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사이다 진짜 범인을 놓고 ‘진실게임’으로 흘러가나?

 
[트루스토리] 정석호 기자 = 농약 사이다 범인은 마치 박 할머니처럼 묘사됐다. 농약 사이다 살인 사건은 그 마을에 살고 있던 83살의 나이 드신 할머니가 저지른 참극이라는 것이다. 거짓말 탐지기를 동원했더니 할머니의 진술이 거짓말이라고 검찰은 강조했다.

할머니는 궁지에 몰렸다. 그런데 할머니를 도와주는, 즉 국가 공권력의 수사를 180도 뒤집는 진술이 나왔다. 농약을 마시고 생사를 오가던 할머니가 살아나면서 박 할머니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할머니는 놀러 왔고, 냉장고에 있던 사이다를 마시자고 제안한 사람은 다른 할머니라는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경찰이 너무 ‘한 방향’으로 단정을 지어 수사를 내린 결과물이 되는 셈이다. 경찰의 무리수라는 것이다.

결국은 증거물이다. 할머니는 증거물을 너무 쉽게 방치해뒀다. 다른 각도로 범인을 추적해야 옳았지만 그런 노력은 아예 없었다. 박 할머니가 범인일 수도 있지만 진짜 범인이 따로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했어야 옳았다는 설명이다.

핵심은 ‘혼자 안 마셨다’는 이유로 할머니가 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박 할머니가 보여준 행동과 정황을 보면 ‘의심스러운’ 대목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러나 너무 단정을 지어 토끼몰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아주 작은 한 농촌 마을을 휩쓴 독극물 사건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할머니들이 사이다를 마시고 쓰러졌는데 범인은 없다.

당시 죽음이 사이다에 들어 있었던 것은 고독성 농약인 ‘살충제’ 성분이었다. 말 그대로 ‘살인을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 같은 행동을 저지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 살충제는 색깔도 있고 냄새도 있지만, 이 사이다 속에 든 살충제는 색깔도, 냄새도 없다. 워낙 독성이 강했던 까닭에 오래 전부터 판매도 사실상 금지돼 왔던 살충제였다.

결국 현재까지 경찰과 검찰이 밝힌대로 보자면, 83세 할머니가 고도의 지능을 발휘해 순차적으로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질렀거나, 아니면 다른 각도에서 볼 경우 누군가 할머니를 음해하며 밖에서 이런 상황을 비웃고 조롱하고 있는 셈이다.

이미 할머니 두 분은 사망했다. 또 다른 두 명은 위독한 상태이고, 위독했던 또 다른 할머니는 일어나셨다. 그리고 새로운 진술을 쏟아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진술의 핵심은 누가 왜 사이다에 ‘죽음의 살충제’를 넣었느냐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다가가야 한다.

유력한 용의자는 박모 할머니가 맞지만 ‘확실한 증거로’ 검거를 해야 한다. 단순히 혼자 마시지 않았다는 이유로, 할머니들이 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었는데 신고를 안했다는 이유로 ‘용의자’로 몰고 가는 것은 너무나 유치하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박 할머니도 “죄가 없는 사람을 잡지 말라”고 여전히 관련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할머니는 여전히 ‘농약병’은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누군가 자신을 음해하기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범인은 누구일까. 박 할머니에 대한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의 심리감정 결과가 오늘 중 대구지검 상주지청에 통지되는 가운데, 검찰은 이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유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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