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의 경제 뒤집어보기] 임기 시작부터 실종된 경제민주화

▲ 1930년 미국 대공황은, 뉴딜정책으로 정부가 노동조합을 인정하면서 고용과 임금이 향상돼 소비 증가로 극복할 수 있었다. 노동조합 인정은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포드주의를 정착시키면서 미국은 자본주의 황금시대를 구가했다. 새 정부는 시대의 요구인 경제민주화를 축소하거나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사진출처=박근혜 공식홈페이지
[트루스토리] 김현수 기자 = 박근혜 정부가 25일 마침내 출범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날 출범식을 앞두고 5대 국정목표와 20대 국정전략, 140개 국정과제를 제출했다. 그러나 5대 국정목표에 경제민주화 철학이 담기지 않았고, 경제민주화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라는 경제성장 중심 국정전략의 한 부분에 불과한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질서 확립”으로 대체됐다.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에 경제민주화 계획으로 ‘경제적 약자권익 보호’, ‘소비자 권익 보호’, ‘실질 피해 구제를 위한 공정거래법 체계 개선’, ‘대기업 지배주주 사익편취 행위 근절’, ‘기업지배구조 개선’, ‘금융서비스의 공정경쟁 기반 구축’ 등 5개 과제가 담겨져 있다. 이는 대선 공약과 비교해 매우 축소된 수준이다.
 
경제민주화는 대선 내내 이명박 경제대통령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대안으로써 국민의 지지를 모아낸 핵심 공약이었다. 그러나 대선 공약 중 ‘대형마트 신규입점 동의제’가 삭제되었고, ‘기업총수와 경영자 등의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집행유예형이 불가하도록 엄벌하겠다’는 내용도 대폭 후퇴했다. 4대 중증질환 보장에서 선택진료가 제외되고 20만원 노인연금도 대상이 크게 축소되었다. 대선 복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하고 이는 증세로 가능하다. 그러나 부자와 재벌의 증세에 대한 저항 때문에 새 정부는 증세를 기피하면서 복지 공약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증세는 기피, 복지 공얀은 축소

보수언론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 등 부동산시장 규제 해제와 경제부양을 위한 재벌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경제민주화와 전혀 다른 방향의 정책이다. 출범식을 앞두고 경제5단체장도 한결같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과 경기부양을 강조했다. 전경련 회장은 새 정부에 투자와 일자리가 확대되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재정지출 확대를 포함한 경기부양 대책을 마련해 어려운 경제를 조기에회복시키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생산성 향상과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으로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노사 역시 법과 원칙에 입각한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성숙된 모습을 보임으로써 안정된 노사관계를 기반으로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경기침체는 공급측면이 아니라 수요부족에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 빚이 959조원으로 역대 최고이며, 가구당 이자부담도 114만원으로 사상 최고로 밝혀졌다. 지난해 세계경제 침체로 수출 증가율이 -1.3%를 기록했고 가계부채 증가로 내수도 침체됐다. 유럽의 재정위기, 미국의 재정절벽 등은 외부충격이므로 어쩔 수 없는 경제 불황의 객관 조건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 경제 불황의 외부충격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내수 확대이다. 한국은 5000만명의 인구가 있고 남북협력 등을 고려하면 7000만 수준의 인구를 대상으로 내수 회복으로도 경제 활성화를 상당부분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소득이 줄고 가계부채 급증으로 국민들의 소비지출이 감소돼 내수마저 위축되고 있다.

한국의 경기침체는 새 정부가 말하는 생산성이나 성장동력 창출의 공급측면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침체는 절대적으로 수요부족에서 온다. 아무리 좋은 냉장고와 자동차를 만들어도 소득이 줄고 빚이 많으면 이를 살 수 있는 소비자가 없다. 따라서 경기회복은 경제5단체장이 말하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서 될 일이 아니다. 경기회복은 최저임금과 실질임금을 인상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서 안정된 소득으로 빚을 줄이고 소비를 확대하는 데 있다.

양극화 해소, 경제민주화로 완성해야
 
고용과 임금 인상으로 양극화 해소를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경제민주화이다. 경제민주화로 재벌들의 경제생태계 독식을 제거해 중소기업, 중소상인들의 숨통을 트여 주고, 부자들과 대기업에 대한 증세로 복지재원을 마련해 소득재분배를 실시해야 한다. 나아가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노동조합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1930년 미국 대공황은, 뉴딜정책으로 정부가 노동조합을 인정하면서 고용과 임금이 향상돼 소비 증가로 극복할 수 있었다. 노동조합 인정은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포드주의를 정착시키면서 미국은 자본주의 황금시대를 구가했다. 기업, 정부, 가계 경제 3주체의 힘이 대등할 때 경제민주화가 달성되므로 경제 3주체가 분배와 의사결정과정에 대등하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새 정부는 시대의 요구인 경제민주화를 축소하거나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약속이며 국민의 절실한 요구이다. 오히려 새 정부는 대선 공약보다 더 확대된 경제민주화를 실행하여 국민의 지지를 획득하고 경기 침체를 극복해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통해서 99% 국민의 대통령이 될 것인가 아니면 이를 회피하면서 1% 재벌의 대통령이 될 것인가를 결단해야 한다. 이는 임기 5년 동안이 아닌 초기 6개월 내에 결정된다. 경제민주화 같이 다양한 집단들의 이해가 엇갈리는 정책은, 정부가 출범 초기에 명확한 철학과 국정목표를 세우고 이행경로를 제시하지 않으면, 임기 2년째부터는 흐지부지 실종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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