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윤한욱 기자 = 박창진 사무장 스케줄은 노동학대 수준에 가까웠다. 살인적이었다. 박창진 사무장 스케줄은 그동안 대한항공 '조현아'의 눈빛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는 게 이번 사태를 접한 누리꾼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그리고 한진항공에서 '보복'이 암암리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만천하게 드러낸 셈으로 가뜩이나 현 정부의 친재벌적 경제 정책 및 기업들의 '막가파식' 행태에 가뜩이나 짜증이 나 있는 국민의 불쾌지수를 더욱 높여 놓고 있다.

박창진 사무장 스케줄에 대해선 양쪽의 의견이 다르다. 한쪽은 '지옥'이라고 표현했고, 한쪽은 '공정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당하는 사람이 지옥이라고 표현을 하면 지옥인 것이다. 고통을 주며 때리는 쪽이 '지옥이 아니'라고 말하고 '아프지 않으니 참으라'고 손사래를 친 들, 지옥이 천국으로 변할 수는 없다. 조현아가 구속되고, 일부 경영진들이 사법처리를 받는, 대한항공이 겪고 있는 일련의 이 같은 고통이 본인들이 느끼기엔 '지옥'이라고 생각하며 어떻게든 집행유예로 조현아를 석방시키고 싶은 것과 똑같은 이치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조현아는 당연히 사법처리가 돼 현행범으로 구속이 되어야 하며 이는 일련의 '정상화' 과정인 셈이다.

박창진 사무장 스케줄에 대해 컴퓨터가 자동 편성 어쩌고 저쩌고 하는 소리는 '유치함' 정도가 아니라 '바보들의 합창' 같은 느낌이다. 사실 박창진과 함께 하는 근무하는 것은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고통스럽고 그들에겐 지옥 같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갑질'을 통해 국민에게 전방위적으로 욕을 얻어 먹고 있다면, 박창진 사무장 개인이 아무리 증오스럽더라도 복귀시켜주겠다고 만천하에 공개한 이상, '이전과 똑같은 상황'으로 복귀를 시킨 뒤, 더구나 그는 환자가 아니던가, 컨디션을 정상적으로 회복시켜놓고 찬물을 끼얹던지 말든지를 해야 한다. 이건 부상병에게 최전방으로 나가서 육탄전을 하라고 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 경영진들이 오직 사주의 눈치만 바라보고 있는 것에 매몰돼 있다보니 국민은 안중에 없이 '그들만의 리그'를 벌인다는 냉소마저 나온다. 대한항공(국민은 땅콩항공, 한진항공이라고 조롱한다)의 땅콩 회황 사건은 입만 열면 '고객 우선주의'을 외치는 대한항공 자본가의 민낯을 만천하에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이다. 여론화되지 않았다면 조현아는 아마도 다른 비행기 내에서 똑같은 '공주님' 짓을 했을 것이다. 아니라고 부정하기엔 그녀가 법정에서 보여주는 행동을 보면 정답이 나온다. 기가 막힐 일이다.

사법부는 사회정의의 최후보루라고 한다. 그래서 조현아에게 엄격한 법의 칼날을 들이대야 한다. 엄마이기 때문에? 이런 황당한 넌센스가 또 어디 있나? 다른 가정들은 죽어가도 되고, 내 가정은 지키겠다? 배꼽이 빠질 정도다. 이래서야 조현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겠는가. 여론이 악화되더라도 대한항공은 '박창진' 보다는 '조현아'에 방점을 두고 있다. 검찰 역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집행유예 쪽으로 답을 정한 뒤 구형을 내리는 것은 모양새가 그렇다. 들끓는 여론에 밀린 땜질식 재판처럼 보이고 있지 않는가. 이번 사건을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발맞춰 사법 구성원의 무감각이나 재벌 중심주의적 시각으로 마무리 시키면 대한민국호는 그냥 좌초된다. 더 이상 희망은 없다.

또 다른 갑질 횡포가 곳곳에서 벌어질 것이고, 갑질이 용서를 받는다면 우리 국민도 본격적으로 '갑질'을 즐길 것이다. 을이라고 영원한 을인가. 을도 을 사이에선 갑이 될 수 있다. 박창진 사무장 스케줄은 마치 왕따 문화를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대한항공이 하는 행동은 결코 공감을 받기 어렵다. 박창진 사무장은 "내가 지난 19년간 회사를 사랑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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