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윤한욱 기자 = 민주노총은 27일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과 관련, “공적연금 강화 없는 사적연금 활성화는 노후소득의 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뿐”이라며 “퇴직연금 도입 및 운영에 대한 노동자의 권리강화 및 안정적인 수급권 확대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2016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이후 2022년까지 모든 사업장의 퇴직연금 의무화를 추진하는 한편, 퇴직연금 자산운용의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그러나 이날 논평을 내고 “실제 사적연금을 매개로 금융 및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있을 뿐”이라며 “특히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대한 규제완화는 금융자본의 이익은 증대시키지만 정작 노동자의 퇴직연금자산은 더욱 불확실한 시장위험, 투자위험에 노출시키며 안정성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정부는 공적연금은 축소하면서 이를 보완한다는 명목으로 사적연금을 활성화하는 정책기조를 유지 강화하고 있다. 현재 40년 가입기준 47%에 불과한 국민연금 급여는 매년 0.5%씩 자동 삭감돼 2028년에는 40%까지 낮아질 예정이다.

2040년이 돼도 국민연금 수급률은 겨우 과반이 넘는 수준이고(54.4%), 평균 소득대체율 역시 21.8%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초연금 역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덜 주는 방식으로 도입됐을 뿐 아니라, 이조차 국민연금 A값에서 물가 연동으로 변경되면서 실질 급여수준은 더욱 낮아지게 된다.

반면 사적연금 시장은 2013년 기준 321조 규모로 5년 전에 비해 약 3배 가까이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저임금·저소득층에 상대적으로 더 유리한 공적연금과는 달리, 사적연금의 소득계층별 양극화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퇴직연금은 300인 이상 사업장은 75%가 가입한 반면, 10인 미만 사업장은 11%에 불과하다. 개인연금 역시 저소득가구는 단지 12.4%만이 가입해 있으며, 개인연금을 10년 이상 유지하는 비율은 절반(52.4%, 2013년 기준)에 불과할 정도로 중도해지율이 높다.

즉, 공적연금 축소 및 사적연금 강화라는 정책기조가 변경되지 않는다면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노후생활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게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노총은 그러면서 “사적연금에 대한 세제지원 역시 고소득층의 재태크 수단으로 전락해 노후소득 양극화를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퇴직연금 도입 및 운영에 대한 노동자의 권리강화 및 안정적인 수급권 확대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2016년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2022년 10인 미만 모든 사업장에 기존 퇴직금 대신 퇴직연금을 전면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사내유보 퇴직급여 충당금에 대한 손비인정 한도 축소 및 폐지, 신규 사업장의 퇴직연금 의무도입 등 자발적 전환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에서 더 나아가 향후에는 퇴직금을 없애고, 퇴직연금만 설정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노총은 그러나 “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자는 고용이 불안정하고 이직이 잦은데 반해, 실업제도가 불충분해 실업 및 재취업기간 동안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특히 노동조합 조직률이 낮은 상황에서, 퇴직연금 도입이나 사업자 선정과정 역시 사실상 사용주의 전횡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 퇴직금과 퇴직연금(확정급여, 확정기여) 가운데 하나 이상의 제도를 과반수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거쳐 설정하도록 돼 있다.

노총은 이에 “법적으로 퇴직연금만 설정해야 한다고 강제할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1년 미만 단기노동자에 대한 퇴직급여(퇴직금 또는 퇴직급여) 의무가입을 제도화하고, 안정적 수급권 확보 등 현행 퇴직연금제도의 문제를 개선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특히 퇴직연금 전반에 대한 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특히 “자산운용규제 완화는 노동자의 노후소득을 더욱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이번 정부의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의 핵심은 지난 8월 13일 투자활성화대책에서 밝힌 것처럼, 퇴직연금 가입률을 높이고 이렇게 확대된 퇴직연금자산으로 서비스산업을 포함해 자본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확정급여형(DC)이나 IRP의 위험자산 투자한도를 현행 40%에서 70%까지 늘려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며, 특히 개별자산별 투자한도가 폐기되어 더욱 공격적인 투기가 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는 마치 이러한 규제완화를 통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최근 5년간의 수익률만 보더라도 비원리금 상품의 경우 수익률 변동이 매우 컸으며,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확정기여의 경우, 수익률이 임금인상률보다 낮을 경우 사실상 손해이며, 이에 대한 책임은 모두 노동자가 지게 된다”고 일갈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노후소득보장은 고사하고, 오히려 이마저 자본의 이익을 위해 금융시장에 동원하려는 정부의 계획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진정으로 노동자의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위한다면 공적연금을 강화하는 한편, 자산운용 규제완화 등 일방적 개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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