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개혁....내가 하면 로멘스, 남이 하면 불륜?

 
[트루스토리] 아무래도 화폐개혁이 노동개혁 다음으로 이뤄질 것 같은 느낌이다. 노무현 집권 시절 때도 화폐개혁 이야기는 나왔다. 하지만 노무현이가 하면 무조건 반대하던 당시 야권과 수구보수진영의 거부 목소리는 꽤나 높았다. 개혁의 가치 보다 그가 하는 게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이 지금은 화폐개혁을 하자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른바 ‘리디노미네이션 효과’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화폐 액면 단위를 낮추자는 것이다. 지난 1962년 10환을 1원으로 바꾸는 화폐개혁을 한 뒤 최고액권은 500원에서 5만 원으로 100배로 커졌고 국민소득은 상상 그 이상으로 증폭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화폐 단위에 대한 변혁은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노무현 대통령 시절 한국은행이 1000원을 1환으로 바꾸는 화폐개혁을 시도했지만 ‘물가가 상승해 국민 경제가 죽는다’는 수구보수진영의 논리로 무산됐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그런 ‘화폐개혁’에 손을 대고 있다. 집권 초기부터 ‘지하경제 양성화’의 수단으로 화폐개혁을 추진한다고 하더니, 집권 중반에 들어서 곧바로 여론의 동향을 떠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믿음 때문으로 읽힌다.

실제로 진보와 보수를 떠나 대다수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선 화폐개혁이 이뤄지면 장롱 속에 숨어둔 검은 돈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현재와 같은 경기 침체기에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원화 위상 제고는 물론이고, 지하경제가 양성화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화폐개혁을 하게 되면 현재 사용되는 지폐를 새로 발행된 지폐로 교환해야 한다. 그로 인해 각처에 잠자고 있던 각종 검은 돈이 자연스럽게 세상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지하경제의 양성화로 검은 돈들이 부동산 및 주식 등의 실물투자로 자연스럽게 몰리게 되면 경기도 반짝 살 수 있다. 현 정부가 계산하는 경기부양법이다.

노동개혁도 그러하듯 화폐개혁도 대통령의 이러한 의중이 반영됐기 때문일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개혁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노무현 정부 때는 국회가 반대했지만, 지금은 새누리당이 직접 나서 찬성하는 분위기다. 경제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어쩌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키워드’가 화폐개혁이라고 결론을 낼 수도 있다.

때문에 하반기 집권 과정에선 노동개혁과 화폐개혁을 통해 ‘반짝 경기’를 맛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화폐개혁을 노무현 정부 때 현재의 새누리당이 반대했듯이 쉬운 일은 아니다.

신종 화폐를 도입해야 하고, 화폐단위도 변경해야 한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또 쏟아 부어야 한다.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고 하지만 화폐가치가 달라졌다고 ‘돈이 없는 사람’이 갑자기 로또가 맞은 듯 부자가 되는 건 아니다.

실질적으로 경제가 살아나야 소비가 가능한데, 화폐를 개혁한다고 일용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정규직처럼, 가진자들처럼, 돈을 펑펑 쓰는 건 아니다. 그들만의 리그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돈의 단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경제민주화 등 실질적인 경제살리기를 위한 해법과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마이웨이식’으로 진행하는 화폐개혁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박정희 정권 때도 지하경제의 깊이를 잘못 측정하고 화폐개혁을 추진했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아버지가 하는 것을 모두 따라하는 건 긍정적인 정책이 아니다. 국민이 왜 불안해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노무현 때는 안되는 게 박근혜 때 된다는 논리부터 앞뒤가 맞지 않다. 중요한 건 서민들의 지갑이 열릴 수 있도록, 서민을 잘 살 수 있게 경제 정책을 펴야 한다.

최봉석 발행인 겸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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