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 2년 만에 한국영화사 최고의 수작 ‘오발탄’(유현목, 1961) 디지털 복원..5월 19일 파주보존센터 개관을 기념해 언론 및 일반에 최초 공개

 

[트루스토리] 송은정 기자 = 한국영화사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유현목 감독의 1961년작 ‘오발탄’이 디지털로 복원돼 일반에 공개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영상자료원(이하 ‘영상자료원’)은 2년 간 3.5억 원의 비용을 투입해 ‘오발탄’ 디지털 복원을 완료했고, 이번 작품은 영상자료원 파주보존센터 개관을 기념해 5월 19일과 20일 언론과 일반에 공개된다.

전쟁의 상흔과 피폐함, 그로부터 기인한 당시 사람들의 비극적인 삶을 다룬 ‘오발탄’은 한국영화 리얼리즘의 대표작으로 평가되며 5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영화사 최고의 걸작으로 회자되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1963년 샌프란시스코 영화제에 출품됐던 영어자막 판본들만이 남아 있었고, 훼손이 심해 영상자료원은 유실화면 복구와 자막 제거 등 2년 간의 복원 작업 끝에 ‘오발탄’ 디지털 복원을 완료했다.

지난 19일 언론과 영화관계자를 대상으로 처음 공개한 디지털 복원작 ‘오발탄’은 20일 저녁 7시 상암동 시네마테크KOFA에서 일반에 무료로 공개된다.

□ 오발탄은 어떤 영화인가?

‘오발탄’은 한국영화 리얼리즘의 거장 유현목 감독의 1961년작으로, 한국영화 걸작을 꼽는 많은 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며 의심의 여지없는 한국영화사의 대표작으로 꼽혀 왔다.

생활고를 견디며 대식구를 건사해야 하는 가난한 계리사 철호(김진규)와 군대에서 제대 후 직장을 찾지 못해 전전하다 은행강도로 한탕을 꿈꾸는 영호(최무룡)를 중심으로 한 가족의 비극적 삶을 다룬 이 영화는 당대 한국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할 정도의 사실성과 비판적 인식으로 그려내어 한국영화 리얼리즘의 모범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단순히 영화 한 편의 가치를 넘어 한국영화사의 정신과 태도를 이상적으로 구현한 소위 ‘한국 리얼리즘’의 정전의 위치에 올라있다.

또한 유현목 감독은 <오발탄> 이후 <김약국의 딸들>(1963), <순교자>(1965), <막차로 온 손님들>(1967), <카인의 후예>(1968), <불꽃>(1975), <장마>(1979)에 이르기까지 그가 만든 영화들은 근대와 전근대의 갈등, 냉전체제의 비극, 전쟁의 상흔 등 한국사회의 가장 핵심적이고 민감한 부분을 주제로 다루면서 한국영화 최고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 오발탄 디지털 복원 과정은?

영상자료원이 보유한 ‘오발탄’의 유일한 필름은 얼룩과 스크래치 외에도 화면이 지속적으로 떨리고 밝기가 불규칙하게 변하는 문제가 있었으며, 화면 절반 가량이 반복적으로 사라지는 9분 가량의 구간이 있어 한국영화사에서 중요한 작품임에도 섣불리 복원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보유 판본이 모두 1963년 샌프란시스코 영화제에 출품된 영어자막본이었기 때문에 통상적인 복원 방식으로 해당자막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과거 영화필름 자막은 손글씨가 새겨진 동판을 필름에 대고 태워 만들었기 때문에 글자가 불필요하게 크고 탄 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에, ‘오발탄’ 복원은 영상자료원이 그간 15편의 고전영화 디지털복원을 거치며 차례로 기술적인 난제를 극복한 2014년에야 현실화되었다. 특히 자막 제거 부분은 2008년 <하녀>의 디지털 복원 과정에서 20분 가량 지속되는 자막을 제거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오발탄’은 영화 디지털효과(VFX) 작업에서 사용되는 합성 기술을 응용, 전체 107분에 걸쳐 있는 678개의 대사 자막을 지웠다. 이를 위해 이례적으로 2년간 총 3.5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긍정적인 결실을 맺었다.

이번 성공이 주는 의미는 외국어 자막 필름 유일 보유작이 많은 한국 고전영화 복원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은 향후 개선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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