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정기예금, 한달새 19조원 증가... 증권사, 투자자예탁금 등 감소세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에도... 금리 인상 기조따라 역머니무브 이어질 듯
【뉴스퀘스트=남지연 기자】 시중 자금이 은행권의 예·적금으로 몰리는 ‘역머니무브’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대내외적 기준금리 인상기조에 따라 시중은행의 수신금리 역시 가파르게 오르는 데다 주식·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에도 은행권의 예금금리는 예년보다 높은 수준 이어서 은행권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827조2986억원으로 전월보다 19조710억원(2.4%) 증가했다.
증가폭은 지난 9월(30조6838억원)과 10월(47조7232억원) 대비로는 작아진 편이다.
다만, 20조원에 가까운 정기예금의 증가세는 예년과 비교해 큰 규모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은행권이 연 5%에 육박하는 정기예금 금리를 제공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별 정기예금의 1년 만기 최고 금리는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5.00% ▲우리은행 ‘원(WON)플러스 예금’ 4.98%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4.95% ▲KB국민은행 ‘KB스타(Star) 정기예금 4.70%’ ▲NH농협은행 ‘NH왈츠회전예금 II’ 4.63% 등 순이다.
반면, 증권 예탁금은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올해 초 71조7328억원에서 지난 11월 말 기준 48조2378억원으로 33.46%가량 쪼그라들었다.
증권사가 운영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올해 초 69조원가량에 달했으나 지난 11월 말 61조7034억원으로 감소했다.
1년도 안되는 기간 동안 약 8조원이 증발한 것이다.
CMA는 시중은행의 파킹통장과 비슷한 계좌로 증권사가 고객의 자금을 단기성 금융상품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돌려주는 금융상품이다.
CMA 전체 계좌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형 CMA 기준으로, 이날 기준 수익률이 가장 높은 한국투자증권의 수익률은 3.0%다.
은행 정기 예금 이자와 RP형 CMA의 수익률을 비교하면 2~3%포인트 차이가 나는 셈이다.
증시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연 5%에 육박하는 금리의 예금 상품이 나오면서 주식 대기자금이 더 빠르게 은행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상으로 인한 역머니무브 현상을 불편하게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은행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향후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최근 은행 예금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단기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오르게 된다. 이는 또 다시 대출금리가 오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우려한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상 속도조절을 요청한 상황이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권간, 업권내 과당 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당국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에도 불구하고 은행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역머니무브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예금금리 수준이 여전히 과거에 비해 높은 만큼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PB는 “미국의 고용지표와 물가가 미국이 원하는 수준이 아닌 것으로 나오게 된다면 금리 레벨은 또 올라갈 것으로 관측된다”면서 “일단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레벨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예금 상품 운용을 추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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