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섭스레기 수준의 정규재tv 인터뷰, 그렇게 하고 싶다면 계속 인터뷰를 하시라

 

[트루스토리] 조정현 기자 = 형편 없는 최악의 인터뷰였다. 탄핵과는 전혀 무관한 인터뷰로 진행됐다. 때문에 인터뷰를 빙자한 ‘대변지’ ‘기관지’ 역할을 했다는 비판과 조롱과 비아냥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여권 내에서도 ‘문제가 많다’ ‘자살골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공범’ 박근혜 대통령이 ‘정규재tv’와 만남을 통해 역사적 상황과 배치된 이야기를 꺼내들며 자신의 결백을 호소했다. 1시간의 인터뷰. 정규재tv를 통해 박 대통령은 탄핵의 본질과 전혀 관계없는 생뚱맞은 이야기들로 수구보수층의 대집결을 호소했다. ‘나 박근혜가 이렇게 억울하다는 데 여러분 가만히 있을 것인가요?’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여전히 여왕이고 공주라는 착각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탄핵 상황의 기본기에 충실했다면 백번 양보해 정규재tv와의 인터뷰가 혹여나 ‘불법’이더라도 국민은 이해했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그렇게 너그러운 사람들이다. 인간 ‘박근혜’로 바라봤을 것이다. 벼랑 끝 위기로 내몰린 한 여성으로 바라보며 측은지심을 발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규재tv 인터뷰는 말 그대로 ‘허섭스레기’ 수준이었다. 탄핵 본질과 전혀 관계가 없는 시중 루머를 중심으로 문답이 이뤄졌다. 그런 3류 질문이 나와야 박 대통령 입장에서도 당당히 ‘사실과 다르다’ ‘음모론이다’고 이야기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검찰과 특검을 피하고 정규재tv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이 만약 정규재tv가 아니라 중앙일간지, 공중파 3사, 종편 등과 인터뷰를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꼭두각시 대통령은 ‘즉흥적’ 질문에 ‘대통령 답게’ 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직 ‘짜고치기 고스톱’ 방식의 인터뷰에서만 ‘인터뷰’ 흉내가 가능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5일 정규재tv라는 한국경제 소속 정규재 주필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에 출연했다. 탄핵의 상황이기 때문에 백번 양보해 ‘인터넷 방송’에 출연한 것은 이해하려는 국민은 많다.

문제는 질문의 수준. 정유라가 박 대통령의 딸이냐는 루머일 뿐, 이번 탄핵과는 전혀 무관하다. 당연히 ‘말도 안되는 질문’이다보니 ‘아니’라는 답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허를 찌르는 게 인터뷰의 본질인데, 밥상을 다 차려준 셈이다.

워낙 거짓말이 많은 정부인 까닭에 ‘정유라가 박근혜의 딸’일 것이라는 여러 관련 의혹은 SNS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의 일가와 정유라가 태어날 당시 차병원과의 연관관계, 최순실과 연루 의혹 등을 종합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의심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발생하는 카더라통신일 뿐, 또 그걸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정규재tv 인터뷰에선 이런 형태의 질문들이 쏟아졌고, 박 대통령은 당당한 어조로 ‘말도 안되는, 사실에 근거하면 그냥 깨질 일들이 나온다’ ‘오해와 허구와 거짓말’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있다’ 등으로 자신감 넘치게 답했다. 물론 또 다른 진짜 비선실세 ‘정윤회’와의 밀회 질문에도 박 대통령은 의기양양에서 ‘품격 떨어지는 일’이라며 이번 탄핵 자체가 모두 무효라는 식으로 답했다. 품격 떨어지는 질문에 품격 떨어지는 답변이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그들이 ‘범죄집단’으로 전락해 국가의 품격을 실추시킨 것에 대한 답변은 사라지고, 오직 ‘나만 살겠다’는 방식으로 수구보수진영의 대집결을 노렸다. 정규재tv 인터뷰는 결국 ‘장외 여론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지지층의 결집을 마지막으로 호소하는 자리였다.

누가 보더라도 정규재tv는 사실상 ‘마지막 카드’다. 청와대는 그간 ‘추가 해명이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기자들과의 만남을 피하고 자신과 색깔이 맞는 언론매체를 택했다. 인터뷰가 이뤄진 배경은 간단하다. 박영수 특검이 ‘2월 초’ 대면 조사를 예고하고 있고, 탄핵의 데드라인이 3월 초로 잡히자, ‘감옥에 갈 확률이 높아진’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선 합법이든 불법이든 여부를 떠나 ‘이 쯤 되면 막가자는’ 사고로 정규재tv와 인터뷰를 선택한 것이다. 지지층만 거릴 나와 태극기를 흔들어준다면, 여론은 바뀔 수 있다는 판단을 이미 내린 셈이다.

실제로 보수층은 최초 ‘촛불집회’ 때와 달리 그 세력을 빠른 속도로 확산시키고 있다. ‘박근혜 구하기’를 위해 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박 대통령 풍자 그림이 논란이 되면서 보수진영의 결집은 가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규재tv 인터뷰도 이런 흐름에서 출발했다. 실제로 인터뷰의 첫 질문은 ‘표창원’이 먹잇감이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여성 혐오론’으로 반격했다. 자신들이 과거에 노무현 대통령에게 어떤 비열한 짓을 했는지, 환생경제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성기를 비아냥거렸던 그때는 로맨스이고, 지금은 불륜이라는 의미로 이중적 화법을 들이댔다.

때문에 그런 수준의 대화로 모든 인터뷰는 이뤄졌다. 이를테면 ‘청와대 굿판’은 이미 사실무근으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이번 탄핵과 전혀 관계가 없는데도 정규재tv는 교묘하게 이런 질문만 던졌다. 초등학생 인터뷰도 역사적 상황을 읽고 있는 반면, 어른들의 인터뷰는 너무나 수준이 낮았다.

그런데도 마치 해당 프로그램이 진행자는 ‘성역’에 도전하는 것처럼 어깨에 힘을 줬다. 그러다보니 ‘세월호 당일 약물에 취해 있었느냐’는 황당한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었고, 이에 보답하느라 박 대통령 역시 ‘탄핵을 시키기 위해 어마어마한 거짓말을 만들어냈다’고 응답했다.

그들의 역사는 그렇게 서술되어 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들의 후손들도 그렇게 교육을 받을 것이다. 일본이 독도는 자신들의 땅이라고 외치는 것처럼, 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비열한 역사는 후손들에게 ‘아름답게’ 서술해나갈 것이다. 우리가 일본을 욕할 수 없는 이유다.

정규재tv 인터뷰는 결론부터 말하면 ‘언론플레이’이다. 그리고 헌재가 이에 속아 ‘박 대통령이 억울하겠구나’라고 생각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우리는 험난한 역사에 스스로 함몰되어 소멸해가는 과정을 정규재tv 인터뷰를 통해 적나라하게 바라봤다. 박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험난한 역사에 주체를 확립시켜 스스로 적극적 대응을 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품격 낮은 대통령을 뽑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은 ‘잔인하게’ 감옥을 보내던 그가, 막상 자신은 감옥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현실. 우리는 그런 추한 대통령과 지금 이 순간에도 같은 하늘 아래에서 생활하고 있다. ‘나를 엮었다’에서 ‘나를 끌어내리기 위해 누군가 기획을 했다’. 정규재tv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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