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서울행정법원(반정우 부장판사)는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취소하라”며 노동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전교조 패소로 판결했다. 참담한 판결이다.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된 것도 부당한데, 국가가 이를 구제하기는커녕 정부가 해고자의 노조원 자격을 시비 걸어 “노조 아님”을 통보하고, 이를 또 법원이 인정해주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정부는 노조의 자주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법의 취지 따라 해고자는 조합원으로 가입해선 안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전교조는 교원노조의 주체성을 훼손했기에 노조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정부의 논리는 너무나 기가차고 기만적이다. 9명 해고자를 핑계로 6만 전교조의 노조자격을 통째로 박탈하는 정부의 탄압이야말로 노조의 자주성을 가장 침해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해고 조합원은 희생을 감수하며 누구보다 더 자주적인 노조활동을 위해 활동해왔고, 그 때문에 해고됐다. 따라서 이들 해고자들이야 말로 조합원 자격이 충분하다 할 것인데, 헌신적인 노조활동의 결과인 해고를 노조자격 발탁의 무기로 사용한 정부의 발상과 이를 인정한 법원의 판결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는 보호해준다는 명목으로 갈취를 일삼는 조폭논리와 하등 다를 바 없으며, 전교조를 노린 정치탄압이 아닌 다른 이유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다. 그 밖에도 전교조 ‘노조 아님’ 결정이 부당한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전교조의 합법적 권리는 1998년 노사정의 사회적 합의로 시작됐다. 이를 정부가 법적 위임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박탈할 수는 없다.

또한 2004년 대법은 이미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한 판결을 내렸으며, 2010년 국가인권위 또한 같은 취지의 권고를 한 바 있다. 국제 기준으로도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는 인정받을 수 없다. ILO는 올해 3월 현재 서울행정법원에 계류 중인 전교조 법외노조화 효력정지 본안 소송에 대해서 입장을 밝혀왔다. 위원회는 법원이 “결사의 자유 원칙을 충분히 고려해 판결할 것”을 촉구했다. 위원회는 “진행 중인 법정 소송에 대해 위원회는 노동자 단체 및 사용자 단체가 스스로 규약을 제정할 권리에 관해 위원회가 수년 동안 분명히 밝혀왔던 결사의 자유 원칙과 법원의 결정이 정부 기관의 개입 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법원이 충분히 고려할 것이며 교육 부문의 중요한 노동조합이 소수의 해고 노동자들이 가입했다는 이유로 법적 지위가 부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게다가 ILO는 해고자 노조 가입을 금지하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교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 공무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의 조항을 폐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결정은 상식에 반한 기만적 결정이자 탄압일 뿐만 아니라, 법적 정당성 역시 희박하며 국제적 기준으로도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또한 최근 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에 대한 매도와 색깔공세가 난무했음에도 국민 대다수는 전교조와 함께 진보교육감을 지지했다. 이는 이번 판결이 국민적 열망과 상식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정치적 판결임을 반증한다. 아무리 박근혜 정권이라고 하더라도 무한경쟁과 돈의 가치가 아닌 공동체와 사람다움을 위한 참교육이라는 가치는 결코 포기해선 안된다. 이번 판결은 어떤 합리적 판단으로 인정할 수 없다. 때문에 정치권과 노동계는 노조의 자주적 결정권을 과잉 침해하는 법조항 자체를 개선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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