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칼럼뉴스] 정치권의 모든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 직후, “세월호의 진실규명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 규명’을 이야기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누군가는 “박근혜정부가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강제 종료시키려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고, 또 일각에선 “세월호 진실을 은폐해 영원한 미제 사건으로 남려고 한다”는 확인되지 않는 목소리를 꺼내 들었다. 그랬다. 하지만 일련의 그림을 보면 그게 진실이었다.

그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돈에 눈이 어두운 집단’으로 묘사했고, ‘돈을 받았으면 됐지, 왜 투쟁을 하느냐’고 색안경을 끼고 쳐다봤다. 좌파 혹은 빨갱이 취급을 했으며, 모욕하고 능멸했다. 그렇게 그들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걸 극렬하게 저지했다.

유족들에게 위로와 보호는 애시당초 없었다. ‘자본의 논리’로 돈 몇 푼 던져주고 끝나길 바랐다. 대한민국은 불의의 사회였고 진실의 불편함이 공존했다. 진실을 이야기 하고, 약자들이 소리쳐도 권력층은 알아주지 않았다. ‘을’이 옆에서 떠들어도 ‘갑’은 냉소와 조롱을 보냈을 뿐, 쳐다보려는 의지조차 갖지 않았다. 권력을 가진 이들의 귓속은 벌레만 가득했다.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고, 숱한 가식 속에서 오늘도 어제처럼 아우성을 질렀다.

이미 세월호가 인양되더라도, 진실이 함께 끌어올려질 가능성은 희박해져가고 있다. 인양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여전히 인양 문제로 갑론을박이 한창이지만, 변할 수 없는 진실은 ‘세월호 이후’에 달라질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 김현태 세월호인양추진단 부단장이 1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기자실에서 지난 14일 오후부터 중단된 세월호 선수들기 중단원인과 인양 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제공 = 포커스뉴스

여전히 날씨 탓이고 여전히 너울 탓이다. 선체는 확실히 손상되기 시작했고, 세월호의 진실을 추적한다는 건, 너무나 힘겨운 상황이 돼 버렸다. ‘해법’도 없고 ‘돌파구’도 없고 ‘출구’도 없다. 아무런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조위 활동이 흔들거림을 반복하고 있다. 제 2,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놓여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소소한 삶을 살고 있는 시민들이 변하지 않는 연대의 마음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있고 안전한 사회를 이루자고 발로 뛰고 있다. 권력과 자본에게 어떤 것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인가를 알아낼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다면,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진리 속에서 민간인들이라도 세월호를 기억하자고 몸부림 쳤다.

분명한 건, 지능적 부패는 진화하고 있고, 세월호의 실체적 진실은 지능적인 부패 속에서 제대로 조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제주해군기지 구축에 쓰일 철근 400톤이 왜 실렸는지 국정원도 청와대도 입을 열지 않고 있고, 검증 없이 실험처럼 진행된 세월호 인양에 대해서도 누구도 탓하는 사람이 없다. 또한 인양기술이 더 좋은 국내 업체를 두고 왜 중국 업체를 쓰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지적하는 이가 없다.

박근혜정부는 그저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이라는 가정법 속에서 “다음달 말께 인양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교과서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박근혜정부의 말을 무조건 믿으라는 뜻이다. 언제까지 국민은 이런 호구로 살아야 한단 말인가.

▲ 4.16연대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19대 국회 세월호 특별법 개정 특검 무산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 갖고 있다. / 사진제공 = 포커스뉴스

고인이 된 세월호 민간 잠수사 김관홍씨는 그런 삶을 거부했다. 그리고 권력은 잔혹했다. 엉킨 손을 겨우 풀어 가족들의 품에 안겨준 민간잠수사는 혹독한 재판을 받았다. 대신 무려 6개월에 걸쳐 ‘해경 해체’라는 연극을 벌인 후, 국민안전처 산하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자리를 바꾸며 해경은 여전히 어깨에 힘을 주고 있다. 해경은 참사 초기에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이라는 것을 알고도 먼저 구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만, 이에 대해 해명은 없다. 특조위 활동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이해 농락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관홍 씨의 죽음은 그래서 슬프다. 강자는 늘 강하고 약자는 늘 약하다. 세월호 참사는 현재 진행형인데,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은 여전히 웃으며 비리의 열쇠를 손에 쥐고 있다. 언제쯤 제대로 된 나라가 될 수 있을까. 양심이 없는 나라.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나라. 나라가 망하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논평에서 “고인의 뜻과는 달리 세월호의 진실은 아직도 저 먼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고 진실의 앞을 가로막으려는 세력은 뻔뻔하게 얼굴을 들고 다니고 있다”고 일갈했다. 시간이 마치 주문처럼 흘러가고 있지만 ‘비틀어진’ 한국 사회는 또 다른 내일을 ‘분노’와 ‘불만’과 ‘두려움’과 ‘고통’ 속에서 만나고 있다. 부정한 역사는 계속 반복되고 있다.

최봉석 대표기자 겸 발행인 / 사진제공 = 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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