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 세일, 소비자 위한 것? 아니면 보여주기 쇼?

 
[트루스토리] 김도연 기자 =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그야말로 뜨겁다.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한국판’이 정부 주도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지난 번 ‘광복절 대체휴일’처럼 ‘경기 부흥’이다. 말 그대로 ‘세일’을 통해서 죽어가는 경제를 살려보자는 것이다. 만약 이번 세일로 경제가 살아난다는 언론들의 분석보도가 쏟아진다면,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아예 ‘고정화’ 시키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의문은 과연 이번 세일이 ‘미국판’과 똑같냐는 것이다. 미국의 그것은 연중 가장 큰 쇼핑 축제이다. 그래서 생긴 게 바로 ‘직구족’이다. 싸도 너무나 싸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미국에서 시행 중인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에서는 신상품이 주로 나온다. 그리고 가격을 절반으로 다운시킨다. 예를 들면 새로 나온 TV가 300만원 일 경우 세일 기간에는 150만원에 판매한다. 해당 상품이 소진될 때까지 한다. 많이 팔린다고 중간에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엔 ‘열외’라는 게 없다. 모든 제품이 ‘한정 수량’이 아니라 ‘전 품목’을 대상으로 한다. 1년 동안 기다리는 보람을 세일 기간에 찾는 것이고 그래서 밤을 꼬박 뜬 눈으로 지낸다. 굳이 정부가 주도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세일의 폭을 넓히고 시민들은 그런 기업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이는 철저히 미국의 소비문화다. 그래서 국내 기업들도 종종 이를 함부로 도용해 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무늬만’ 그런 행사였을 뿐, 그 속을 들여다보면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사기극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올해는 한발 나아가 정부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새마을 운동 선전하듯, 보도자료를 내고 홍보하고 있는 까닭에 기업들도 동참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사상 최대 기업들이 참여했다’는 제목이 언론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 최대 70%라는 미사어구와 함께.

‘관’ 주도의 그런 행사는 내일부터다. 아직 시작도 안한 행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어쩌면 무리일 수도 있다. 다만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과연 미국처럼 한국 기업들이 ‘화끈하게’ 가격을 다운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연간 소비의 20%가 관련 행사 기간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커다란 소비효과를 가져오는 시기다. 영국의 ‘박싱데이’, 일본의 ‘후쿠부쿠로’도 같은 맥락의 행사다. 다만 이들 나라의 행사는 ‘국가 주도’가 아니라 ‘기업의 자발적 행사’라는 점이다.

돈 없는 서민들이야 이번 행사에 관심을 가질 수 없지만, 주머니 사정이 좋은 주부들은 고가의 명품백을 혹시나 70% 싸게 구입할 수 있지 않을까, 관련 기사를 수시로 클릭하는 것 같다. 기업들도 이번 기회에 ‘재고 털기’에 주력할 게 불 보듯 뻔하다.

이래저래 정부가 주도하는 것보다 차리리 뒤에서 지원하는 게 낫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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