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라오스에 정착해 중고차 판매로 성공한 사업가

[트루스토리] 이소연 기자 = 라오스는 한때 스타렉스와 포터 등 한국산 중고차가 한 달에 2000대씩 팔려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산업용차량을 제외한 모든 중고차량의 수입이 전면 금지되면서 자동차 수입업자들은 관심은 자연스럽게 신차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또 최근에는 중고차량을 수입하던 한국인들 중 미국이나 유럽 등의 신차로 눈을 돌리거나, 삼성르노와 쌍용 등 한국산 신차수입을 서두르는 사람이 하나둘 늘고 있다. 이는 라오스 정부의 규제대상에서 신차 수입은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쌍용차를 인수·합병한 인도의 세계적 그룹 마힌드라사(社/Mahindra) 생산 차량의 라오스 독점판매권을 획득한 한국인이 있어 화제다.
 
비엔티안 폰통 사무실에서 만난 ‘폴 트레이딩(Paul Trading)’ 엄기태 사장은 “마힌드라 자동차가 단순히 인도 기술이었다면 라오스 독점판매권을 가져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마힌드라는 우리나라 쌍용차에 투자한 회사이고, 향후 쌍용의 우수한 기술이 마힌드라로 이전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수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엄 사장은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힌드라는 오래전부터 포드와 르노의 기술을 접목한 자동차제조사로 서남아시아에서는 인기가 매우 높다”면서 “앞으로 라오스에서 3백대, 향후 5년 안에 연간 1500대 이상 판매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마힌드라가 생산한 2200cc CRDi 수동기어 차량 8대를 전시한 그의 사무실은 3000㎡의 크기로, 현재 차량의 지속적 관리를 위해 서비스센터를 조성하고, 쇼룸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그의 사무실에는 마힌드라 차량수입 업무를 전담할 인도 직원을 채용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산 중고차를 수입·판매해 라오스에서 성공한 인물로 평가받는 엄기태 사장은, 한국인들이 많지 않았던 지난 1999년 라오스에 첫발을 내딛었다. 당시 라오스에서 한국산 중고차는 불확실한 시장이었지만 자신이 몸담고 있던 ‘여의무역(좋은 차 닷컴)’에서 가능성 하나를 믿고 그를 상주 직원으로 보낸 것이다.
 
잠재적 시장성을 타진한 그는 2001년 “그래,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부인과 두 아들을 데리고 라오스에 이주, 비엔티안에 정착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더 힘든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엄기태 사장은 “한 달에 중고차 5대를 팔아야 생활비와 아이들 학비 등 고정비를 겨우 건질 정도였지만, 2~3대를 판매하다보니까 결국 제살 깎아먹기 식으로 가진 재산을 모두 탕진했다”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고, 그때부터 오기가 생겨 악착같이 라오스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현지인에게 부동산 임대사기까지 당했다. 결국 차량대금을 지불하지 못해 한국에 유일하게 남겨놓았던 아파트를 차량대금으로 지불해야만 했다. 당시 사기를 당한 것이 지금 폴 트레이딩이 자리 잡은 사무실부지였다. 그러면서 그는 라오스 현지인들과 친분을 쌓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판단했다.
 
엄 사장은 “해외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인들과 신뢰를 쌓는 것인데,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혀 그 부분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언어를 배우고 일부러 거래처 사장의 집에 불쑥 찾아가기도 하고, 밤새 술을 마시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의 속을 조금씩 알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회사가 유동성위기로 문을 닫았지만 나를 믿고 한국에서 지원하는 분들의 도움으로 다시 중고차판매를 시작했다”며 “그분들도 고맙고, 저를 믿어주었던 라오스 친구들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는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게는 남부 최대 도시인 빡세를 비롯해 중남부 타캑과 사바나켓, 북부 루앙프라방 등 주요도시마다 자동차 딜러로 성공한 5명의 친구들이 있다. 단순히 업자로 만난 그들이 지금은 서로 목숨까지 내놓을 정도로 끈끈한 사이가 됐다. 특히 엄 사장이 마힌드라 자동차를 수입할 수 있도록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것도 바로 이 5명의 라오스 친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엄 사장은 “해외 사업에서 성공과 실패는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한 신뢰가 좌우하는 것 같다”면서 “마힌드라 자동차도 독수리 5형제 같은 라오스 친구들과 함께 서로 의지하며 판매망을 넓혀갈 것”이라고 밝혔다.
 
엄기태 사장에게는 꿈이 하나 있다. 라오스에 정착한 모든 사업가들이 꿈꾸는 것이겠지만, 마힌드라를 선택한 그의 꿈은 좀 다른 것 같았다.

엄기태 사장은 “해외 사업은 장점은 일정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어느 나라에서나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아이디어가 좋다면 라오스를 중심으로 어떤 사업이든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도차를 팔기 위해서는 인도 전문가가 있어야 하듯, 인재도 글로벌화해야 사업도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인도 직원을 채용하게 됐다”며 그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라오스에서 마힌드라 자동차의 시작은 미미할지 모르지만, 내년 3월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고 우리나라 쌍용차의 기술이 접목된다면 라오스 시장은 좁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하고 “고가인 도요타와 시보레, 현대·기아와 저가인 중국산 차량의 틈새를 공략해 라오스에서 판매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엄 사장은 “현재 도요타 비고(VIGO)의 가격은 5만불 내외지만, 마힌드라는 2만5천불 정도에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고 밝히고 “이는 중국산 신차보다는 높고, 시보레나 한국산 차량의 가격보다는 현저히 낮은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 과거에 스타렉스와 포터를 구입했던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업그레이드하는 시점이 지금같다”면서 “시장을 조사한 결과 중국산 차량의 품질을 믿지 못하는 중산층과 비싼 차량가격으로 선뜻 신차를 구입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틈새를 파고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그는 “영국식 사고방식을 가진 인도 사람들이 생산한 마힌드라는 안전에서도 이미 검증된 차량”이라며 “라오스 성공을 바탕으로 가까운 캄보디아와 베트남, 미얀마 시장에도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4살, 12살의 두 아들을 둔 엄기태 사장은 매년 한 번씩 온 가족이 한국을 찾는다. 이는 라오스의 열악한 의료시설로 인해 정확한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서다.
 
오늘이 있기 까지 그에게 가장 고마운 사람은 묵묵히 따라준 처와 현지 생활에 잘 적응해주는 아이들이다. 처음에는 교육 때문에 걱정도 많았다. 그러나 틀에 박힌 한국식 교육에서 벗어나 토론식 사고방식을 갖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런 걱정은 사라졌다.
 
라오스에 온지 12년, 폴 트레이딩 엄기태 사장은 동남아시아에서 또 다른 한국인의 신화를 창조하고 있다.

한편, 마힌드라는 지난 1945년 펀잡지방에서 지프(Jeep)차 조립업체로 출발해 현재 재계 10위권에 진입한 인도의 대표기업이다. 특히 마힌드라는 자동차생산과 금융·무역·항공우주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전개하며, 자산 규모 71억 달러에 고용인원만 10만 명이 넘는 대형 그룹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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