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기자회견, ‘대인배’ 면모 보여주다

 
[서울 = 트루스토리] 이승진 기자 = 박원순 기자회견엔 구질구질한 변명은 없었다. 그는 대인배였다. 남을 위해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알았다. 우리가 꿈꾸는 대통령상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해당 의사는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에 노발대발을 해선 안됐다. 박원순 시장에게 자료를 넘겨준 곳은 정부 당국이었다. 정부가 넘겨준 자료를 토대로 ‘위험하다’고 판단을 내려 심야에 긴급히 발표한 것이고, 발표에 앞서 정부 당국의 ‘허락’을 받았는데 왜 모든 비난은 박원순 시장이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게 누리꾼들의 공통된 견해다.

엄밀히 따지면, 해당 의사는 박원순 시장에게 따지기 전에 박근혜 정부에게 따졌어야 옳았다. 그런데 여권은 박원순 시장 죽이기에 나섰다. 그리고 정치적 행보라고 비판했다. 대선행보라고 비판했다. 그들의 두뇌에서 나올 수 있는 1차원적 ‘총력전’에 가깝다.

보수언론을 비롯한 종편과 보수집단은 여전히 박원순이 싫다. 그가 서울시장에 있는 것 자체가 맘에 안든다. 그래서 지금도 ‘불안감을 키운다’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삿대질 중이다. 정말 불안감을 키우고 정치적으로 이를 이용하는 집단은 어딘지 몰라서 저러는 것일까.

의사는 정말 억울했을 가능성이 100%다. 비판도 모자라 마녀사냥을 당했으니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출발점은 박원순 시장이 아니라 정부 당국이라는 점이다. 박원순 시장은 “정부가 준 자료를 그대로 읽었을 뿐이고, 허락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여전히 “의사에게 도덕적 상처를 줬고 국민에게 불안감과 공포감을 줬다”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옹호론을 펼치는 반면, 박원순 시장에 대한 저주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의사에게 도덕적 상처를 주고 국민에게 불안감과 공포감을 준 것은 분명히 박근혜정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지금까지 그 어떤 사과가 없다. 반면 박원순 시장은 고개를 숙였다.

박 서울시장은 8일 오후 시청에서 서울시의사회와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지난 4일 회견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된 의사가 불특정 다수 시민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밝힌 것과 관련해 “시의 의도와 달리 메르스 전염이 의사와 병원의 부주의 탓이란 오해가 야기됐을 수 있다”며 “그 일이 당사자와 의료진에게 마음의 상처가 됐을지 모른다. 심심한 유감의 말씀을 드리며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은 사과가 없었지만 박 시장은 고개를 숙였다. 그가 다른 정치인과 어떻게 다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순간이었다. 참고로 본지는 창간 이후 서울시로부터 단 1원의 광고비나 후원금을 받은 적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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