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직격탄] 이중적인 김종인 대표, ‘그 따위’에서 보여진 속내

 

[트루스토리] 조정현 기자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이중적 행보’로 비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내가 하면 로멘스이고, 남이 하면 뷸륜이라는 ‘이중적’ 공식에서 그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는 ‘셀프 공천’ 비판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종인 대표는 친노 운동권의 좌장이라고 할 이해찬, 그리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저격수’ 역할을 했던 정청래 등 더민주에 헌신적으로 몸을 담으며 당에 대해 ‘그 따위’라는 표현조차 안했던 현역 의원에 서슬퍼런 칼날을 휘둘러 ‘팽 시킨’ 자신의 행동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종인 대표의 입장에선 ‘수권’으로 가는 길이었을지 모르지만, 이해찬 정청래 의원의 입장에선 ‘사람을 갖다가 인격적으로, 그 따위로 대접했던’ 무식한 공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김 대표는 분명 ‘구원투수’로 왔다. 스스로 ‘구원투수’라고 밝힌 상황은 아니지만, 그의 표현대로 ‘자기들이 낭떠러지에 떨어지려고 하니까’ 투입된 것이라면, 낭떠러지에 떨어지지 않도록 잡아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 이후의 행보는 더민주가 알아서 하면 되는 일이다. 총선에서 대패하든, 대선에서 또 쓴 잔을 마시든, 그건 더민주에 남은 자들의 몫이자 나아가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 전체의 책임이다.

정의감에 불탄 김 대표 혼자서 악을 쓰고 투정을 부리고 생떼를 부린다고 총선에서 이기는 것도, 대선에서 이기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이번 행보는 김 대표가 스스로의 이권을 챙기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는 ‘셀프 공천’ 논란에 대해 ‘당을 조금이라도 추슬러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의원직을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컷오프 당한 의원들은 당에 해가 되는 인물이었단 말인가 묻고 싶다.

당은 벌써부터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총선에서 김종인 대표 때문에 2번을 찍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당을 추스르는 게 아니라 당을 무너트리고 있는 꼴이다. 한 언론에서 “총선 이후에 내가 나오면 이 당이 제대로 갈 것 같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아집이다. 총선 이후, 김 대표가 나와서 더민주가 혹여나 비참하게 붕괴되더라도 김 대표를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더민주도 응급환자이지만 국민의당도 응급환자이다. 야권 전체가 분열이 된 이 상황이 응급상황이다. 총선에서 졌다고 김 대표를 원망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그는 ‘노욕’을 드러냈다. 그는 분명 “인격적으로 사람을 모독하면 나는 죽어도 못 참아”라고 했다. 그렇다면 김 대표 때문에 잘려 나간 ‘친노’들은 인격적으로 모독을 당해도 된다는 이야기일까. 자신은 ‘죽어도 못 참아’라며 울분을 터트려도 되고 ‘친노 학살’로 뱃지를 잃게 된 실력파 의원들은 죽어도 참아야 한다는 논리일까.

대표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반대파도 안아야 하는 게 대표다. 죽어도 참아야 하는 게 대표다. 자신에 대해 비판을 가하더라도 포용하면서 ‘그 따위로 대접하는 정당’이라는 촌스럽고 유치한 발언은 해선 안 된다. 이건 막말이다.

김종인 대표 본인은 당을 사랑하는 애당심 차원에서 홧김에 한 말일지 모르지만 지켜보는 유권자에선 고개가 갸우뚱 거려진다. 그가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한 것도 이제부턴 무리가 된다. 그가 대통령을 비판하면 박 대통령이 “인격적으로 사람을 모독하면 나는 죽어도 못 참아”라며 계엄령이라도 발동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가 말한 수권의 본질을 알 수 없지만, 김종인 대표는 원칙을 지켜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비판하는 것도, 새누리당을 비판한 것도,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도 모순이 된다. 총선과 대선에 승리하기 위해 셀프 공천을 스스로 한 것이 ‘잘한 일’이라면, 대통령이 총선과 대선에 승리하기 위해 유승민을 제거한 것도 거국적으로 보면 ‘잘한 일’이 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더민주를 탈당한 것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일’이 된다. 모든 게 내가 하면 로멘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 되는 셈이다.

김종인 대표는 분명히 억울할 수도 있다. 왜 국민이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지? 라고 울분이 터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민이 이해를 해줘야 그게 정치다. 만약 박 대통령이 만날 “왜 국민이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지?”라고 하소연 해도 국민이 알아주지 못하면 국민이 옳은 것이고 대통령이 틀린 것이다.

자신들이 수권하면 세상이 어떻게 혁명적으로 바뀌는지 구체적 그림조차 내놓지 못한 채 ‘대표직’ 며칠 만에 자신을 2번에 셀프 공천한 것을 국민과 지지자들이 어떻게 이해할까. 당선권 끝자리에 올려놓더라도 ‘비판’을 하는 세력이 분명히 있을텐데, 김 대표는 정말 무리수를 뒀다.

현재로선 기존의 정치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문재인이 당과 관계없는 사람을 공천하면 ‘패권주의’가 되고, 김종인이 당과 관계없는 사람을 공천하면 ‘합당한 짓’이 될 수는 없다. 친노를 학살하던 컷오프 때부터 당은 이미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총선 승리를 위해 김종인 대표는 이들의 분노를 가라앉도록 하는 게 역할이고, 그게 소방수이며 그게 구원투수가 아닐까. 그들이 투표에 참여하도록 하는 게 김종인 대표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나 없이 당에 제대로 될 것 같냐”는 질문은 정말 유치함 그 자체다. 그는 구원자가 아니다. 박 대통령이 만약 국무회의에서 “나 없이 나라가 제대로 될 것 같냐”고 말했다면 그들은 비대위에서 뭐라고 모두발언을 했을까? 정말 궁금하다.

사진제공 = 더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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