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김수정 기자 = 육군 1군사령관이 성폭력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한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킨 가운데, 군 당국이 1군 사령관의 발언을 의도적으로 빠트려 당시의 상황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9일 오전 영등포구 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인권센터가 지난 2월 4일 1군사령관의 피해자 비난 발언에 맞서 여군들의 명예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기자회견을 하자 1군사령부는 입장자료라는 이름으로 반박을 했다. 그 내용은 본 센터가 의도를 곡해했다는 것으로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임 소장은 “당시 군의 입장자료는 1군사령관의 왜곡된 현실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오히려 본 센터의 1차 기자회견이 진실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에 불과했다”며 “이에 본 센터는 반박 보도자료를 내어 당시 영상분을 공개하고 진위여부를 국민과 언론의 판단에 맡길 것을 요구했다. 군 당국은 녹취록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육군본부는 이틀 후 녹취록을 찾았다며 발언의 일부 내용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던 녹취록은 채 이틀도 넘기지 못하고 발견되었다”며 “하지만 공개된 녹취록은 대부분 중략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말은 맥락 속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육군본부는 정확한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게 녹취록의 극히 일부만 공개했다. 그렇다면 중략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한 가지는 사실관계라는 이름을 빌어 피해 여군과 관련된 수사나 피해사실들을 나열한 것으로 만약 그렇다면 문제는 더 크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천 명의 장교들이 전군주요지휘관 화상회의를 지켜본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피해여군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은 물론이고 피해 여군이 조직 내에서 낙인찍힐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나머지 한 가지는 1군사령관의 중략된 발언이 더 심각한 내용이라 편집해 왜곡했을 가능성이다. 이 또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비록 중략된 녹취록이었지만 1군사령관의 발언이 명확하게 잘못되었다는 점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략된 녹취록에 의하면 제1군사령관은 ‘본인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명확한 의사표시를 했어야 했고...’라는 발언을 했다. 이는 어떤 맥락에서 보아도 피해 여군이 명확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것에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으로 명백히 피해 여군에 대한 비난이다. 이번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11사단은 1군사령부의 예하부대로, 1군사령관은 마땅히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처벌에 중대한 책임이 있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녹취록을 통해 분명하게 확인된 것은 군 당국이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또한 나아가 묵묵히 자신이 선 자리에서 국토수호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땀 흘리는 65만 장병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기만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그러나 1군사령부는 오히려 본 센터가 사실을 왜곡한 것처럼 주장하여 본 센터를 음해하고 나아가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인권옹호자에 대한 중대한 도발이며 본 센터가 군인들의 인권 향상을 목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장병들의 인권을 부정한 것에 다름 아니”라고 일갈했다.

이에 따라 임 소장은 “군 당국은 중략된 부분도 공개해야 한다. 비단 1군사령관의 발언만이 아니라 전체 녹취록과 영상분을 공개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떨어진 군의 사기와 명예를 살리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그를 위해서는 우선 1군사령관의 거취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군사령관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소속된 부대 최고 지휘관임에도 피해자를 비난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사과정에서부터 향후 재판 과정까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며 육군본부의 결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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