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이승진 기자 =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적합성 논란이 번지고 있다. 미래부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으로 꼽히는 곳인데, 그 자리에 이중국적 문제, 한국어 소통 문제, CIA 관련 이력 등을 갖고 있는 김 후보자가 과연 적합하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7일 박 당선인은 2차 내각 인선을 발표하면서, 김종훈 벨 연구소 사장을 미래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미국 시민권자로 장관에 지명되기 불과 사흘 전 한국 국적을 회복해 이중국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를 두고 이중국적자를 장관직에 임명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됐다.

현행법 상 외국 국적 소유자도 공무원이 될 수 있지만,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국가 기밀 유출 등의 우려로 이중국적자는 핵심 공직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래부는 우주항공 산업 등 과학기술 분야와 각종 정보통신 산업을 다루는 부처이고, 이번에 원자력 관련 부문도 이관될 계획인 까닭에 김 후보자의 내정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김 후보자가 한국어가 서툴고 국내 정세에 밝지 않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여부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또한 김 후보자가 미국 CIA와 긴밀관계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장관 적합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김 후보자는 CIA가 설립한 투자회사 인큐텔에서 7년 이상 이사로 근무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CIA 자문위원으로도 4년 동안 활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9년 자문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김 후보자를 비롯한 자문위원들은 대테러, 테러 비확산, 사이버 안보와 교전지역 등에서의 주요 업무를 브리핑 받고, 임무 달성을 위해 기꺼이 돕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 후보자의 벤처기업이 1997년 미 증시에 상장할 때 제임스 울시 전 CIA국장과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이사로 등재돼 있어 김 후보자의 벤처기업 성장에도 이들의 영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21일 주요일간지는 김 후보자의 장관직 적합성을 놓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한겨레신문은 김 후보자의 CIA 전력이나 국가관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를 국정의 핵심 요직에 발탁하려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경향신문도 ‘중요한 국가기밀을 다루는 미래부 수장에 부적격론’이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오히려 김 후보자의 미국 국적 포기를 높게 평가했다. 특히 동아일보는 ‘애국가도 부르지 않았던 통진당이 무슨 염치로 김 후보자의 국적을 문제 삼느냐’며 본질 흐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중앙일보 역시 김 후보자가 내정된 이후 18~20일 기사에서 과학자이자 경영인으로서 성공한 점을 부각하며 김 후보자를 적극 띄웠다.

먼저 한겨레신문은 사설 < ‘CIA 활동’ 전력자를 핵심 장관에 기용하는 게 맞나>에서 김 후보자가 지명됐을 때만해도 긍정적 의견이 꽤 있었으나, “그가 단순히 성공한 재미 이민자가 아니라 미국의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 불법 활동도 불사하는 중앙정보국(CIA)과 밀접한 관련을 맺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며 “우리나라와 미국이 아무리 강력한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국익이 일치하는 게 아닌데, 굳이 그런 전력을 가진 사람을 써야 하느냐는 의문이 이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의 CIA 자문위원 활동에 대해 “말이 비상임위원이지 명백한 중앙정보국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질타했다.

또한 “그가 미 해군으로 7년간 복무한 뒤 ‘진짜 미국인이 됐다’고 밝힌 점도 그가 국익이 충돌할 때 과연 어느 편에 설 것인지를 의심하게 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사설은 “그동안 미국인으로 살아온 그가 장관을 마친 뒤 우리나라에서 계속 살란 보장도, 강요할 장치도 없”는데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김씨를 국정의 핵심 요직에 발탁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사설은 “그에 대한 충분한 답이 없다면 다른 사람을 찾는 게 옳다”고 일갈했다.

경향신문은 2면 <10년 넘게 ‘미 CIA 협조’ 전력 김종훈, 청문회 최대 쟁점 부상>에서 김 후보자의 △CIA 근무 경력 △국가관 및 실무능력 △현행법상 임명 가능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김 후보자가 “통신기술 개발을 추진할 경우 한국과 미국의 국익 사이에서 혼돈에 빠질 수 있”고 “원자력협정은 외교부 업무지만 동료 국무위원에게 보이지 않는 로비나 압력을 행사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밀.보안과 관련해 “당사자의 양심에만 의존한다는 건 불안한 요소”라는 이은철 서울대 교수의 인터뷰를 실었다. 게다가 박 당선인도 “김 후보자의 CIA 자문위원 경력은 사전에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후보자는 미국에 대한 애국심을 수차례 강조”해왔는데 “‘두 개의 조국’이 가능한지, 또 두 국가의 이해가 충돌하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지, 그는 답변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국내 사정에 어둡고 한국어 구사가 불완전하다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임명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엄밀하게 현재 법을 검토하면 이중국적자는 (미래부 장관으로) 임용하기가 어렵게 돼 있다”는 조순형 전 의원을 발언을 실었다. 한편, “김 후보자는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겠다고 말했지만 아직 미 대사관에 신청하지 않았고, 미국 정부가 CIA 경력과 세금 문제 등을 들어 포기 신청을 거부하거나 정밀심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1면 <김종훈 “모든 걸 버리고 한국 왔다… 행동으로 보여줄 것”>에서 장관직에 대한 김 후보자의 의지가 담긴 발언을 제목으로 뽑으며, 김 후보자가 “장관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한국 국적을 유지하며 한국을 위해 일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며 강조했다.

사설 <김종훈 후보 비난은 시대 逆行이다>에서는 “대한민국은 그의 능력을 빌리고 싶어 이번에 자신의 옛 조국을 위해 봉사할 수 있겠느냐고 권유”했으며 김 후보자는 “그 권유를 수락했고 미국 국적을 포기하는 조취를 취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그가 미국 국민이었을 때 미국을 조국으로 불렀다는 게 뭐가 이상한 일”이냐는 주장을 펼쳤다. 이어 조선일보는 “한-미간의 이해(利害)가 결정적으로 맞부딪칠 때 끝까지 한국 국익을 대변할 것이냐는 의문”은 가질 수 있다며 한 발 물러선 듯 했지만 “대한민국 장관으로서 법적-정치적 책임, 그리고 퇴임 후 활동 범위에 관한 대한민국 법률로써 규율”하면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나섰다. 그리고는 창의를 존중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미국 문화에서 성공한 김 후보자가 “우리 사회의 외부인 배척 분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 장관으로서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해낼 수 있을까”라며 오히려 김 후보자를 걱정하며 감싸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사설 <김종훈과 통진당, 누가 애국자인가>에서 김 후보자는 “‘올드 보이’로 가득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인사의 파격이자 백미(白眉)라고 과언이 아니”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사설은 “미국 국적을 포기하면 미국에 세금 1000억 원을 내야” 하는데 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결단 아니다”라며 김 후보자의 미국 국적 포기를 높이 평가했다. 이어 동아일보는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밝힌 김 후보자와 CIA와의 관계나 기밀 유출 우려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국적문제에만 한정하며 김 후보자에 적합 논란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 후보자에 대한 국적 시비가 반미종북(反美從北) 코드의 통합진보당에서 나오는 것은 씁쓸하다”며 “자체 행사에서 애국가도 부르지 않았던 통진당이 무슨 염치로 김 후보자의 국적을 문제 삼는가”라고 비난의 화살을 통진당으로 돌려 본질을 흐리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한 기사를 싣지 않았지만 18일 <김종훈, 빈민식권 끼니로 공부 … 38세에 미 400대 부자>(4면), 20일 <영어 잘 못했던 김종훈 … 고교 때 별도 IQ검사>(10면) 등의 성공스토리를 싣고 ‘고난을 딛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한국인’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반면 김 후보자에 대한 우려나 논란은 제대로 전하지 않고, <김종훈 “한국 네트워크 없지만 바깥 사람인 게 장점일 수도”>(19일, 3면) 등의 기사에서 김 후보자가 밝힌 자신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제목으로 뽑으며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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