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항소심 결과 두고 누리꾼 “법앞에는 만인이 평등해야”

[젊은언론 트루스토리] 조현아 항소심도 역시나 ‘눈물바다’였다. 동정심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조현아 항소심에선 ‘쌍둥이’ 이야기도 나왔다. 모 예능에서 쌍둥이 아들로 90년대 톱스타가 언론의 뜨거운 조명을 연일 받고 있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지만, 어쨌든 쌍둥이 엄마 조현아는 이번에도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이 주말마다 시청자들을 찾아가는 것처럼, 조현아의 멘트 역시 반복되는 이야기다.

법정에서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재판관 앞에서는 그 누구도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진 않는다. 일단 굴복하고 비굴해진다. 모두가 속아 넘어갈 연기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생존한다. 조현아 측의 말을 그대로 빌려보자면, 조현아가 원정출산을 통해 낳은 쌍둥이는 요즘 불안 표시 증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 말이 만약 사실이라면, 엄마의 잘못된 실수가 결과적으로 자식의 삶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해석을 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역으로 항공기 회항 사건으로 국제적 조롱거리가 된 조현아 전 부사장은 현재 감옥 안에서 자식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점은 이 세상의 모든 부모라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현아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었다면 ‘쌍둥이’ 이야기는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 조현아 측 논리대로라면 옥중생활을 하고 있는 모든 신생아 엄마들에겐 당장 ‘자유’를 줘야 한다. 또 자녀와 떨어져 있는 것이 안쓰럽기 때문에 자녀들이 있는 부모들도 모두 가석방을 통해 ‘해방’ 시켜줘야 한다.

재벌 3세의 아들과 딸은 가족으로서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가치이고, 서민들의 자녀는 죽던지 말든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조현아 측은 그냥 비행기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솔직하게 고백하고 그에 따른 벌을 받으면 그만이다. 왜 쌍둥이 이야기를 꺼내서 여론을 바꾸려고 하는가. 그래서 미덥지가 않다. 불신만 생긴다. 감옥에서 하루 빨리 나간 뒤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시든 경영에 복귀하고 싶어하는 갈망으로 밖에 해석이 안된다. 쌍둥이 언급으로 그녀의 사과에 대한 진정성은 A부터 Z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저급한 사고의 밑바닥을 여과없이 선보인 안하무인격의 인물을 연간 매출액 11조원이 넘는 거대 항공사 주요 보직에 다시 앉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때 조현아 전 부사장의 다음과 같은 반성문이 비난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그녀는 반성문에서 “언론이 저를 미워하기 때문에 제가 대한항공과 더 이상 같은 길을 걸어 갈 수도 없다는 것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의 이러한 사고방식은 솔직히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 느낌이다.

그녀는 여전히 기본기가 안 돼 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그녀가 대기업 임원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박창진 사무장과 같은 평범한 조직원을 진정으로 존중하라는 것이다. 이래저래 언론이 조현아를 미워하는 게 아니라, 아무리 생각해도 조현아가 (자신에 대한 비판적인) 언론을 미워하는 것 같다. 이런 분석 때문에 주요 언론들은 조현아 석방 이후 대한항공의 광고를 하나라도 따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조현아의 눈치를 슬슬 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비아냥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여전히 우리 언론들은 국격까지 만신창이로 만든 대한항공의 광고를 받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그래서 그들은 여전히 조현아에게 우호적인 기사만 쏟아낸다. 조현아의 눈물을 거듭 강조하고 쌍둥이에 대한 모정을 애써 강조한다. 반면 반성 없는 재벌의 오만과 독선엔 철저히 눈을 감는다.

 
“공정한 사회는 여전히 멀었다”는 강인한 혁명가 루쉰의 지적은 비단 1920년대 중국 경제에만 해당되는 게 아닌 듯 싶다. 2015년 대한민국 재벌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안타까움 뿐이다.

최봉석 대표기자 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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