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이승진 기자 = 메르스 의사와 관련돼 국민은 전날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다. 메르스 의사 가족을 한 매체가 인터뷰한 것인데 이 가족은 “박원순 서울시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뇌사상태라 장례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음 날 서울대병원 측은 “전반적으로 안정된 상태”라고 메르스 의사의 현 건강 상황을 전했다. 도대체 메르스 의사 가족은 전날 이 매체를 통해 왜 이 같은 이야기를 했을까. 그리고 해당 매체는 왜 여러 발언 중 이 같은 멘트를 ‘기사화’ 시켰을까.

일단 이 기사를 토대로 보자면 메르스는 우리들이 알고 있는 상식과 달리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해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만약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박 대통령 때문에 스트레스를 심각하게 받으면 상황이 나빠져 장례를 치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사회적 이슈가 정치적 이슈로 탈바꿈 하는 순간이다. 보도된 기사를 토대로 일반적으로 접근하면 메르스 의사와 의사 가족들은 외견상 ‘친정부’ 측으로 추정된다(물론 야권 지지자일 수도 있다). 즉, 가족들이 정치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필자도 정치적으로 접근한다면 여당에 대해선 우호적, 야당에 대해선 비판적인 사람들일 가능성이 일정부분 느껴진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까진 ‘정치사상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그리고 ‘표현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언론을 향해 ‘절규’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은 이를 그대로 보도해선 안된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박근혜 정부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정부를 보호하기 위해 느닷없이 메르스 의사 가족의 말을 빌려, 박원순 시장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이럴 때 쓰는 말이 ‘적반하장’이다. 메르스 의사에 대한 관심은 메르스 확산이 계속되면서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그는 젊다. 젊은 사람에게 잘못된 일이 생기면 그만큼 공포감이 더 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주장과 달리, 어제 혹은 그제 정도면 잡힐 것 같던 메르스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병원 밖 감염,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 국민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삼척동자도 알다시피 초기대응에 실패했고, 초기대응 문제는 괴물처럼 서 있었던 삼성서울병원이 지목되고 있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틀어막았던 이유가 바로 저 큰 병원인가 하는 의심의 눈이 쏠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메르스 의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것이다.

정부 당국과 보수진영은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옹호, 메르스 의사를 주체로 진보진영에 대한 공격을 멈춰야 할 것이다. 방금 이 순간, 순창에서도 메르스 환자가 사망했다. 사망도, 확진도, 격리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환자도 생기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메르스에 갖고 있는 ‘말도 안되는’ 낙관은 금물이다. 메르스는 불통과 무능이 키운 질병이다.

한국 정치가 늘 그렇듯, 새누리당은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정치적으로 접근했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현직 의사인 메르스 환자가 서울시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력이 약해져 상태가 악화됐다고 환자 가족들이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수도 서울의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시에서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라면 처신의 신중함은 더해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의 대열에 동참했다.

이런 식의 접근법, 놀랍지도 않고, 뭐 아무래도 좋다. 메르스 확진의사가 박원순 시장에게 ‘독설’을 퍼부은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은 높고 이로 인해 갑론을박 역시 뜨겁지만, 그와 별개로 그는 건강해져야 하고 건강하게 환자들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 단 한명의 환자도 없어야 끝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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