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북스, 무엇이든 세일하는 세상을 고발한 ‘할인 사회’ 출간

 
[트루스토리] 송은정 기자 = 유명 제과점에 아내와 함께 빵을 좀 사려고 들어간다. 좋아하는 빵 몇 개를 집어 들고 계산을 하려고 하니 아내가 지갑에서 몇 장의 카드를 꺼내며 계산한다. 통신사 할인카드라는 것인데 10퍼센트나 빵 값을 할인해주었다. 아내의 지갑에는 이외에는 각종 할인카드가 즐비하게 들어 있었다.

요즘 아주 쉽게 보는 풍경이다. 어디를 가든 제값을 주고 사면 손해인 듯해서 오히려 쇼핑을 하는 게 꺼려질 정도다. 공동구매, 해외직구, 백화점 세일, 아울렛, 구루폰, 위메프, 티몬, 2+1, 할인에 관련된 단어만 해도 가지각색이다. 바야흐로 ‘할인사회’가 아닐 수 없다.

제값을 주고 사면 손해인 것 같은 세상, 소비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런 할인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철저하게 파헤친 책, <할인사회>가 출간돼 화제다.

“샘플세일 전에는 VIP 샘플세일이 열리고, 그전에는 비밀 VIP 샘플세일이 열려요.”

쇼핑 블로그 랙트닷컴을 운영하는 이지 그리스팬은 세일의 생리를 간단하게 정리해준다. 쉽게 말해 세일이 열려도 일반 소비자에게 쓸만한 물건이 돌아갈 일은 없다는 뜻이다. 평소 구매를 많이 해준 특별한 손님에게 특별한 세일 혜택도 돌아간다. 아울렛에서 판매하는 옷은 할인된 옷이 아니라, 아울렛에서 팔기 위해 할인되어 나온 옷이다. 가격 책정 전문가들은 왜 0으로 떨어지는 가격과 9로 떨어지는 가격, 그리고 8로 떨어지는 가격을 구분할까. 모르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말이 딱 맞다.

저널리스트이자 여행작가였던 이 책의 저자 마크 엘우드는 오히려 이런 시대가 소비자가 힘을 갖고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시대라고 말한다. 소비 3.0 시대라는 것이다.

저자는 실제 할인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매우 끈질기게 조사했다. 패션계가 어떻게 할인을 이용하는지, 절대로 할인을 하지 않는 기업의 무기는 무엇인지, 그리고 할인을 둘러싼 범죄까지. 할인의 뒷이야기를 알면 알수록 소비자의 힘은 세진다는 것 또한 저자의 주장이다.

생산자에게 세일이라는 무기가 있다면 최근의 소비자에게는 정보라는 무기가 있다. 일요신문을 모아야 할인을 받을 수 있던 이전과 다르게(미국에서는 일요신문에서 상품을 할이 받을 수 있는 쿠폰을 나누어주었다), 손 안에 하나씩 가격을 비교하고, 쿠폰을 챙길 수 있는(대표적으로 구루폰이 있다) 기계 하나씩 들고 다니는 세상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컷 물건을 보다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터넷 매장에다가 주문한다.(쇼루밍) 소비자의 힘에 맞서 생산자도 뭔가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할인사회에서 단지 몇 가지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가령 이런 말들이다. “이게 가장 싼 가격인가요?” 혹은 “제가 어떻게 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죠?” 아니면 “네?” 하고 되묻기만 해도 흥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벌이는 고도의 흥정의 시대가 되었다. 가격은 수시로 변동되고, 소비자는 그에 맞게 정보를 수집하고 가격을 ‘제시’한다. 어떻게 보면 톰과 제리처럼 서로 쫓고 쫓기다가 골탕을 먹는다.

이 책은 결코 단순하지 않은 할인사회를 소비자(우리 모두다)가 이해하도록 해주는 길잡이로써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마크 엘우드의 <할인 사회>는 싼 물건을 찾아 다니는 쇼핑 문화에 대한 흥미로운 탐험서로 수많은 방식으로 소비자와 판매자들이 어떻게 상대방을 능가하려고 하는지를 보여주고, 좀 더 싸게 많이 사는 쇼핑을 즐기는 쇼핑객들에게 유용한 정보로 가득 차 있다. <에르메스 길들이기>의 저자 마이클 토넬로가 말했듯이, <할인사회>는 할인 전문가의 바이블이다.

도움말: 처음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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