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김수정 기자 = 1군 사령관 장모 대장(육사36기ㆍ58)이 군내 성폭력 대책 마련을 위한 육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장 대장은 부랴부랴 발언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전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여군들이 성추행 혹은 성폭행이 발생했을 때 거부 의사를 표시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애시당초 여군들에게 이런 말도 안되는 권력자들의 접근자체가 없는 게 옳기 때문이다.

 - "여군들도 싫으면 명확하게 의사표시 하지 왜 안 하냐"는 발언으로 피해자 비난
- 군인권센터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기 식인 군 당국" 맹비난
- 육군 "1군사령관이 성군기 책임을 여군에 돌렸다는 주장은 사실 왜곡" 반박

군인권센터는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여성미래센터 소통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해 열린 육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의 1군사령관 장모 대장 발언은 피해 여군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비난하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군인권센터가 밝힌 내부 공익제보에 따르면, 지난 달 27일 성폭력 대책 마련을 위한 육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1군사령관 장모 대장은 "여군들도 싫으면 명확하게 의사표시를 하지 왜 안 하냐"라는 발언을 했다. 1군사령관의 이 같은 발언은 피해자를 비난하고 나아가 모든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것으로 해석돼 논란이 일고 있다.

즉, 이 충격적이고 놀라운 발언은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먼저 해당 여성 하사관이 상관의 성폭행을 그 자리에서 명확하게(확실하게) 싫다고 표현을 안하고 (일정부분 긍정적인 제스처를 취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해석(전적으로 여하사관에게 책임이 있다는 뜻)과, (혹시나) 여군들이 좋으면 명확하게 의사표시를 안해도 된다는 등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 있어 '발언의 심각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여단은 1군사령부 소속 예하 부대이다. 피해자를 지지하고 보호해야 할 최고 지휘관이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한 셈이다. 이는 가해자를 두둔하고 여군을 비하한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의 발언과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송 의원이 군 기무사령관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군 지휘관들의 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게 센터의 주장이다.

센터에서 실시한 군성폭력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군의 90%가 성 관련 피해를 당해도 대응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 47.4%가 소용없어서, 44.7%가 불이익 때문에, 5.3%가 나쁜 평판 때문이라고 꼽았다.

피해 여군의 95.7%는 보호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성폭력 피해사실이 드러났을 때 35.3%가 집단따돌림을 경험했으며 23.5%는 가해자로부터 보복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고 응답했다. 80%의 여군이 군사재판을 신뢰하지 않았고 85%의 여군은 군검찰을 신뢰하지 않았다.

징계위원회와 헌병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각각 92%에 달했다. 최근 5년간 성폭력 피해 여군 183명 중 부사관이 113명이었다. 계급이 낮은 부사관들이 주로 피해자가 되는 현실은 성폭력이 권력관계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센터는 "이처럼 피해여군이 자신의 피해를 말하는 순간 군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가해자로부터 보복을 당하기까지 하는 현실을 알고는 있는지, 개선할 의지는 있는지 1군사령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센터에 따르면 이날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오는 13일까지 여군 하사 피해여부를 조사하도록 지시했는데 그 내용은 각급 부대 지휘관 주관으로 여성고충상담관 등 조직을 활용해 1:1 면담하는 것이다. 또한 13일까지 지휘관회의 논의 사안을 중심으로 성 관련 사고예방 간부교육을 실시하도록 지시했다.

지휘관들이 그 권한을 악용해서 성폭력 사태를 악화시키는 현실에서 지휘관에게 1:1 면담을 지시한 점과 조사 대상을 여군 하사로 제한한 것은 진정성에 의심을 갖게 한다고 센터는 꼬집었다.

또한 예방교육 횟수를 분기별 1회로 증가하겠다는 입장은 환영하지만 그 실효성에서 의문이 든다고 센터는 밝혔다.

센터는 "횟수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전문강사의 질과 커리큘럼, 참여교수기법이다"며 "하지만 군 당국은 성인지의식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지휘관에게 간부교육을 주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국방부 관계자는 “1군 사령관의 발언 취지는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성 관련 피해를 입었을 때 적극 신고하라는 취지에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1군 사령부도 이날 오후 정훈공보참모 명의의 입장 자료를 내고 "성폭력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했다는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당사자에게 정확히 확인하지도 않고 특정인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다며 발표하는 것은 수십만명의 군 병력을 지휘하는 야전 지휘관과 각급 부대에서 묵묵히 임무에 충실한 여군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훼손하는 행위로 군인권센터는 사실 정정과 정중한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장 대장 역시 "여군들도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거부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도록 교육 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인권센터 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장 대장의 이 같은 해명은 전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여군들이 성추행 혹은 성폭행이 발생했을 때 거부 의사를 표시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애시당초 여군들에게 이런 말도 안되는 상급자들의 접근자체가 없는 게 옳기 때문이다.

새정치 "군 내부에 만연한 천박하고 삐뚤어진 성 인식"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윗물이 썩으니 아랫물이 썩는 것인가"라며 "천박하고 삐뚤어진 성에 대한 인식이 군 장성과 간부들에게 만연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일갈했다.

그는 또 "사단장급과 사단·군단 참모와 예하 장교 등 수천여명이 시청하고 있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한 화상회의에서 나온 1군 사령관의 이 같은 어처구니 없는 발언은 피해 여군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이며, 여군 전체를 비난하고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는 범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1군 사령관은 해당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고 거취를 표명해야 할 것"이라며 "또한 국방부는 군 사법 체계 개편 등을 통해 성폭력 등 성군기 위반 군인들에 대해 보다 엄격하게 처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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