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 배정의 최우선 원칙은 전문성”

 

[트루스토리] 이승진 기자 = 전문성은 국회 상임위 배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원칙이다. 그런데 언론분야 전문성이 인정돼 20대 국회 정의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추혜선 의원이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배정에서 탈락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전문성이 최우선시 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에게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할 기회를 박탈한 것이나 다름없다.

추혜선 의원은 언론개혁시민연대 전 사무총장으로 20여 년간 언론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언론개혁에 힘써 왔다. 이런 경험과 전문성이 인정되어 정의당에 영입됐고, 당선인 신분으로 언론관련 토론회와 법제를 준비하는 등 미방위 배정을 전제로 이미 활동을 벌여왔다. 그런데 13일 확정된 20대 국회 상임위 배정에서 추 의원은 본인의 의사나 전문성과는 전혀 무관한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에 배정됐다.

추혜선 의원이 외통위로 배정된 사유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노동계 출신 무소속 윤종오 의원(비교섭단체)이 원하던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 배정받지 못하고 미방위로 배정되자 비교섭단체 정원은 1석이라는 이유로 역시 비교섭단체 소속인 추 의원을 외통위로 배정했다는 것이다. ‘비교섭단체 정원 1석’이라는 것은 절대적 원칙이 아니라 오랜 관행에 불과하다. 또 그것은 다수당의 이해를 관철시키려는 꼼수이며 20대 국회에서는 사라져야 할 낡은 관행일뿐이다.

상임위 정수는 여야 합의로 본회의에서 정하게 돼 있다. 따라서 의원들의 전문성을 고려해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다수당들이 인기 상임위 정원은 늘려 자신들의 자리를 차지하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상임위에 대해서는 비교섭단체 정원 규칙 등을 내세워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를 박탈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다수당의 횡포는 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을 위한 입법활동을 벌여야 하는 국회 본연의 의무를 망각한 것이나 다름 아니다.

언론계는 공영방송 정상화, 사회적 흉기가 된 종편의 규제, 통합방송법 개정 등 수 많은 현안이 산적해 있다. 국민의 편에서 정책을 조율하고, 법률의 제·개정 활동을 벌이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언론계에서 활동하며 전문성을 쌓은 인물이 해당 상임위에 배정되어야 함은 당위이며 상식이다.

민언련은 성명에서 “국회의장을 비롯한 교섭단체들은 하루 빨리 본회의를 열어 의원 개개인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상임위로 재배정해야 한다”며 “당연히 추혜선 의원도 미방위로 재배정되어야 마땅하고 그것만이 비례대표 제정 취지에도 맞고, 행정부를 감시 및 견제하라는 국민의 요구에 화답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15일 추혜선 의원의 농성장을 방문, 추 의원의 미방위 재배정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어제 오전까지 (추 의원의)상임위 배정 문제는 정의당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았고, 이것은 내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냥 손인사만 하고 지나쳤다. 그런데 어제 뉴스를 보고 어떤 상황인지 이해했으며 뒤늦게나마 사과드린다”며 “이것은 명백하게 잘못된 일이다. 이 문제가 잘 처리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에는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을 비롯한 많은 초선의원들도 농성장에 방문해 추 의원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고질적인 상임위 나눠 먹기와 관련, 추혜선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 결과 본인이 신청했던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가 아닌 외교통일위원회에 배정된 것에 항의하며 이틀째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농성 중이다. 여러 각도로 접근하면 해법은 있지만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미방위 정원을 늘리기 위해선 각 상임위별 정수 조정을 거친 후 상임위서 처리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언론 운동을 20년 이상 해왔는데 갑자기 외통위에 배치하니 축구선수를 농구장에 놓아둔 격”이라고 반발하는 추 의원의 당연한 주장만 본청 농성장에서 울려 퍼지는 건 아니다. 민주노총 출신인 무소속 윤종오 의원은 노동 분야를 맡는 환경노동위를 희망했지만, 미방위로 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분명한 건, 여의도 정치권에 탐욕과 교섭단체들의 기득권만 난무하다는 점이다. ‘야당’ 출신 정세균 국회의장의 비교섭단체 의원 상임위 배정이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기는 이유다.

사진제공 = 포커스뉴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