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안 받을 시 물품공탁 후 '전세금반환소송'으로 대응
집주인에 열쇠 인계 안 되면 명도의무 인정받기 힘들어

집주인들이 전세 기간 종료를 앞두고 연락을 피하거나 열쇠 인계를 거부하는 ‘보증금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 한 부동산의 모습. [연합뉴스]
집주인들이 전세 기간 종료를 앞두고 연락을 피하거나 열쇠 인계를 거부하는 ‘보증금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 한 부동산의 모습. [연합뉴스]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세입자 전모(43)씨는 전세 기간이 끝나 직장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려고 한다. 은평구에 전셋집을 구한 전씨는 계약기간이 만료됐음에도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속을 끓이고 있다. 집주인에게 열쇠를 반납하고 이사를 가려해도 집주인이 열쇠 인계를 거부하고 연락을 피하고 있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곳곳에서 역전세난이 발생, 집주인들이 전세 기간 종료를 앞두고 연락을 피하거나 열쇠 인계를 거부하는 이른바 ‘보증금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전세기간이 끝나 보증금을 돌려 받으려면 먼저 집주인에게 열쇠를 반납해야 한다. 열쇠를 돌려주지 않을 경우 세입자는 법률상 명도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씨의 집주인도 이같은 법률적 상황을 이용해 열쇠를 돌려받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27일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집주인이 전세금반환을 피하려고 열쇠 인계를 거부한다면 법원에 물품공탁 후 전세금반환소송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세금반환소송은 세입자가 보증금반환을 거부하는 집주인에 대해 보증금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말한다.

집주인이 전세 계약 종료 때 세입자의 열쇠 인계를 거부하는 이유는 자신의 의무를 피하기 위해서다. 세입자와 집주인은 계약이 종료될 때 동시이행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동시이행이란 동시에 의무를 이행한다는 뜻으로 주택 임대차에서 세입자는 집을 집주인에게 돌려줘야 하는 명도의무와 집주인은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반환해야 하는 보증금반환 의무가 생긴다.

엄 변호사는 “만약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열쇠를 인계한다면 그 즉시 세입자는 명도의무를 지키는 것이 되기 때문에 집주인도 전세금반환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며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이 열쇠 인계가 세입자의 명도의무 완료를 의미하기 때문에 보증금반환을 거부하려 집주인이 열쇠 인계를 피하는 사례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집주인의 열쇠 인계 거부로 명도의무 이행에 위기를 맞은 세입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 경우 세입자는 물품공탁을 통해 명도의무를 인정받을 수 있다.

물품공탁이란 법원에서 저장한 공탁 기관에 물품을 맡기는 것을 뜻한다. 즉 집주인이 열쇠 인계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세입자가 열쇠를 공탁 기관에 맡긴다면 명도의무를 법률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열쇠 공탁이 완료된 후에는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그런데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전세금반환소송으로 대응해야 한다.

또 열쇠가 아닌 디지털 도어인 경우 집주인에게 전화, 문자, 카톡 메시지 등으로 문 개방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전달했다는 증거를 반드시 남겨두어야 한다.

한편 법률상 명도의무 이행에 문제가 없는 세입자들은 임차권등기 절차를 진행하는게 좋다. 임차권등기란 기존 주택의 전입신고를 빼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 시켜주는 제도를 말한다.

특히 임차권등기는 이사한 후에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때 진가가 나타난다. 임차권등기 후 이사한 세입자는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줄 때까지의 기간을 계산해 지연 이자를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사 후 기존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현 세입자로서 지위가 유지되어 전세금을 돌려받는데 유리하다고 엄 변호사는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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