르는 시민들에게 규제의 피해, 규제사례, 규제현실, 현장을 보여주는 효과를 낳았다. 곧바로 규제는 시민들의 경제를 억압하는 타도대상이 되었고, 사실상 규제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대통령이 심지어 저녁까지 안 먹으면서 회의를 주재하는 것을 목격한 시민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은 ‘철의 여인’로 표상화되었다. 

그런데 이런 끝장토론 방식은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인 소통방식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규제개혁에 이의를 제기하는 단체나 인물은 초대되지 않았고, 규제개혁의 기준의 엄정성에 토를 달 단체나 인물은 보이지 않았다. 반대자가 충분히 소명할 기회를 주어지지 않은 이번 끝장 토론회는 서민들의 어려움을 이용한 정치드라마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결국 국민을 규제완화라는 프레임에 갇히게 만들었고, 규제완화를 선으로 보면서 정치세력을 편가르는 정치적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 

국회도 규제개혁의 장애로 치부하는 보수언론

끝장토론을 각 미디어들이 앞 다투어 보도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대해서 보수언론은 그만큼 규제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뜨겁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 주재 규제개혁회의 이후 보수언론들은 많은 지면을 할애해 정부에 고강도 규제개혁을 요구하고 있으며, ‘규제완화=선’이란 프레임을 주입하는 데 열심이다.

나아가 규제를 만드는 국회까지 흔드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조선닷컴>은 3월21일 사설에서 “18대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 중 의원 발의 법안은 1663건으로 정부 제출 법안 690건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이 가운데는 공무원들이 자기가 앞장서기 난처한 법안을 의원들에게 갖다 준 '청부(請負) 입법' 사례가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선닷컴>은 김도훈 한국규제학회장의 인터뷰를 인용하여 “무분별한 의원입법은 규제의 황사 같은 존재"라고 기사화했다.

<중앙일보> 3월 21일 사설은 “중앙정부 부처들의 규제 고삐를 푸는 것에만 그쳐서도 안 된다. 풀뿌리 규제까지 원스톱으로 뿌리 뽑아야 한다. 규제의 정점은 지방자치단체 일선 공무원이다. 마지막 단계인 지자체 공무원이 움직이지 않으면 중앙부처 규제를 열심히 풀어봐야 헛일이다”고 지적했다. 이와 유사한 톤으로 <매일경제신문닷컴>은 현대경제연구원의 연구를 인용하여 “첫째, 정부가 규제를 없애도 지자체가 규제를 만든다”라고 기사화했다.

이러한 지적은 일정 타당성이 있다. 일부 의원들의 지역이해를 대변한 입법활동, 지방자치단체의 지역기득권층과의 유착, 공무원의 관료성이 규제개혁의 장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지적이 어떤 의도로 이루어지는가이다.

끝장 토론이 필요한 의제는 너무나 많다

결국 이번 끝장토론은 소통의 정치가 아니라 시원한 한방, 극장식 정치, 이벤트형 정치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토론회 동안 언급된 규제는 해결되어, 정치가 아니라 민원창구 역할을 하는 모습이었다. 마치 전형적인 왕조 정치의 개별 시혜적 민원해결방식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 했다.

중요한 것은 20일 끝장토론은 박근혜식 정치소통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여론정치라는 방식을 이용해 비협조적인 야권을 압박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적 민주화 의제보다 중요한 것은 규제개혁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20일 규제개혁 토론의 숨어진 정치적 의도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이 여권에 유리한 판도를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 토론 이후,  보수언론의 초점은 공무원, 지방자치단체, 입법기관, 야당에 맞추었다. 보수언론은 규제개혁의 성과는 이들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규제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입법기관, 야당 협조, 자치단체와의 협력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주장을 볼 때 이번 토론과 보수언론의 정치적 진정한 의도는 야권,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의 싸움이다. 결국 이번 끝장토론은 지방선거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규제개혁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 중앙정부와 협력적인 지방권력이 필요하다는 여론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를 한 것이다.
 
그래서 끝장토론이 일방적인 여론 정치, 지방선거를 겨냥한 여론 정치라는 오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은 다른 의제의 끝장토론에 나서야 할 것이다. 국민다수가 원하는 국가기관의 불법대선 개입문제, 기초연금 등 복지공약 파기 문제, 통합진보당 해산 문제 등이 있다. 무너진 민생, 민주주의를 챙기는 끝장토론이 필요하다.

김애화 진보당 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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