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그런 정치적인 일련의 흐름 때문일까. 주진우의 얼굴을 보고 싶어했던 ‘시청자’들은 무척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의도됐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편집으로 시청자들은 방송에 집중할 수 없었다. 초반부터 김제동이 자체 검열에 들어갔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시청자들은 방송 내내 ‘왜 카메라는 주진우를 잡지 않을까’ ‘왜 주진우가 잡힌 모습은 전파를 타지 않을까’라는 고민에 휩싸였다. 그리고 ‘일베 인증’을 하며 시청자들의 속을 썪였던 SBS의 과거 전력을 생각했고, ‘혹시나’ 이번에도 권력의 입김 때문에 이런 3류 편집이 나온 것 아닌가 의심을 했다.

주진우를 싫어하는 진영에서는 당연히 ‘보기 싫은 인간이 편집돼 다행’이라는 반응은 물론이고 김제동과 이승환까지 싸잡아 ‘색깔론’으로 몰고 가면서 이른바 ‘좌놈’이라는 비아냥을 쏟아내고 있지만, 어쨌든 ‘이승환’이 주인공인 까닭에 그의 친구들이 응원차 방송에 나오는 것은 ‘정치적 색깔’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주진우 역시 방송에서 ‘정치적 소신’을 밝힌 것도 아니고 자신의 근황을 언급한 것도 아니고, 박근혜 정권의 비리를 폭로한 것도 아닌, 자신의 형님인 뮤지션 이승환의 업적(?)에 대해 옆의 친구들이 ‘말을 제대로 못하니까’ 답답한 나머지 몇 마디 거들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자연스러운 그림도 누군가에게는 못마땅했나 보다. 전언에 따르면 주진우는 녹화에서 ‘상당 부분’ 말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주진우의 멘트는 전날 딱 한번 나왔다. 100% 편집하고 싶었겠지만 양심은 있었는지, 한 번은 나왔다. 그러나 그의 얼굴이 제대로 잡힌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일개 시민 MC들보다 더 ‘악당’ 취급을 받았다.

무엇이 도대체 두려운 것일까. 정부와 여당의 언론 탄압은 노골화 되고 있다. 진보적 인터넷신문을 압박하고 있고, 진보진영 사람들이 자주 찾는 포털(대놓고 다음) 압박하고 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눈엣가시’들은 모조리 제거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공중파는 이미 장악했고 JTBC 손석희도 길들이기 위해 ‘올인’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온다.

대중이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애써 주진우를 노골적으로 왕따 시키며 이런 의혹을 더욱 부채질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방송사는 ‘억울하다’고 반박하지 말고, 주진우를 촬영한 분량을 속시원하게 공개해라. 정말 촬영을 했는지도 궁금하지만, 편집이 됐다면, 도대체 그가 방송에서 어떠한 부적합한 내용을 이야기했는지 시청자들이 직접 판단해보도록 말이다.

무관의 제왕 소리를 듣고 있는 주진우가 박근혜 정권에서는 짜증날 수도 있겠다. 박근혜 대통령 5촌의 살인사건 의혹을 보도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그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다른 기자들은 예능에 나와서 수다도 잘 떨고 있다. 누군가 던져주는 보도자료나 쓰고 있는 기자들, 어뷰징으로 조회수나 올리고 있는 기레기들이 판치고 있는 상황에서, 주진우는 ‘빛’이다.

혹시나 현 정권은 주진우가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에 입사해 ‘어뷰징(같거나 비슷한 기사를 반복적으로 포털 사이트에 송출해 조회수를 부당하게 얻는 행위)’ 기사나 작성하길 바라고 있는 건 아닌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