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청룡영화상 최우수 작품상에 ‘내부자들’...영화 보다 현실은 더 잔혹했다

[트루스토리] 송은정 기자 = 청룡영화제에서 영화 ‘내부자들’이 올해 최우수 작품상의 영예를 안았다. 아마도 청룡영화제가 박근혜정권이 그려놓은 ‘잔혹한 현실’을 반영한 것 같다.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청와대를 통해 작성돼 문화체육관광부로 보내졌다는 의혹,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현 정권은 명백히 공권력을 이용한 문화계를 탄압했고, 또 문화계 인사들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행태를 보였던 것이다.

영화계도 그 범주 안에 포함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그린 영화 ‘변호인’의 주연 배우 송강호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 어디 송강호 뿐일까.

 

지난 25일 밤 서울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제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병헌은 “내부자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재미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영화니까 너무 과장된 것이 아닌가, 사회 현상을 너무 극적으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현실이 ‘내부자들’을 이겨버렸다는 생각이 든다”고 의미있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랬다. 청룡영화제가 더욱 더 빛을 본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퇴행에 맞물려 ‘공감대’를 형성한 셈이다. 영화계를 제멋대로 쥐락펴락하려 했던 그런 허섭스레기 행태에 대해 영화인들이 ‘더는 못 참겠다’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병헌은 “소신 발언은 아니지만, 모두가 한마음이 돼 촛불을 들고 있는 장면을 봤다. 언젠가 그것이 희망의 촛불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고 말했다. 영화계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여파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부정과 부패, 사치가 넘쳐났던 박근혜권력.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은 스스로 ‘도덕성의 수호자’라고 자신을 미화하며 사정없이 ‘배신자’를 규탄하고 ‘좌파’를 척결하고 ‘통일’을 주창했다. 박근혜 자신과 아버지 박정희를 비판하는 세력에 대해선 ‘악’이라고 규정하고 ‘위선’이라고 질타했고, 국무회의에선 누군가 써준 대본을 읽으며 우리 사회의 정의를 규탄했다.

그러나 ‘주연’ 최순실이 서술해 놓았던 이 모든 건 한편의 영화였다. 청룡영화제도 놀랄 수밖에 없었던 최순실 극본 박근혜 주연의 ‘2016 병신년’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과 조롱이 나올 정도로, 기막힌 ‘역대급’ 영화였다. 그리고 그것은 청룡영화제도 인정한 ‘내부자’의 절망적인 스토리를 뛰어 넘어버렸다.

청룡영화제에서 다시금 빛을 보는 영화 내부자들은 유력한 대통령 후보와 재벌 회장, 그들을 돕는 정치깡패와 뒷거래 판을 짜는 수구보수언론사 논설주간, 그 사이 비자금 스캔들과 이를 캐려는 무족보 검사의 이야기를 담는다. 한국 사회의 현 주소를 그대로 담았다.

특히 극중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 분)는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지죠”라는 말을 하는데 실제로 현실 속 교육부 고위공무원인 나향욱 정책기획관도 기자들 앞에서 “민중은 개·돼지”라는 발언을 했다.

그래서일까. 시민들은 “요즘 나라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내부자들이라는 영화는 건전동화 수준”이라고 비꼬고 있다. 즉, 청룡영화제를 통해 내부자들이 ‘영광’을 만끽한 것에 대한 행복감보다 희망의 빛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시궁창 같은 현실이 눈 앞에 아른 거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청룡영화제 수상을 두고 갑론을박도 한창이지만, 분명한 건 현실을 100% 반영하면서 저항을 했다는 것이다. 영화인들도 뿔이 났다. 이번만큼은 불공정한 수상 논란은 아예 없어 보인다. 청룡영화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격이었다.

사진제공 = 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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