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이기은 기자 = 젊음에 민감한 연예계에서 30대 초반은 무척 중요한 커리어의 반환점일 것이다. 올해로 32살이 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은 최근 영화 ‘베테랑’(2015),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를 연달아 소화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유아인은 또래 대비 영리하고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가령 그에겐 2014년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밀회’ 같은 작품을 선택소화할 수 있는 멀쩡한 안목이 있다. 또한 ‘MAMA’(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의 스튜디오 콘크리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할 수 있는 미감은 물론, 타고난 무대공포증을 감각적인 수상소감으로 승격시키는 아티스트 정신까지 충만하다.

학창시절부터 말과 글에 관심이 지대했다는 유아인은 유명인이 된 이후 의미심장한 사회 발언으로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기도 한다. 게다가 최근엔 다양한 기부 선상의 활동을 이어가며 ‘개념 청년’ 수식어를 획득해냈다. 그리고 놀랍게도 앞선 이 모든 유아인의 노력과 재능과 운은 한순간에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도 있다. 한국은 남성 한정 징병제 국가이며 유아인은 여전히 군 미필자이기 때문이다.

유아인은 1, 2차 검사에 이어 지난 해 12월 15일 대구지방병무청에서 3차 재검에 임했으나 병역 등급 보류 판정을 받았다. 공식입장에 따르면 그는 영화 촬영도중 왼쪽 어깨 근육이 파열되는 사고를 당해 어깨가 몹시 불편한 상태다.

유아인의 세 번째 병역 보류 판정 사태를 향한 사람들의 의구심은 이내 비난의 화살로 증폭될까. 실제로 일부 한국 남성들에게 군 복무란 걷잡을 수 없는 트라우마이거나 악몽의 기억일 것이다. 그들에게 2년의 시간은 국방의 소임을 다한 값어치라기보다 ‘젊은 두뇌를 아깝게 굳힌 유예기간’에 가깝다.

연예인들의 경우, 2년간의 공백은 커리어에 지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사람들은 TV에 얼굴을 비추지 않는 연예인을 금세 기억에서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송중기나 유승호처럼 군 제대 이후 오히려 일이 늘어나고 이미지가 좋아지는 연예인도 있지만, 시나브로 예전보다 입지가 하락하는 스타들도 적지 않다.

90년대 톱스타 유승준은 공익근무요원 입대 3개월을 앞두고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서 지금껏 국내활동이 불가능한 상태다. 친근한 악동 이미지였던 MC몽은 발치 오명에 시달리고 있으며 송승헌, 장혁, 쿨케이 등 많은 스타들도 병역 관련 이미지 타격을 입었다. 급기야 싸이의 재입대는 한국 남성에게 부과되는 병역이 어떤 의미인지를 간명하게 보여준다.

일명 ‘흙수저’에게도 ‘금수저’에게도 군대는 피할 수 없는 공통된 의무다. 그러나 권력이나 거대자본을 가진 일부 부모세대가 자식들의 군대 문제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큰 오산이다. 이는 걷잡을 수 없는 공분을 낳았고 그럴수록 병역의무는 한국 남성들의 부담과 공포를 나날이 가중시킨다.

그리고 남몰래 군 비리를 저지르는 일부 연예인들은, 사회 속 군대 전반을 향한 부정적 이미지를 재생산한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다수의 이기성이 사회 폐단을 악화시킨다. 뜻하지 않은 나쁜 공조(共助)의 예다.

연예인을 향한 사회적 인식이 상승했다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뭇매를 맞기 쉬운 동네북에 다름없다. ‘걸리면’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 상승세를 달리고 있는 젊은 톱스타의 병역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다.

당연하게도 전 국민이 유아인의 3월 이후 병역판정 재검 결과를 알게 된다. 그는 지난 2016년 12월 15일부터 3개월 동안의 치료기간을 확보, 재활치료 이후 4차 재검에 응하게 된다. 현역(1급~3급), 사회복무요원(4급), 전시근로역(5급), 면제(6급), 재검사대상(7급)까지, 유아인에겐 여러 갈래의 미래가 남아있다. 물론 이러한 미래는 유아인의 자발적 의지는 아니다. 대다수의 한국남성들이 그래왔듯이.

 

사진제공 = 유아인 소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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