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공휴일, 재계가 주도하는 까닭은

 

[트루스토리] 조정현 기자 = 임시공휴일을 과거와 달리 재계가 주도하고 있다. 일단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는 모양새가 껄끄럽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움직이면 자칫 ‘포퓰리즘’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역시나 ‘죽어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임시공휴일 만큼 좋은 아이템은 없다고 판단을 내리고 이에 대한 공감대를 서로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재계는 일부 조사기관을 또 인용했다. 대한상의가 어딘지 알 수 없는 ‘일부’ 조사기관을 인용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4일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내수 진작 효과가 1조 3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면서 대한상의는 “올해 5월 6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 지난해보다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맞장구를 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거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고용유발 효과는 4만 6000명 정도 있을 것으로 추산하는 연구가 있다”고 말했다.

그때도 그랬지만 올해도 마찬가지다. 대한상의 발표 이후 곧바로 ‘각종 매체를 통해’ 언론에 임시공휴일은 대서특필되고 있고, 주요 포털 실검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다.

하지만 당시 정부 발표 이후 불과 이틀 만에 정부가 “공식추산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던 것을 다시금 돌이켜보면, 재계가 당시의 자료를 인용하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한 것은 뭔가 모순적이고 수상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임시공휴일로 부가가치가 더 창출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1조 3000억원'이란 수치는 정부가 직접 추산한 것도 아니고, 어떠한 근거로 ’휴일의 경제효과’가 이만큼 상상 그 이상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늘상 격무에 지친 노동자들에게 휴일은 사막의 오아시스이지만, 정부 발표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민간 중소영세업체 노동자들에게 매년 반복적으로 발표되는 임시휴일은 남의 나라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삼척동자도 알다시피 임시공휴일은 정부가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터닝포인트로 충분히 쓸 수 있는 카드임은 분명해 보인다.

시기는 참으로 묘하다. 어버이연합에 관한 폭로는 끝이 없다.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억대 지원금 보낸 것으로부터 청와대가 집회를 사주했다는 의혹도 일더니, 급기야는 국정원과의 유착의혹까지 제기가 된 상태다. 전경련, 청와대, 국정원. 모두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는 데도 의혹은 계속 커져만 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정확히 ‘내수 진작’이라는 위기 탈출 교과서가 또다시 등장했다. 각종 범죄적 요소가 정부와 재계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난데없이 임시공휴일을 언급하면서 화제를 돌리는 건, 국민 사기 진작이 아니라 비리 권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이른바 분위기 전환용이라는 지적이다.

늘 ‘경제가 어렵다’며 위기론을 설파하던 재계가 난데없이 ‘국민 모두 쉬고 놀자’고 외치면, 이는 나름대로 자신들의 이중적 모습을 드러낸 것일 수도 있지만, 분명 재계는 재계대로 불편한 뭔가가 있다는 뜻일 수 있다.

‘대체휴일제’에 대해선 ‘마이너스 효과’라며 방방 뛰던 경제계는 어찌된 일인지 ‘임시공휴일’에 대해선 ‘플러스 효과’를 강조한다. 앞 뒤가 맞지 않다. 오락가락 행보다. 뭔가 수상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 의구심이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나 비정규직들의 ‘슬픔’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다. 중소·영세기업과 자영업자·비정규직들은 임시공휴일에 아무런 즐거움을 만끽하지 못하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비정규직 맞벌이 부부에게는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더할 뿐이다.

1년 365일 중에 쉬는 날이 하루 더 늘어난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정말 그렇게 해서 경제가 살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찬성할 일이다. 하지만 늘 ‘정치적 효과’가 함께 수반돼 있고, ‘비정규직’은 소외돼 있다는 점에서 고통을 잠시 달래기 위해 진통제를 투약과도 같다는 지적을 나몰라라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기업주 입장에서도 솔직히 스트레스이고, 비정규직 노동자 입장에서도 스트레스다. 그저 큰 소리로 웃을 수 있는 건 ‘안정된 직장’에서 ‘높은 급여’를 받으며 하루 더 신나게 놀 수 있는 ‘정규직’ 들 뿐이다. 국민 모두가 쉴 수 있는 완벽한 공휴일은 없을까. 임시공휴일로부터 소외된 자들에겐 나흘간 황금연휴는 먼 나라 이야기다. 그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총선이 끝나자마자 이에 대한 그 어떤 언급도 없다. 오직 당권 투쟁 뿐이다.

사진출처 = 포커스뉴스 /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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