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출범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박근혜 정부가 가까스로 조각을 마무리 했다. 지난 17일 김용준 인수위원회 위원장이 3차 인선으로 17명의 각료 인선을 모두 끝냈고, 18일 청와대 비서실장에 허태열 전 의원과 국정기획ㆍ민정ㆍ홍보 등 3명의 수석비서관을 임명해 일단 새 정부의 틀은 어느 정도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에 대한 소회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불통인사, 병풍인사다. 그동안 거론되던 유명인사가 빠져서가 아니라 충격적인 의외의 인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정부조직 개편안이 합의되지 못한 상황에서 부처 장관들의 인선을 밀어붙인 것이나, 인선 대상자들이 어떤 사람이며 왜 발탁했는지 국민에게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는 것이나 모두 박근혜 당선인이 야당과 국민들과 소통을 얼마나 무시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전형적인 불통인사이다.

이번 인사에선 박근혜 당선인이 주장한 책임장관제에 부합하지 않고 ‘박근혜 예스맨’을 세운 것부터 눈에 띈다. 진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의 경우 보건복지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비전문가로 단지 박근혜 당선인의 최측근이라는 이유로 인선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다. 박근혜 당선인의 그림자로 평가받는 조윤선 여성부장관 후보자 역시 여성계와 아무런 인연이 없는 비전문가이다. 전형적인 병풍인사다.

오늘까지 인선된 인사들 가운데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인물들도 다수 있다. 먼저 김종훈 미래부장관 인선은 박근혜 당선인의 국가관을 의심케 한다. 김종훈 후보자는 일찍이 미국에 이민을 가서 미국 시민권을 얻고 미국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미 해군 장교로 7년이나 복무를 하고서 불과 사흘 전에 한국 국적을 회복한 검은 머리 미국인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김 후보자가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깊숙이 관계된 인물이라는 점이다. 김 후보자는 과거 CIA가 설립한 ‘인큐텔’ 창립에 관여하고, 최소 2005년까지도 이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 인큐텔은 미국 CIA가 원하는 기술을 실리콘벨리 식 벤처 투자 형식으로 거둬들이는 신군산복합체 모델의 특수 회사로 미국 정부 기관이나 다름이 없는 기업이다. 또한 또한 여러 정보기관의 자문 역할을 하는 ‘인텔리전스 리뷰’의 패널로 참여한 사실도 있다. 미국 정보기관과 기업의 이익을 대변해온 미국인을 국가 미래산업을 담당할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인선하는 게 과연 상식적인 선택인지 의문이 든다. 아무리 박근혜 당선인이 미국을 좋아한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 장관 후보자 검증보다 대통령 당선인의 국가관을 검증하는 게 필요해 보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다음으로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는 육군 대장 출신으로 군 전역 후 불법 로비를 벌인 혐의로 내사까지 받은 전력이 있는 무기중개업체 자문이사로 근무하면서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방부장관으로는 당연히 부적격한 인사다. 또한 김 후보자는 지난해 4월 재향군인회장 선거에서 “종북세력 척결의 결사대가 되겠다”고 하는 등 극단적인 색깔론자로 국민대통합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명박 정부 시기 국방부가 민주화운동이나 정부를 비판하는 행위를 종북행위로 규정하고 국군의 적으로 표현한 종북교육, 종북시험 등으로 물의를 빚었는데 군의 정치중립을 심각히 해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출신으로 재임 기간 동안 친정부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국책연구기관을 정부의 ‘머리’가 아닌 ‘손발’로 전락시켰다는 비난을 받은 전형적인 ‘MB맨’이다. 특히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중시했던 KDI의 전통을 무시해 핵심 연구원들과 번번이 갈등을 빚었다. 또한 현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초기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단장으로 있으면서 인천국제공항 민영화에도 앞장섰던 인물이다. 당시 인천공항 인수에 나섰던 ‘맥쿼리그룹’과 촘촘한 인맥으로 엮여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는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규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으며 분양가상한제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대표적 시장주의자이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으로 주택정책의 방향을 전환을 해야 할 때 시장주의자를 국토부 장관으로 인선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청와대 비서실장에 내정된 허태열 전 의원. 그는 과거 ‘제2의 삼청교육대 부활’, ‘기생관광 부활’을 주장한 인물이다. 또한 광복절을 전후해 일본에 골프관광을 가는 등 국가관에 의심이 가는 인물이며, ‘민주당은 전라도 당’, ‘민주당은 빨갱이 꼭두각시’라며 지역주의를 부추기고 색깔론을 즐겨온 인물이다. 정계에서 퇴출돼야 하는 인물을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명한 박근혜 당선인에 대해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삼척동자도 알다시피 인사는 만사라 했다. 지금 국민은 박근혜 당선인의 인선을 보면서 ‘준비된 여성대통령’이 아니라 ‘준비 안된 초보대통령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출범도 전에 이처럼 논란을 자초하는 대통령도 흔치 않을 것이다. 또다시 이명박 통치자의 불통 이미지가 오버랩 돼 고통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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