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최순실의 놀이터였나? 라는 국민의 질문에 김병준 교수의 생각은?

 

[트루스토리] 김병준 교수는 ‘고난의 행군길’을 선택했다. 단언컨대, 김병준 교수를 박근혜 대통령은 ‘긍정적으로’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검찰이 지난 2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씨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직권남용 공범’으로 지목하며 수사망이 자신을 향해 좁혀 오자, 생존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작금의 상황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안종범 전 수석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다’고 폭로했는데, 안종범은 ‘주범’이 되는 ‘기괴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한 목소리로 ‘주범은 박근혜’라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검찰의 태도는 국민의 정서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꼬리 자르기’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상황은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다. ‘꼬리를 자른다’는 건, 대통령으로선 ‘직무’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여야 정치권조차 모르게 ‘김병준 교수’와 독대를 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상당한 권한을 위임받기로 ‘약속’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난의 행군길을 마치면 ‘실세’가 될 수 있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미 그는 행동으로 옮겼다.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를 추천했고,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도 추천했다. 해석은 달리 할 수 있다. 대통령의 수족이 잘린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일 수도 있고, 여전히 ‘불통’으로 대통령 자신의 마음대로, 혹은 기습적으로 인사를 처리했을 수도 있다.

국가가 초토화된 상황에서 김병준 교수가 향후 정국을 ‘정상적으로’ 이끌어 나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 정부 정책과 관련해선 A부터 Z까지 ‘모두’ 대립각을 형성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원점 재검토 이야기가 나오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외견상 ‘마이웨이’를 선택하고 있는 까닭에, 집권에 대한 욕심이 여전한 까닭에, 비선실세 농단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는 까닭에, 김병준 교수가 본인 색깔대도 국정을 운영할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은 늘 ‘문제에 대한 고민’을 ‘우주’와 ‘무속’을 믿는 측근과의 교감을 통해 해결해왔다. 사드 문제도, 역사 교과서 문제도, 세월호 문제도, 가계 부채 문제도 누리 과정 문제도, 박 대통령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 오직 ‘최순실과 최씨의 측근’ ‘실세 3인방’ ‘김기춘’ ‘우병우’ 등을 통해, ‘허수아비’라는 사실을 숨기고 ‘강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선보이며 ‘창조’라는 이름으로 국정을 독단적으로 운영해왔다.

혹자들의 표현대로 ‘양아치 정부’가 선보인 고질적 적폐의 결과는 참혹했다. 정유라를 위해 세월호 참사 다음날 승마비리를 핑계로 ‘체육개혁’을 지시했고, 이런 허섭스레기 정부의 눈치를 보던 대기업 삼성은 최순실씨 법인에 매달 80만 유로를 송금했고, ‘반칙 입학’의 선두두자 정유라는 국내서 구매조차 할 수 없는 18억원짜리 말을 타고 다녔다. 최순실은 매주 일요일 저녁 때 청와대 대통령 관저를 드나들었으며 최순실 뿐 아니라 언니 최순득이 또 다른 실세로 움직였고, 최순실은 불법으로 취득한 돈을 수시로 세탁했다. 청와대에는 ‘시계형 몰카’가 투입됐고, 최순실 사돈은 스파이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청와대는 최씨 일가에게 재미를 안겨주는 ‘놀이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성’은 없었다. 여전히 정국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소통은 국민과 함께 하는 게 아니라 최순실과 했으며, 늘 국민의 바람에 귀를 막았다. 세상은 박정희 시대보다 더 잔인해졌고, 더 비참해졌고, 더 비극적으로 됐다. JTBC 보도로 세상이 바뀔 것으로 믿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세상이 달라지지 않았던 것처럼, 최순실의 실체가 드러났어도 ‘촛불시민’만 분노하고 있을 뿐, 권력은 달라진 건 없었다.

‘악어의 눈물’을 흘렸던 대통령은 여전히 ‘기습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는 중이며, 승부수로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 ‘최선의 시나리오’를 국민은 기대하고 있는 게 아니라 만날 ‘최악의 시나리오’로 불안해하고 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박근혜 정권과 보수언론의 합작으로 채동욱 검찰총장이 망가졌던 것처럼, 검찰은 ‘물 먹지 않기 위해’ 힘없는 권력의 눈치를 여전히 보며 살얼음판을 걷는 듯,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이다.

누가 북한을 이롭게 하는 ‘진짜 간첩’일지 모른다는 ‘어이없는’ 질문이 나오는 이러한 세상에서 김병준 교수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래서 불안하고 위태롭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장인 장례식 추도사를 해놓고도 우병우를 모른다고 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관측, ‘우병우 인맥’이라는 의혹은 그래서 제기되고, 노무현을 배신했다는 정치공학적 질타도 그런 이유 때문에 쏟아진다.

핵심은 권력에 대한 욕망이다. 대통령도 그렇고, 김병준 교수도 그렇다. 낙마에서 승진으로 너무나 ‘부드럽게’ 이동하는 작금의 그림은 그래서 한국 사회가 여전히 모순적이고 이중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언론이 ‘입가에 웃음만 가득한’ 그의 사진을 내보내는 건, 그의 진심이 담겨져 있기 때문일까, 언론이 여전히 사이비 같아서 일까.

노무현의 남자에서 박근혜의 남자가 되고자 하는 김병준은 자신이 고난의 행군길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오늘(3일) 입을 연다. 

최봉석 대표기자 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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