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이 주장한 ‘정치교체’, 최순실이 써준 박근혜 연설문과 똑같네?

 

[트루스토리] 김종렬 기자 = ‘친박’에서 독자세력으로 등장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2일 귀국해 본격적인 대권 도전 의지를 밝힘에 따라 야권이 잔뜩 긴장하며 그의 발언과 행보에 대해 거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반기문 전 총장이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새마을운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 박근혜정부와 한 배를 타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던 까닭에, 전날 언급한 ‘정치교체’ 발언을 두고서는 난국의 책임을 박근혜 정권에게 돌리며 자신이 집권하게 될 경우 ‘정권연장’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한 이른바 ‘물타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치권 일각에선 “반기문 전 총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비호 속에 친박 후보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돼 왔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모든 게 끝났다”라며 “때문에 제3지대 혹은 ‘빅텐트’ 시나리오 속에서 친박과는 절대 손을 잡아선 안된다는 부추김에 휩쓸리고 있지만, 대통령을 갈망하는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그 결과는 알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추미애 대표는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반기문 전 총장의 귀국인사는 대단히 실망스러웠다”라며 “반기문 전 총장님의 말씀처럼 10년이면 세월도 바뀌어야 하는데 지난 이명박, 박근혜의 10년 가까운 세월은 퇴행과 퇴보의 세월이었을 뿐이다. 반기문 전 총장께서 지적한 그대로 우리나라를 총체적 난관으로 몰아간 사람들이 바로 반기문 총장 옆에 서있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사람들이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지난 10년간 나라를 망치며 이병박, 박근혜 정권의 패권과 기득권을 마음껏 누렸던 사람들과 도대체 무엇을 함께하려고 하시는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고 꼬집엇다.

또 “더구나 국민은 다음 대통령의 주요 자질로 강한 도덕성을 뽑고 있다. 반기문 총장 귀국 직전, 형님과 사촌이 뇌물죄로 기소가 되어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뇌물죄의 의혹을 사면서 국제사회의 망신을 사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친인척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반기문 총장이 국내에 귀국해서 대통령 후보로 뛰실 것처럼 하는 상황에 대해서 국제사회가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나아가 “현 대통령도 국제사회에 나라망신을 시키고 다음 대통령도 도덕성에 의문이 있는 사람이 또 후보로 거론된다면 대한민국은 도대체 어떤 나라인가 할 것 같다”라며 “UN사무총장으로서 나라에 격을 높인 만큼만 해주시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한발 나아가 “반기문 사무총장 데뷔전은 실패했다고 판단이 된다”라며 “특별한 비전도, 새로운 내용도 없는 메시지로 일관했다. 정치교체를 말씀하셨는데 이분은 옆에 서 계신 분들부터 교체를 해야 할 것 같다. 그 면면으로 정권을 잡겠다고 하면 택도 없는 소리라는 이야기가 많다”고 맹비난했다.

전해철 최고위원도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 어제 국민 대통합과 정치교체를 내세웠지만 이를 이루기 위해 어떤 비전과 구상을 가지고 있는지 국민은 전혀 듣지 못했다”라며 “UN 사무총장의 경력으로 국가경영의 적임자임을 주장했지만 그 경력만으로 국내의 경제문제, 일자리 등 민생문제, 정경유착 문제, 양극화 문제 등을 해결해 나갈 능력이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UN 사무총장으로 재임하면서 국제평화와 특히 많은 국민이 기대했던 한반도 문제 해결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한일 위안부협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도 과연 국민의 민심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기되고 있는 개인적 의혹도 만만치 않다. 귀국 직전에 친동생 부자의 국제적 뇌물스캔들이 터져 미국검찰이 수사에 나섰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의 뇌물수수 의혹 역시 밝혀지지 않고 있다”라며 “이런 의혹에 대해서는 별명처럼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과연 반기문 전 총장이 살아온 삶이 우리 국민이 차기 지도자에게 바라는 자격과 능력에 충족하는지에 대해 남은 기간 충분히 숙고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용진 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 브리핑을 통해 “반기문 전 총장이 어제 귀국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지지자들과 함께 공항철도를 이용해 서울역을 통해 귀가 했다”라며 “그러나 소통을 강조한 반기문 전 총장의 첫 행보는 민폐행보가 됐다. 서울역은 지지자들로 일대소동이 벌어졌다. 정치교체를 말하는 반기문 전 총장의 첫 행보는 이렇듯 ‘헌정치’를 연상시켰다”고 질타했다.

또 “반기문 전 총장은 기득권 해체를 주장했지만, 그는 새누리당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반 전 총장이 말하는 기득권 세력이 누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새누리당 사람들, 이명박 대통령의 사람들과 함께 기득권 해체를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 아닐 수 없다. 반기문 전 총장은 정치교체와 기득권 해체가 도대체 무엇이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위안부 합의가 이뤄지자마자 공식성명까지 내가면서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했던 그가 이제와선 ‘합의가 이뤄진 것에 대해 환영한 것일 뿐’이라는 해명은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더욱이 이제 와서 ‘완벽한 합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는 말은 ‘병 주고 약주고’가 아닐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반기문 전사무총장이 귀국 일성으로 “정권교체 아닌 정치교체”를 주장한 것을 두고서도 야권의 비판은 제기됐다. 그도 그럴 것이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는 지난 2012년 대선의 화두였기 때문.

실제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대선을 약 10여일 앞둔 ‘광화문 대첩’에서 ‘국민행복시대’를 거듭 강조하며 “국정운영 패러다임을 국민중심으로 완전히 바꿔 ‘정권교체 수준을 넘는 정치교체’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이는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작품으로 알려져, 누리꾼들은 “반기문 전 총장 연설문도 최순실의 작품이 아니냐”는 냉소와 조롱을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양순필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얼핏 듣기에는 맞는 말 같지만 곱씹어 생각하면 그의 말에는 상당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라며 “낡고 부패한 기득권 정치를 새 정치로 바꾸는 정치교체는 백번 옳다. 하지만 국민적 열망인 정권교체를 부정한 정치교체 발언은 그 저의를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양 부대변인은 이어 “많은 국민들은 ‘반기문 전 총장이 박근혜 정권을 연장하고 이명박 정권을 부활시키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의심하고 있다”라며 “반기문 전 총장이 진정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면 가장 먼저 정권교체 편에 설 것인지 정권재창출에 가담할 것인지 부터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반기문 전 총장이 말한 ‘정권교체 아닌 정치교체’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 여론을 호도하고 결국 나라를 망가트린 이명박근혜 정권의 연장을 돕는 화려한 수사가 돼서는 안 된다”라며 “반기문 전 총장은 지금 우리 국민이 진정 바라는 것은 정권교체를 통한 정치교체란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기문 사진출처 = 유엔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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