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이규철 특검보, 국민 앞에 허리 숙여 울던 날, 국민도 함께 울다

 

[트루스토리] 김수정 기자 = 이규철 특검보가 눈물을 보였다. 국민의 눈물이었다. 역사 속에 그는 어떤 모습으로 투영되어 가고 있을까. 이규철 특검보는 또 역사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역대 최고의 특검” “당신들이 진정한 챔피언” “4500만의 특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었다” 이규철 특검보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인 사진이 공개되자 쏟아져 나오는 찬사다.

험난한 역사였다. 또 하나의 역사였다. 불법과 손을 잡지 않았다. 깊은 고뇌와 사유를 통해 얻어낸 수사력으로 국민과 대화했다. 저항도 많았다. 물 흐르듯 전개되는 빠른 수사에 수구우익세력들은 ‘특검 해체’를 줄기차게 주장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특검’의 입이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중심어’로 등장하며 특검의 일거수 일투족을 국민 앞에 여과없이 보여줬다. 권력과 손을 잡은, 우병우 사단으로 무장된 검찰의 지나온 길이 비뚤비뚤하다는 질타를 의식하듯, 그는 오직 정의롭게, 비리의 본질과 승부했다.

이규철 특검보가 물러났다. 비열한 권력이 만들어놨던 쇠붙이도 녹였던 그와의 작별이 시작됐다. 출입기자들 대부분이 박수를 쳤다. 보수적 매체의 일부 기자들은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그가 ‘어둠’의 의미 보다는 ‘빛’의 의미를, ‘진실’의 의미를 국민에게 알렸다는 점에서 100여 명의 기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규철 특검보가 떠났다. 그의 발언을 듣고 다시 물으며 취재했던 현장 기자들도 마음이 서운하다. 인간적이 친숙함이 스며 있던 그. 그는 마지막 브리핑에서 눈물을 흘렸다. 52살. 사법연수원 22기. 그는 늘 자유로운 정신으로 청와대의 치부를 공격했다. 과거 그 어떤 공권력도 하지 못했던 성역에 그를 비롯한 모든 특검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것은 역사였고, 그 역사가 황교안을 통해 끝나던 날, 그는 울었다.

이규철 특검보는 수사 종료일인 28일 정례브리핑 끝에 브리핑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매일 브리핑을 통해 수사과정을 국민에 매일 보고함으로써 수사과정 투명성과 공정성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판단한다”라며 “언론 관련된 일을 태어나서 한번도 못 해 봤는데 느닷없이 맡게 돼 걱정이 상당했다. 그럼에도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주고 협조해줘서 주어진 어려운 일을 잘 끝내게 된 것 같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 말에는 떨림이 있었다. 지난 90일 간 결코 접할 수 없었던 미세한 떨림이었다.

그렇지만 ‘적’들을 두렵게 할 메시지는 힘있게 말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수사는 끝났지만 더 중요한 공소유지가 남았다. 끝까지 잘 마무리되도록 보좌하겠다”고 했다. 이어 “다시 한번 여러분들 앞날에 무궁한 영광이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고, 그렇게 이규철 특검보가 허리를 숙여 감사의 뜻을 피력했을 때, 그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박근혜가 남겨 놓은 또 다른 권력에 의해 특검은 무장 해체됐다. 마지막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더 수사를 해야 한다는 간절함 때문이었을까. 이규철 특검보는 이후 ‘벅찬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국민은 그래서 그런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다시 만나길 갈망하고 있다.

이규철 특검보 사진 = 트루스토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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