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정말 왜 ‘쓰러졌을까’

 사진 제공=포커스뉴스
[트루스토리] 정석호 기자 =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제대로 걸려 들었다. 새누리당은 ‘총공세’에 나섰다. 솔직히 그런 새누리당을 탓할 것도 못된다. 이유야 어쨌든 ‘실수’를 한 것은 사실이니까.

새누리당 출신 도지사가 만약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다면, 야권도 ‘사퇴하라’고 총공세에 나섰을 것이다. 피장파장이다. 정치란 원래 더럽고 유치한 것이다. 내가 하면 로멘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

멀게는 김무성 의원의 사위 마약혐의부터 시작해 가깝게는 성폭행 논란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심학봉 의원 사건이나, 새누리당 경주시당협이 당원 단합대회를 위해 청송 주왕산국립공원을 찾아 음주 소란행위를 벌이는 통에 경찰이 3차례나 출동하는 일은 ‘애교’로 봐줬다면, 새누리당이 ‘술에 취한’ 최문순 강원도지사에게 지사직 사퇴를 요구한 것도, 결과적으론 해프닝을 봐야 한다.

압박의 수위는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 잊혀질 일들이니까. 왜냐고. 혹자의 표현대로 우리 국민은 미개하니까. 아울러 한국인 특유의 냄비근성도 한 몫 하고 말이다.

하지만, 중차대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 술에 취한 것이냐, 아니면 업무를 나몰라라하고 몰래 딴 짓을 하다가 술에 취했느냐, 또 노래방이나 유흥주점에서 여자들을 끼고 추태를 부리던 중 실수를 저질렀느냐는 차이가 있다.

‘만취’에는 정도가 없다. 몸이 건강한 사람도 컨디션에 따라 취하기 마련이고, 몸이 허약한 사람은 더더욱 쉽게 취한다.

강원도 관계자에 따르면 최문순 지사는 건배를 제의한 이후 인삼주 5∼6잔을 마셨다. 그리고 중국 안후이성 인민대표회의 관계자들이 술을 건넸지만, 최 지사는 이후 일정 때문에 맹물로 바꿔 마시지 않았다. 이후 일정은 도정질의로 보인다.

나름대로 공직자의 품위를 지키려고 노력한 셈이다. 새누리당의 주장대로라면, 최 지사는 당초 술을 마시지 말았어야 했다. 보통 외교와 관련된 공식석상에선 ‘술’을 마시며 건배를 외치기 마련이다. 혹자는 얼마 전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에 참석, ‘총선승리’라는 건배사를 외치지 않았는가. 그때 거기에 있던 사람들은 술을 안마시고 물을 마셨나.

그런 자리에선 안 마시는 게 오히려 실례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논법대로라면, 중국에 대한 외교적 실례를 저지르게 되더라도, “저는 마실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어야 옳았다. 즉, ‘도정질의’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술을 입에 대선 안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 지사는 ‘도지사이기 때문에’ 술을 마셨고, 새누리당은 이를 두고 “강원도민의 수장으로서 자격박탈 되어야 할 심각한 사유”라고 강변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압박은 진심으로 이해된다. 정치공학적으로 볼 때 그래야 마땅하다. 강원도의회 내 새누리당 의석 수는 44석 중 36석으로 81.8%를 차지한다. 또 의장과 부의장, 5개 상임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이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어서 당론이 도의회 결정에 절대적이다. 특히 총선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에 ‘목소리’를 더욱 높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온갖 업무에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도지사가 술에 취해서 비틀거린 행동이 신성한 민의의 전당을 모욕한 것일까. 강원도를 전국적인 웃음거리로 만든 것일까. 그런 주장이 나온다는 것은 이미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물타기’라는 것이다. 황교안 총리의 친일 발언, 교과서 국정화 논란 등 새누리당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을 때, 최 지사가 술 몇 잔 마셔서 취해준 건 ‘그야말로’ 반격의 기회다.

최 지사는 “개인적으로도 난생 처음 겪는 일이라 당혹스럽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사과했다. 또 “외국 손님들과의 환영식사를 잘 마치고 귀청하는 중 갑자기 처음 겪어보는 현기증과 구토 증세가 일어났다”고 당시를 전했다. 새누리당의 바람대로라면, 그는 ‘비틀거리지 않기 위해’ 공개적인 자리에 아예 나타나지 말았어야 했다. 만약 나타나지 않았다면 또 뭐라고 했을까. 그런 논리라면 당초 최 지사는 술을 입에 한 모금도 대서는 안됐다. 이는 분명 외교적 실례다.

“몸이 허약하니까 지사직을 사퇴해라”라는 주장은 정말 초등학생들도 아니고 유치하기 짝이 없다. 대한민국에 생존하는 몸이 허약한 사람들을 무시하는 발언이다. 그들은 허약하고 싶어서 허약하나. 몸이 허약한 사람은 관료직에 오르면 안되나.

이념적으로 갈라진 대한민국에서 쓸데없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 지사는 앞으로 건강을 잘 챙기길 바란다. 다시는 이런 일도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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