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참으로 비겁하고, 구역질 날 만큼 낯 뜨거운, ‘제 식구 감싸기’가 여의도에서 자행됐다. 정치권이 뭐라고 변명을 하든,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은 여야의 ‘국회의원 특권 포기’ 약속이 얼마나 국민을 능멸하고 조롱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철도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었다. 세월호특별법 협상과정에서 정치적 무능을 여실히 드러내고, 자신들의 책무를 방기한 채 소모적 정쟁을 거듭하며 민생을 외면하던 여야가 ‘제식구 구하기’에 적극 나서는 후안무치한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송 의원의 혐의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인 관피아 척결과 직결된 것으로 결코 가볍지 않다. 송 의원은 철도 부품업체로부터 청탁 명목으로 11차례에 걸쳐 6500만원을 받은 ‘철피아’ 비리 혐의자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이날 본회의에서 ‘공여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참고인 진술과 물적·인적 증거가 송 의원의 범죄를 뒷받침하고 있어 범죄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은 출석의원의 절반 이상이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철피아’ 송광호 의원을 비호했다. 특권 지키기와 동료 의원 감싸기로 ‘철피아’보다 더한 ‘국피아’의 등장에 참담할 뿐이다.

새누리당은 수차례에 걸쳐 비리의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히 처리하도록 하겠다며 ‘제 식구 감싸기’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허울 좋은 말들은 그저 국민들을 기만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일부 의원들이 무기명투표라는 장막에 숨어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며 비리혐의를 받고 있는 동료의원을 구하는데 적극 나섰다. 결국 평소엔 서로 날을 세우다가도 자신들의 보신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의리’로 가득한 초당적 대응을 보이는 국회의원들의 뻔뻔한 모습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약으로 제시했고, 같은 해 대선을 앞두고는 여야 모두 국회 쇄신 차원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했었다. 하지만 송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특권의식에 쩐 여야의 특권 내려놓기 약속이 얼마나 기만적 술수였는지 만천하에 드러났다. 여야는 ‘특권 포기’를 통한 정치불신 해소와 정치개혁의 의지도 능력도 없다. 이제 국민들이 나서 국회의원들의 범법 행위 비호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헌법 44조에 규정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은 권위주의 시대 권력의 부당한 정치탄압을 예방하고 입법부 본연의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안전장치로, 비리 의원의 보호 및 처벌회피 수단이 아니다. 국회는 불체포특권 폐지를 포함한 개선방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 우선 장막 뒤에 숨어 범죄자를 비호하는 무기명투표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체포동의안 처리에 있어서 기명투표로의 전환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

국회가 지금까지 국민 앞에서 선언했던 약속은 아직껏 어느 하나 실천된 것이 없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대놓고 불체포특권을 비리 의원에 대한 법집행을 무력화하는 장치로 삼는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 국회가 입법기관인지 깡패집단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라는 게 여론이다. 하기야, 범법 의원들을 보호하는 게 깡패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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