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기아차에서도 사내하청 비정규직은 정규직노동자의 지위를 갖는다는 판결이 또 나왔다. 현대차 사내하청에 대한 같은 판결에 이어, 대법원으로부터 시작된 거듭된 판결로 이제 법리는 확고히 자리 잡았다. 권력과 자본이 월권의 힘으로 강제하지 않는 이상 달라질 이유는 없다. 적어도 자동차 제조업에 있어서는 더 이상 위장도급이 발붙일 곳은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여타 업종의 사용자들 또한 명심해야 할 교훈이다. 법원의 잇따른 이 같은 판결이 산업 전반에 만연한 불법 간접고용을 시정하고 노동시장의 정상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현행 파견법에 따르면, 완성차 공장과 같은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에서 파견 형태의 사내하청 근로는 명백한 불법이다. 그럼에도 어찌된 일인지 자본은 법위에 군림하는 양,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8일의 판결이 1심이라는 핑계로 상소 의사를 밝혔다. 과거에 노동자들이 상소했으니 자신들도 항소하겠다고 하지만, 두 과정은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최병승 등 과거 노동자들의 소송은 지방노동위원회로 시작해 사실상 최종 심판인 대법원까지, 모든 절차를 통해 법리를 확정 받은 경우였지만, 현대차의 상소는 이미 확정된 법리를 무시하며 형식적 절차를 악용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아무리 거대 재벌그룹이라고 하더라도 법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권리는 없다. 명확하고도 거듭된 법의 판결을 무시하고 장기간의 형식적 공방으로 끌고 가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행위이며, 기업윤리와 사회적 책임에도 반하는 것임을 깨닫길 바란다. 더욱이 한전 부지를 10조 5500억원으로 매입한 현대차다. 감정가에 3배나 웃도는 그 천문학적 금액 중 극히 일부만이라도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로 썼다면, 10년 이상을 뭉개 온 불법은 벌써 해결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모습을 보면, 부동산엔 아낌없이 쏟아 부어도 노동자는 말라죽어도 좋다는 못된 심리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영원한 이윤축적을 위한 법만 법과 원칙이고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준 판결은 법도 아니라는 그릇된 사고에 매몰돼 있는 것 같다. 잇따른 판결을 토대로 보자면, 정몽구 회장은 엄연한 범법자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이 때문에 즉각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옳다. 즉각 정규직화 책임을 이행해야 맞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자본의 손을 들어주려 하고, 수감된 범죄자들을 풀어주기 위해 투사적 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도 공범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수천 수만 번 얘기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불법파견 사업장에 대해서는 정부가 특별근로감독을 해 모순을 뜯어 고쳐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법에 물은 일도 없지 않는가. 사내하청노동자는 정규직노동자라고 법이 말했다. 현대기아차, 아니 정몽구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불법파견 사업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고 공약했지만 고용노동부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기업 프렌들리 운운하며 좋아해선 안된다. 반듯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약속이 만약 진심이라면 불법파견 등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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