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보증·부동산PF 대출 기반 ABCP 부도 처리... 경색된 자금시장
부동산 PF 비중 높은 증권사 우려↑... 증권사, 리스크 관리에 ‘촉각’

레고랜드 [사진=연합뉴스]
레고랜드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남지연 기자】 레고랜드발(發) 자금시장 경색이 증권사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레고랜드를 짓기 위해 부동산 PF 대출을 기반으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을 발행하고 채무 불이행을 선언하면서 금융시장에 불신이 번지면서다.

그간 부동산 PF를 늘려온 증권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증권가는 리스크(위험) 관리에 속속 나서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업계에서는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 사태 등을 계기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PF는 시행사가 착공부터 분양, 준공 등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할 때 사업권을 담보로 증권사 등 금융사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자본금이 넉넉한 금융사가 채무보증 또는 직접 대출을 해주고 보증 수수료와 이자를 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업성을 근거로 돈을 빌려 주다 보니 이자율은 높은 편인데, 그간 증권사들은 부동산 경기 호황에 힘입어 PF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온 바 있다.

그런데, 최근 강원도 산하 공기업이 춘천 레고랜드를 짓기 위해 부동산 PF 대출을 기반으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를 발행하고 채무 불이행(디폴트)에 빠져버렸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ABCP가 부도처리 되면서 일각에선 이 같은 사태가 전체 PF시장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뇌관이 됐다고 보고 있다.

현재 지난 18일부터 연말까지 증권사에서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PF 유동화증권(ABSTB, ABCP) 발행 잔액은 2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경색된 자금 시장에 PF 유동화증권들이 팔리지 않을 가능성이 대두된다.

이 경우 증권사는 직접 매입해야하기 때문에 현재 PF 대출이 몰린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위기설 등 각종 루머가 돌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 개발사업 익스포저(위험노출수준)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알려진 하이투자증권(117.0%) 다올투자증권(118.2%) 현대차증권(142.0%) 교보증권(125.3%) BNK투자증권(133.9%) 등 순이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업계는 레고랜드 사태로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유동성 우려가 커졌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의 대책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자금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앞서 이날(26일) 정부는 자금난에 처한 증권사에 3조원의 추가 유동성 지원에 나선 바 있다.

정부는 향후 정책금융기관의 회사채·기업어음(CP) 프로그램을 통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의 비우량 CP까지 매입 대상에 포함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 발행 CP 매입은 증권사에 일종의 신용대출을 해주는 것"이라며 "자금시장의 경색을 푸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증권금융이 추가 유동성 공급을 통해 그동안 안 받아주던 회사채도 받아주고 예금형 ABCP도 받아주는 등 매입 대상을 확대하면 증권사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증권사들은 혹시 모를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부동산 PF 사업을 재점검하는 등 시장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시장 경직으로 부동산PF 관련 유동화증권의 차환 발행 등에 애로사항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 “사업장별 현황 점검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자금시장 경색 대응을 위해 유동성 리스크 점검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가 예전부터 해오던 업무인데 자금시장 경색, 부동산시장 악화 등 여러가지 상황으로 인해 시장이 안좋아져서 당혹스럽다”면서 “우발부채 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하고 있으면서 꾸준히 현금성 자산을 늘리는 등의 리스크 관리를 통해 문제가 안 생기게 대응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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