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읽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희생양으로 전락한 손연재, 은퇴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

 

[트루스토리] 김선희 기자 = 손연재 선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야말로 뜨겁다. ‘외견상’ 은퇴 때문이긴 하지만, ‘전격 은퇴’ 때문이라는 이유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18일 손연재의 소속사인 갤럭시아SM에 따르면, 한국 리듬체조의 간판 손연재(23·연세대) 선수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가지 않고, 이날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이유는 손연재 선수 스스로의 문제 때문이기도 하고, 손연재 선수 외부적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전자는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올해 학사일정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손연재 선수는 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13학번.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 일정 등에 대한 ‘특혜 논란’으로 정부가 부랴부랴 체육특기생 학사 관리를 강화하면서 손연재도 ‘학사 일정’을 뒷전으로 하고 선수생활에만 집중할 수는 없는 노릇이 됐다.

후자 역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문이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지난 1 월 23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 나와, ‘문화계 대통령’ 차은택씨 측이 개발한 ‘늘품 체조’ 시연행사에 체조선수 손연재씨를 부른 것은 청와대의 결정이었다고 진술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홍보했던 시연회에 손연재가 갑자기 초청된 것은 BH(Blue House·청와대)의 아이디어였다는 것.

이를 전후로 손연재는 이른바 ‘권력의’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반대로 현 정부가 ‘김연아 죽이기’에 나섰다는 근거없는 카더라 통신도 난무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요정에서 일반인으로 자리를 바꾸게 된 셈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연재에 대한 의혹, 카더라 통신, 루머 등은 전격 은퇴 선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손연재도 특혜 의혹에 대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다소 자극적인 주장까지 나온다. 리듬체조 요정으로 군림했던 그녀의 마지막을 ‘정치적 접근’으로 접근하고 있는 그림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댓글 중 ‘BEST’는 “누가 보면 김연아급인줄 착각하겠어. 깜이 안되는데(level02stor****)”이고 ‘level01’라는 아이디가 남긴 “실세가 없으니 될 일이 없나보지”라는 비아냥 섞인 글도 베스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 포털 다음에서는 ‘hammysong’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누리꾼이 “난 얘가 왜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gilamessi’는 “순시리와 함께 가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만큼 부정적이다. 언론은 긍정적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온라인 상 여론은 비판적인 글들이 많다. 손연재가 끝까지 올림픽 메달은 걸지 못했다는 점은 이런 비난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그리고 손연재를 괴롭히는 공통분모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최순실 라인이냐’는 질문. 그리고 ‘실력에 비해 거품이 있어 보인다’는 것. 소속사는 이에 대해 ‘사실무근’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발끈하고 있지만 만약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아니었다면 손연재 선수가 과연 이렇게 젊은 나이게 선수생활을 ‘그만 뒀을까’라는 질문은 그래서 반복적으로 기계적으로 나온다.

역으로 만약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지 않았다면, 정유라와 같은 특기생들에 대한 학사관리는 여전히 느슨했을 것이고, 손연재는 그때 그 날처럼 ‘청와대의 호출’로 박근혜 대통령 옆에서 어색한 댄스를 선보였을 것이고, 또 해외 선수권 대회에서 메달 수상 여부를 떠나 국내에서 ‘최고의 선수’로 대접을 받았을 것이고, 그렇게 각종 대기업 광고에 모습을 드러내며 ‘국민 여동생’으로 평가를 받았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제기할 수 있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손연재는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어느 순간 본분을 넘었을 수도 있고, 어느 순간 억울한 희생양이 돼 있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녀가 정말 부실하기 그지없는 선수는 아니라고 국민은 모두 믿고 있다. 손연재는 누가 뭐래도 최고의 스포츠스타였다.

다만, 김연아 선수처럼, 국정농단의 공범이었던 그 분이 호출한 자리에 가지만 않았더라도, 상황은 지금처럼 나빠지진 않았을 것이다. 지극히 경직돼 있어 보인다. 그녀의 선수생활 자체가 모두 짓밟히고 있는 아찔한 형국이다.

‘벅찼던 시간’들은 여전히 최순실 국정농단 세력과 한 묶음으로 퇴색되고 있다. 소속사는 억울하더라도, 늘품체조가 준 타격은 크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박근혜도, 최순실도, 이재용도, 우벙우도, 김기춘도, 한 목소리도 ‘억울하다’고 하소연하고 있으니까.

사진 출처 = 손연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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